KPX그룹 승계 지렛대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슈퍼사이클 중견 화학사]④양준영 부회장 지분 88%, 일감몰아주기 수혜 '자금줄' 역할
박창현 기자공개 2018-06-27 08:19:35
[편집자주]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의 과실은 달콤했다. 원료 가격 하락, 공급 부족, 수요 증가 등 모든 가격 결정 요인들이 석유화학 업계 편이었다. 마진율이 개선되면서 한 해가 멀다하고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중견 화학사들도 유례 없는 호황기에 함께 웃었다. 하지만 취급하는 상품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게 다가왔다. 쌓인 현금을 쓰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중견 화학사들의 실적, 재무, 지배구조 속사정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6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PX그룹 적통 후계자인 양준영 부회장이 개인회사를 활용해 그룹 장악력을 크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수년 전까지 10%도 채 안됐던 그룹 지주사 지분율은 개인회사를 지렛대 삼으면서 단숨에 20%까지 올라갔다.개인회사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받으면서 든든한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PX그룹은 KPX홀딩스와 KPX케미칼, 그린케미칼, KPX라이프사이언스, 진양홀딩스, 진양화학 등 30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중견 화학그룹사다. 모태는 1985년 해체된 국제그룹이다. 창업자인 양규모 회장은 국제그룹 계열사였던 진양화학을 발판 삼아 현재의 KPX그룹을 일궈냈다.
KPX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는 지주사 KPX홀딩스가 있다. 오너 일가가 지주사 오너십을 구축함으로써 전체 그룹사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KPX홀딩스 최대주주는 지분 19.64%를 보유한 양 회장이다. 장남 양준영 부회장은 10.4%의 지분율로 2대 주주에 올라서 있다. 하지만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모두 고려할 경우, 양 부회장이 실질적인 최대주주나 마찬가지다.
그 중심에 바로 양 부회장의 개인회사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있다. 양 부회장은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지분 88%를 가진 최대주주다. 심지어 나머지 지분도 모두 직계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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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양 부회장을 중심으로 후계 승계 절차가 진행되자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지배구조 재편의 중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양 부회장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렸고, 지난해 처음으로 지분율 10%를 넘겼다.
여기에 씨케이엔터프라이즈를 승계 지렛대로 활용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씨케이엔터프랑이즈의 KPX홀딩스 보유 지분율은 0.92%에 불과했다. 이후 거의 매년 1%씩 지분을 늘리면서 2016년 말에는 5.72%를 찍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장남 양 부회장과 차남 양준화 사장 간 계열분리가 단행되자, 차남 측 보유분을 매입하는 주체로 나섰다.
실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차남 보유분을 대거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10.39%로 끌어올렸다. 지분 매입을 위해 투입된 비용은 130억원이 넘었다. 그 결과 양 부회장이 지주사 지분율을 20.8%까지 확대, 아버지 양 회장(19.64%)을 제치고 실질적인 그룹 오너십을 구축하게 됐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경우 그룹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받으면서 양 부회장의 든든한 자금줄이 됐다는 분석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현재 계열사 간 물류 거래를 돕는 도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PX케미칼에서 원료를 매입해서 베트남 계열사인 'VINA FOAM'에 되팔고 있다.
지난해에도 KPX케미칼과 45억원 어치의 매입 거래를, 'VINA FOAM'과는 62억원 규모의 매출 거래를 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작년 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내부 일감인 셈이다.
또 다른 수익원은 부동산 임대와 배당금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부산시 사상구 삼락동 소재 토지를 갖고 있으며, 보유 토지의 공시지가는 64억원이 넘는다. 또 장부가 11억 원 상당의 건물도 있다. 이를 통한 임대 수익만 작년 3억원이 넘었다. 진양홀딩스와 KPX홀딩스 등 알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덕분에 매년 15억원 안팎의 배당금도 받고 있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춘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매년 20억원 대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기초체력이 워낙 탄탄한 탓에 지난해 KPX홀딩스 지분 매입 비용 130억원 역시 큰 무리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 당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대규모 금융권 차입을 일으켜 자금을 조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KPX그룹은 계열 분리와 개인회사 활용 등 전형적인 2세 승계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다"며 "2세 소유 기업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는 덕분에 승계 절차 또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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