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주 유동화, 구조적 문제없나 [인베스트파워제4차 디폴트]주식 기초자산, 현금흐름 산정 난해…위험통제 계약, 엄격한 진단 필요
양정우 기자공개 2019-02-01 14:01:10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0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베스트파워제4차(이하 인베스트제4차)는 보통주가 기초자산인 유동화증권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일까.국내 유동화 시장에선 신용등급이 부여된 구조화증권 가운데 기초자산이 주식인 경우가 극히 드물다. 보통주는 자산으로서 자체 현금흐름(배당)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 장래 시가를 예상해 미래 현금흐름(매각 등 회수)을 분석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유동화증권에 내재된 신용위험 통제 방안을 더 엄격하게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디폴트를 맞은 인베스트제4차의 유동화전자단기사채(제26회 ABSTB, 205억원)는 대륜발전 보통주가 기초자산이다. 상환 재원은 한국남부발전(대륜발전 주요 주주)에 풋옵션을 행사해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주식은 장래 시가가 고정되지 않은 만큼 풋옵션에 따른 매각대금으로 ABSTB를 상환하도록 구조화돼 있었다.
자산유동화 시장에선 보통주를 유동화한 증권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주식 유동화증권은 '엠디프라임제1차', '코퍼릿턴어라운드제1호'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물론 공시 자체를 꺼리는 사모 유동화증권의 경우 종종 보통주를 유동화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통주 유동화증권의 발행이 드문 건 당연한 결과다. 무엇보다 주식은 기초자산으로서 현금흐름을 예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배당을 제외하고는 자체 현금흐름이 없을 뿐 아니라 배당 여부도 불확실하다. 상장 주식은 변동성이 매우 크고 비상장주식의 경우 시가 산출조차 쉽지 않다. 다른 리스크를 따지기 전에 기초자산의 분석 자체가 난해한 것이다.
그나마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상환우선주(RPS)는 종종 유동화가 시도돼 왔다. 배당과 상환이 고정돼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식 유동화증권은 실제 시장에서 발행되고 있다. 기초자산의 구조적 한계는 추가 계약을 통해 통제되는 구조가 주를 이룬다. 인베스트제4차는 풋옵션 계약이 추가됐고, 엠디프라임제1차와 코퍼릿턴어라운드제1호는 각각 총수익스와프(TRS)와 정산 계약이 별도로 맺어져 있다.
이 때문에 보통주 유동화증권의 경우 신용위험을 통제하는 계약을 한층 보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인베스트제4차의 ABSTB에 'A1' 등급을 부여해 왔다. 평정 당시 남부발전이 풋옵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못했다. 풋옵션 행사가 거부되는 시점엔 신용등급이 'C'로 하향 조정됐었다.
인베스트제4차는 기초자산으로서 보통주의 리스크를 드러낸 사례다. 대륜발전은 2010년부터 손실 행진을 벌였다. 2017년에도 당기순손실(240억원)을 기록해 총 누적 손실이 1010억원에 달하고 있다. 최초 ABSTB를 설계할 때보다 기초자산의 가치가 크게 훼손된 상태다.
시장 관계자는 "주식 유동화증권은 일반적인 구조화증권에 비해 심각한 한계를 갖고 있다"며 "투자자는 물론 신용 공여, 유동화 공여를 부담한 거래 주체가 감수해야 할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디폴트 사태가 벌어진 만큼 향후 주식 유동화증권에 내재된 주요 계약을 더욱 엄격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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