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론 '잉여금 1100억' 주주환원 촉매제됐다 [중견기업 주주제안 후폭풍]①2대주주가 배당증액 제안, 배당성향 '11.5%' 평균 밑돌아
박창현 기자공개 2019-03-11 08:00:09
[편집자주]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은 대세가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정기주주총회를 뒤흔드는 거대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선 중견기업들은 수용 여부를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주 친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잃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처한 각기 다른 사정을 살펴보고 나아가 주주제안의 본질과 핵심 쟁점들을 면밀히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8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코메론은 글로벌 줄자 시장을 주름잡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단순히 길이를 재는 일반 줄자 뿐만 아니라 높은 정밀도를 요하는 산용업, 전문 측정용 기기도 만들고 있다.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으면서 일본과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줄자' 한 우물을 파며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코메론은 올해 주주제안 타깃이 됐다. 코메론 2대주주(12.32%)인 시너지IB투자는 지난달 말 1주당 현금배당을 350원으로 증액하고,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을 이사회에 제안했다. 이는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 금액(주당 140원)보다 2배 이상 더 많다.
이사회 제안 조건만 놓고 보면 주주 환원 금액은 12억원이 전부다. 하지만 2대주주 측은 배당금을 30억원까지 늘리고 자사주 28억원도 소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주 환원 금액이 5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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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주주가 주주제안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1125억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이 있다. 이익잉여금은 주주 배당 재원이 되는 회계 계정이다. 코메론의 경우, 최근 10년간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창출 이익을 그대로 내부 곳간에 쌓아둔 덕분에 잉여금이 풍족한 상태다.
코메론은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는 덕분에 제조업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최근 5년 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무려 19.6%에 달한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두 해 연속 매출 680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달성하면서 20%가 넘는 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 말 기준으로 이익률 19.47%를 찍었다.
수익성이 뒷받침되면서 영업활동을 통해서만 코메론은 매년 100억원이 넘는 현금이 창출됐다. 이에 반해 신규 설비 투자 부담은 거의 없었다. 이미 구축한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정도의 비용만 나갔을 뿐 수 년간 대규모 케팩스 투자가 전무했다.
그 결과 창출된 이익이 고스란히 내부 곳간에 쌓였다. 2014년 말 기준으로 729억원 수준이었던 잉여금은 이듬해 800억원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900억 대로 올라섰다. 2017년 드디어 1000억원 고지를 밟았고, 작년 3분기 말에는 역대 최대인 1125억원까지 잉여금이 불어났다.
내부 곳간은 풍족했지만 배당에는 인색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코메론은 많게는 주당 160원, 적게는 50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업계 평균보다 한참 낮은 11.5% 수준에 그쳤다. 이 기간 코스닥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28.6%였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되는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주주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곳간은 풍족해진 반면 주주들은 업계 평균에도 못미치는 배당을 받아온 셈이다. 이에 2대주주가 직접 나서 보다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너지IB투자 관계자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수 있도록 회사 측과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호적인 방향으로 기업가치를 증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메론 측은 향후 베트남 신규 법인 설립 등 추가 설비 투자가 계획돼 있는 만큼 이사회가 내놓은 배당 수준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코메론 관계자는 "올해 베트남 신규 법인 설립에 1000만 달러 이상 투자될 예정"이라며 "이를 고려해 배당금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설비 투자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잉여금 사용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사회와 2대주주가 제안한 배당금 의안이 모두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온 상태다. 따라서 두 안건 통과 여부를 두고 자연스럽게 주주간 표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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