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언론사 인수…라이벌 '호반'에 자극? 헤럴드 지분 47.8% 매입, 중앙지 진출…호반그룹 8년전 광주방송 M&A 후 성과
김경태 기자공개 2019-05-16 09:01:29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5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흥그룹이 헤럴드를 전격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중흥그룹은 주택 자체개발사업을 위주로 성장한 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언론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해왔고 2년 전에는 호남 지역지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번에 중앙 경제지를 품게 되면서 언론 사업 보폭 확대가 예상된다.일각에서는 중흥그룹의 언론사 M&A를 호남의 맞수로 꼽히는 호반그룹과 연관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호반그룹은 이미 8년 전 지역 방송사를 사들이며 언론 사업에 진출한 바 있어, 중흥그룹이 관련 행보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호반그룹 외 다른 중견 건설사들의 언론 사업 진입도 주목받고 있다.
◇언론 진출 눈독, 사업다각화 포석
중흥그룹은 36년 전 정창선 회장이 창업한 곳으로 설립 후 주택 자체개발사업을 위주로 사업을 펼쳤다. 다른 중견 건설사들처럼 최근 수년간 이어진 주택 경기 호황을 틈타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흥그룹의 자산총액은 9조5250억원으로 재계 37위다.
중흥그룹은 주택사업에만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 대상을 물색했고, 언론 사업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2017년 호남 지역신문인 남도일보를 인수하면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놨다. 그 후 서울신문과 '이코노미서울'이란 전국 경제지 창간을 추진했지만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헤럴드를 인수하면서 중흥그룹은 중앙 언론 진출에 대한 갈증을 풀게 됐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중흥그룹이 주력해 오던 건설 사업 외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도 늘 열려있었다"며 "지난 70년간의 역사에 더해 최근 독자적인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헤럴드와 새로운 미디어 환경 선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헤럴드의 지배구조를 보면 최상단에는 홍정욱 헤럴드 회장의 개인회사로 알려진 아킬라(옛 에이치엠엑스)가 있고, 아킬라는 헤럴드 지분 65.77%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헤럴드는 올가니카홀딩스, 올가니카, 그린키친을 연결 종속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인 올가니카는 음료제조·농산물 생산 및 가공·유통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6억원, 8억7441만원이다. 다만 당기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결손금이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는 양호하지 못한 상태다.
올가니카 외에 다수의 법인이 있다. 헤럴드는 작년 말 기준 지분법투자적용주식으로 분류한 계열사로 △헤럴드아카데미(31.95%) △디지털헤럴드(40%) △헤럴드에듀(100%) △부산글로벌빌리지(50%) △바이오타(100%) △헤럴드아트데이(100%) △헤럴드팝(100%) △농업회사법인 그린팜(90%) △클리니카(100%)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중흥그룹이 헤럴드가 보유한 계열사들까지 품게 되면 언론 외 다른 사업도 할 수 있었지만, 올가니카를 비롯한 식품 계열사들을 홍 회장이 인수하기로 하면서 이종산업 진출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홍 회장은 내부 임직원에 보낸 글을 통해 " 중흥그룹에 저와 일부 주주가 보유한 헤럴드 지분 47.8%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인수절차가 완료되면 중흥그룹은 헤럴드의 최대 주주가 되고, 저는 안정적인 경영 지원을 위해 5% 지분을 유지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저는 올가니카 등 헤럴드의 식품 계열사를 모두 인수하고 이들 기업이 헤럴드에 진 부채도 전액 상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중흥그룹이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거래 당사자들은 이번 지분 47.8%의 양수도 가격 등 세부 조건 등을 양측 합의 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지분 매입 금액 등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소 수백억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에도 중흥그룹에 부담되는 수준의 금액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중흥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중흥건설과 증흥토건의 보유 현금이 90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우선 정 회장이 지분 76.7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중흥건설의 작년 말 연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02억원이다. 단기대여금은 955억원, 단기금융상품은 69억원이다. 정 회장의 장남 정원주 사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중흥토건의 경우 실탄이 더 많다.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196억원에 달한다. 단기금융상품 1395억원도 갖고 있다. 단기대여금은 약 8000만원 수준이다.
◇호남 맞수 호반 행보에 자극?
업계 일각에서는 중흥그룹이 호남 재계 맞수인 호반그룹의 행보에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열 회장이 이끄는 호반그룹 역시 중흥그룹처럼 주택 자체개발사업을 통해 성장한 곳이다. 건설업계에는 김 회장과 정 회장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에 관해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편이다.
호반그룹은 중흥그룹보다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M&A를 활용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는데, 언론사를 인수한 적 있다. 2011년 9월 광주방송(KBC)의 새 주인으로 올라섰고, 현재도 최대주주로 있다. 작년 말 호반건설과 호반베르디움, 태성문화재단이 광주방송의 지분을 각각 16.6%, 13%, 10% 보유 중이다. 김 회장이 광주방송 회장도 맡고 있다.
|
광주방송은 2008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듬해 흑자로 돌아선 후 호반그룹 체제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남겼다. 주목할 부분은 2017년부터 실적 급성장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매출 737억원, 영업이익 7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
이는 방송업 본연의 성과가 아닌, 주택 자체개발사업의 시행사로 나섰기 때문이다. 광주방송은 광주 광천동에 48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시행했고, 분양수입을 벌었다. 이를 통해 실적의 급격한 성장이 가능했다.
중흥그룹은 호반그룹보다 늦은 시점에 언론계에 진출했다. 하지만 2년 전 인수한 남도일보가 경영 정상화에 일부 성과를 거두면서 규모가 있는 언론사 인수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호반그룹처럼 적극적인 M&A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남도일보의 실적과 재무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확인 가능한데, 중흥그룹이 인수하기 전인 2016년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8억원이었다. 그 후 중흥그룹이 새 주인이 된 2017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완전자본잠식을 개선했다.
|
◇중견건설사 언론 보폭 확대 주목
중흥그룹과 호반그룹 외에도 언론 사업에 진출한 대표적인 건설사로는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부영그룹을 꼽을 수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017년 ㈜한라일보사 지분 49%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같은 해 ㈜인천일보도 인수했는데 그룹 주력사인 부영주택이 지분 49.87%를 소유해 최대주주다.
우오현 회장의 삼라마이다스(SM)그룹도 언론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작년 11월 한국프랜지공업이 보유한 울산방송 지분 30%를 20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3월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울산방송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신균 LG CNS 사장 승진, 'IPO 완수' 중책
- [2024 이사회 평가]'호황 수혜' 일진전기, 부진 속 희망 '경영성과'
- [2024 이사회 평가]'행동주의 타깃' DB하이텍, 선방 항목 수두룩
- LG전자, 달라진 인사코드 '최소 승진·대폭 재편'
- '침묵 길어진' 이재용 회장, 최후진술에 쏠린 눈
- [조주완의 밸류업 승부수]기업가치 상승 키워드 '신사업·주주환원·인도'
- [조주완의 밸류업 승부수]저평가 극복 시급한데…'EV 캐즘·중국 LCD 공습' 고심
- 물적분할·유증 넘치는 국장, 삼성전자가 보여준 '격'
- [Company Watch]'M&A 대어' HPSP, 호실적·고객사 다변화 잰걸음
- '삼성전자 이어 물산까지' 주담대 초유의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