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페인트가 벌어도 노루그룹 지갑은 비어간다 [페인트업 리포트]②농생명 자회사 '기반테크·더기반' 실적 악화일로…신성장 동력 '무색'
박기수 기자공개 2019-06-03 07:25:03
[편집자주]
페인트업은 건설·조선·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업황과 궤를 함께 한다. 중·대형 5개 업체가 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는 페인트 업계는 최근 전방 산업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업체마다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해결 과제도 가지각색이다. 평소 재계에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는 페인트업계의 이모저모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30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노루그룹의 살림살이는 지주사인 노루홀딩스의 재무제표를 보면 파악할 수 있다. '노루'로 시작하는 계열사들과 기타 자회사들이 모두 노루홀딩스의 종속 기업으로, 각 기업의 실적이 모두 노루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에 100% 반영된다.올해 1분기 노루홀딩스의 연결 기준 매출은 1933억원이다. 2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내면서 얼마나 남는 장사를 했을까. 노루홀딩스는 영업이익으로 6억원, 순이익으로는 8억원을 냈다. 비율로 보면 영업이익률은 0.3%, 순이익률은 0.4%밖에 내지 못했다. 거의 남는 장사를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는 곧바로 재무적 리스크와 연동된다. 올해 3월말 연결 기준 노루홀딩스가 보유한 총 차입금은 2167억원으로 이에 해당하는 이자비용은 19억원이다. 한 분기에 부담할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3배 이상 되는 셈이다. 바꿔 말해 올해 1분기 노루그룹은 영업 활동으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에 해당하는 금액도 벌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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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노루페인트가 문제였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전방 산업 부진으로 예년보다는 수익성이 뒷걸음질 치긴 했지만 올해 1분기 노루페인트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으로 홀딩스의 영업이익보다 6배 이상 많은 38억원을 냈다. 노루그룹 내부 어디에선가 그룹 살림살이를 갉아먹는 곳이 있었다는 의미다. 노루페인트는 작년 한 해 기준 노루홀딩스 전체 매출의 75% 이상,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그룹의 몸체다. 팔·다리 혹은 손가락에 해당하는 작은 규모의 회사가 몸체가 낸 영업이익을 갉아먹을 만큼 큰 손실을 낸 셈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올해 1분기 만의 일은 아니다. 2014년까지만 해도 노루홀딩스의 영업이익은 노루페인트의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두 법인의 영업이익이 역전된 것은 이듬해부터다. 지난해의 경우 노루페인트는 22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노루홀딩스는 102억원의 영업이익밖에 내지 못했다. 다른 노루그룹 계열사에서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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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노루그룹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국내 계열사는 총 10곳(△노루페인트 △노루케미칼 △아이피케이(IPK) △노루오토코팅 △노루비케미칼 △세다 △노루알앤씨 △기반테크 △더기반 △노루로지넷)이다. 이중 노루케미칼과 노루오토코팅, 노루비케미칼, 노루알앤씨는 그룹 본업인 도료 관련 자회사다. 이 회사들은 대부분 흑자 경영으로 그룹 실적에 이바지하고 있다.
문제는 농생명 관련 계열사다. 70년간 페인트를 비롯해 정밀화학 한 우물만 파왔던 노루그룹은 2014년 신성장 동력 모색 차원에서 이종산업으로 눈을 돌렸고, 농생명 관련 업종을 선택했다. 대표 회사는 '기반테크'와 '더기반'이다.
기반테크의 옛 이름은 '노루기반'으로, 노루그룹은 올해부터 사명을 기반테크로 고쳤다. 2014년 1월 설립된 기반테크는 온실 시공, 농자재 유통, IoT(사물인터넷) 환경제어 시스템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7년 4월 노루크로비스를 흡수합병하며 스마트팜 전용 제어기와 감지기 등의 사업까지 함께 영위하고 있다. 더기반은 농작물 재배의 근간이 되는 종자사업을 영위하는 곳으로 노루그룹이 2015년 7월 설립했다.
노루그룹의 농생명 자회사 육성은 진지했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노루홀딩스는 노루기반과 더기반에 각각 220억원과 310억원의 자금을 출자했다. 노루페인트가 1년 동안 버는 영업이익과 맞먹는 금액이다.
문제는 실적이 개선은커녕 악화일로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반테크와 더기반은 각각 100억원, 86억원의 손손실을 냈다. 법인 설립 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두 회사는 매년 순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 작년 노루홀딩스의 순이익은 27억원, 노루페인트의 순이익은 127억원이다. 노루페인트와 노루케미칼 등이 낸 순이익을 기반테크와 더기반이 대부분 깎아 먹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루그룹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농생명 자회사들을 설립한 이후로 노루홀딩스의 영업이익보다 노루페인트의 영업이익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자회사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주사의 재무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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