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SBI저축은행 매각설 나온 배경은 조단위 투입 불구 6년째 무배당...IPO 통한 엑시트 현실성 떨어져
이장준 기자공개 2019-07-16 09:56:49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1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계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 매각설이 뜬금없이 돌고 있다. SBI저축은행 측은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소문이 소문을 낳는 형국이다. 매각설이 나온 배경을 알기 위해 2012년으로 돌아가 보자.◇1.4조 투입…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시절 부실자산 거의 털어낸 SBI저축은행
2012년 말 일본 SBI그룹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당시 SBI그룹은 자회사인 SBI파이낸스코리아를 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지분의 20.9%를 보유하고 있었다. 재무적투자자(FI)로서 600억원가량을 출자했는데,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당장 부실을 막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SBI그룹은 이 투자금을 포기하거나 추가로 자본을 투입해야 했다.
요시카타 키타오 SBI그룹 회장은 후자를 택했다. 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을 경우 일본 내에서 배임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계법인에 실사를 맡긴 결과 2300억원만 추가로 투입하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한몫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2013년 3월 일본 SBI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 SBI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SBI홀딩스는 4개의 SPC(SBI-BF, SBI-CF, SBI-IF, SBI-AF)를 설립하고 이듬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산하 법인(현대스위스2·3·4저축은행)을 인수·합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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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시절 대출자산의 부실 규모는 계속해서 불어났다. 감독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을 내준 뒤에 직접 검사를 해보니 4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개인소액대출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실이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부실이 발생하면 다른 곳에서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식으로 회계상 '정상' 자산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SBI그룹은 이후 수차례 증자를 실시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당국 예상치보다도 7000억원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결국 SBI그룹이 SBI저축은행에 투입한 총 자본금은 약 1조 4000억원에 달했다. 당초 추정치보다 7배 가까운 돈이 들어간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SBI그룹이 SBI저축은행에 '물렸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반대로 금융당국은 공적자금 투입 없이 부실자산을 떠안았기에 SBI그룹에 고마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요시카타 키타오 회장이 한국에 왔을 때 따로 점심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SBI저축은행은 2015년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3년 경영권을 인수한 지 2년 만이다. 이후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740억원, 8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310억원까지 순이익을 늘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기준 SBI저축은행의 결손금은 3608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시절 부실자산을 상당 부분 털어낸 것이다.
◇조단위 투입 불구 무배당, 배당 = 국부유출 여론 팽배
조 단위로 자본을 투입하고도 SBI그룹은 아직까지 한 푼도 받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 경영 정상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저축은행 업권과 일본계 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대주주에 대한 배당을 '국부 유출'로 간주하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섣불리 배당을 결정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애큐온저축은행처럼 외국계 PE가 매각 직전 대규모 배당을 한 것을 제외하면 저축은행 업계에서 배당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SBI그룹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배당 선택지를 꺼려 했다는 전언이다.
더구나 저축은행을 둘러싼 업황도 악화되고 규제 역시 강화되는 추세다. 제2금융권 DSR 도입, 충당금적립기준 강화를 비롯해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그림자규제가 시행되며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저축은행 주주들이 잇따라 매물을 내놓고 있다. SBI그룹의 SBI저축은행 엑시트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실제 3~4년 전 SBI저축은행 내부적으로 IPO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입 비용 대비 자본확충이 충분치 않아 IPO 조건을 맞추지 못해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을 하더라도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나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저축은행 중 유일한 상장사인 푸른저축은행의 경우 3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1000억원수준으로 자본총계(2489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결국 현실적으로 엑시트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매각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장의 소문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SBI저축은행 측은 매각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몇년 전에도 매각과 관련된 소문은 돈 적이 있었다"며 "투여한 자금이 1조원이 넘고 규모도 커진 만큼 살만한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SBI저축은행이 최근 들어 웬만한 캐피탈사들보다 많은 순이익을 내고 있고, 업계 내 주도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 대주주 입장에서는 엑시트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며 "조단위의 돈을 투자하고도 배당 한푼 못받아가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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