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CMO의 재발견]2년씩 기다리는 위탁 생산…숨겨진 블루오션⑨미국선 유전자 항암치료 CAR-T 대기 주문 밀려…삼바·바이넥스도 관심
서은내 기자공개 2019-09-11 08:44:04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에서 '생산'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바이오 벤처들은 '개발'에만 초점을 쏟아왔다. 신약개발은 약효와 안전성 확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 약을 쓸 수 있게 제조가 가능해야 개발이 완성된다. 생산을 도맡아 하는 바이오 CMO의 중요도와 그 성과에 대해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벨은 CMO를 둘러싼 바이오 업계의 주요 이슈와 해당 업체들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0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웃돈 5억원에 2년을 기다려야 위탁 생산을 받아줍니다."CDMO 업계에서 '유전자세포치료제'가 핫한 영역으로 뜨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바이오 위탁생산 시설의 대부분이 항체나 단백질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세포치료제 원료물질의 공급 사이트를 찾는 바이오텍들의 수요가 늘면서 해당 영역에 대한 CDMO업계의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바이럴 벡터'를 공급하는 CDMO들은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매출이 급격히 성장 중이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CAR-T' 등 유전자세포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해선 유전자조작에 필요한 바이럴벡터 라는 물질이 필수로 들어간다. 수많은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업체들이 이 물질을 공급해줄 CDMO(위탁제조개발업체)를 찾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CDMO들의 공급이 한정적인 탓에 개발업체들이 수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CAR-T 위탁 생산 사례는 한국 바이오 벤처들이 CMO 산업을 주목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신약의 개발에만 올인하다시피하는 한국 바이오 생태계는 점차 확장되고 진화하면서 CMO 생산 등 다른 사업 분야로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신약 개발은 성공할 경우 그 가치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지만 성공 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또 많은 세월동안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실패할 수 있다. CMO를 비롯해 진단, NRDO, 임상 대행 등은 신약개발에 비해선 화려하지 않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블루오션으로 불릴 만하다. 이미 포화가 된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웃돈 5억원에 2년 기다리기도
카티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요즘 미국에서 유전자세포치료제 원료가 되는 렌티바이럴벡터를 CDMO 업체를 통해 공급받기 위해선 계약금 5억원을 내고 2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며 "생산 비용은 별도"라고 전했다.
단백질이나 항체 의약품은 대단위의 생산 시설을 갖춘 CMO가 있다. 반면 이머징 분야인 유전자세포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 아직 대규모 위탁생산시설은 없는 상태다. 대부분 소규모 벤처 형태의 기업에서 원료 등의 위탁생산 비즈니스를 진행할 뿐이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부랴부랴 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세계 최초로 카티 치료제 킴리야의 FDA 품목허가를 받은 노바티스는 3년간 9100만달러를 투입해 스위스에 카티 치료제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길리어드 계열 카이트파마(Kite Pharma)도 예스카르타 생산 준비를 위해 유럽 및 미국 시설을 구축하며 자체 시설 확보에 나섰다. 카이트파마는 노바티스의 킴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예스카르타'로 세포기반 유전자치료제 품목 허가를 취득한 곳이다. 길리어드에 2017년 119억달러에 인수됐다.
화이자는 최근 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5억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 화이자는 현재 희귀근육질환, 혈우병 등 3개 유전자체료제 임상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와 함께 생산 사이트 투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 업계가 성장하면서 생산 사이트가 절실해지다보니 CMO 비즈니스도 해당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유전자세포치료제를 제조하려면 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하는데 이때 원료가 되는게 바이럴벡터다. 세포치료제의 원료가 되는 이 바이럴벡타에 대한 생산 수요가 많다.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업체들은 이같은 원료 물질 생산에 대한 전문성이나 기술성을 갖추긴 어렵다. 때문에 이를 담당해 줄 CDMO를 찾게 된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이미 글로벌 CMO 스위스 론자도 유전자세포치료제 분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17년 론자는 네덜란드의 세포 유전자치료제 CMO 파마셀을 인수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유전자 세포치료제 생산공장을 새로 설립했다. 해당 분야 생산시설로는 세계 최대로 꼽힌다.
국내 항체단백질 생산 위주 CDMO업체들도 유전자세포치료제에 사업 확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CDO, CRO 비즈니스를 CMO와 함께 사업의 한 축으로 키우면서 타 세포치료제 개발생산 사이트를 살피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바이넥스도 신규 사업으로 카티 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미국 페프로민바이오에 투자, 10% 지분을 확보하는 등 사업을 확대 중이다.
◇렌티 바이러스 CDMO, 옥스포드바이오메디카·렌티젠·코브라바이오
국내에는 아직까지 이같은 유전자세포치료제 전문 CDMO는 없다. 해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로는 영국 옥스포드바이오메디카(Oxford Biomedica)를 꼽는다. 옥스포드바이오메디카는 노바티스의 킴라야에 들어가는 렌티바이럴벡타를 공급하는 회사다.
미국에서는 렌티젠이 잘 알려져있다. 임상 혹은 임상 전 용도에 맞춤화된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공급하고 있다. 고객사들이 유전자치료제 임상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과정을 지원하며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설계, 생산해주고 있다.
코브라바이오도 비슷한 업체다. 영국과 스웨덴에 사업장을 두고 2002년부터 유전자치료제와 백신에 필요한 GMP 바이러스 벡터를 제조해왔다. 유전자 면역치료 회사들의 의약품 제조 수요가 늘면서 1500만 파운드(약 220억원)를 투입해 바이러스벡터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 밖에도 미국 브래머바이오(Brammer Bio), 네덜란드의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s) 등도 바이럴벡터 생산 공급업체로 꼽힌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세포치료제가 급부상했지만 또 다른 영역에서 CMO 비즈니스가 빛을 발할 가능성도 높다"며 "바이오벤처들이 한 분야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찾아 분야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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