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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M&A로 도약 꾀하는 대림그룹 유화사업 미국 크레이튼 카리플렉스 사업 매입키로, 사상 첫 해외 인수합병

김경태 기자공개 2019-11-01 13:37:5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1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림그룹은 건설사의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1939년 건설자재를 취급하는 '부림상회'에서 출발한 대림산업은 1966년 베트남 항만공사를 수주하면서 국내 최초로 해외건설시장에서 외화를 벌어오기도 했다. 'e편한세상'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주택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고, 건축·토목·플랜트 등의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림그룹은 건설만큼 석유화학(유화)사업에서도 국내외 강자로 꼽힌다. 40년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유화시장에 진출한 후 매년 그룹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다. 유화사업은 실적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조정 영업이익에서는 유화사업이 건설사업에 육박하는 수준을 나타낼 정도다.

대림그룹은 작년부터 유화사업의 도약을 위해 해외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M&A를 단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만큼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림그룹의 무게중심이 건설에서 유화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화사업서 나온 사상 첫 '해외 M&A'

대림그룹의 유화사업 진출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국영기업이던 호남에틸렌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1987년에는 흩어져 있던 석유화학 계열사를 대림산업으로 통합했고 호남에틸렌은 유화사업부가 됐다. 1999년에는 한화와 NCC사업부문을 통합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여천NCC'를 합작했다. 이어 글로벌기업인 라이온델바젤과 합작해 '폴리미래'를 설립했다.

그 후 대림그룹은 유화사업의 도약을 노리면서 해외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2017년에 미국 최대 규모의 에탄 분해시설(ECC) 인수를 추진했지만 거래가 무산됐다. 하지만 대림그룹은 포기하지 않았고, 대림산업이 지난해 태국 최대 석유화학회사 PTT글로벌 케미칼과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 투자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도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김상우 대림산업 부회장(당시 사장) 명의로 임직원에게 전달된 신년사에는 유화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 김 부회장은 올해가 유화사업 확대를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면서 "그룹의 명운을 걸고 모두의 역량을 총동원해 성공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크레이튼 브라질 공장 위치

그 후 이번에 미국 크레이튼(Kraton)이 가진 카리플렉스(Cariflex)사업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성과를 거두게 됐다. 대림그룹이 창립된지 80주년, 유화사업에 본격 진출한 지 40년이 되는 해에 의미 있는 딜을 해내게 됐다. 유화 시장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처럼 M&A를 통한 도약을 선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 카리플렉스사업 총 인수금액은 5억3000만달러(약 6200억원)이다. 대림산업은 내년 1분기까지 크레이튼 카리플렉스사업부의 브라질 생산시설과 원천기술, 영업권, 생산·연구·판매 인력 인수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크레이튼 카리플렉스 사업부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한다.이 제품은 수술용 장갑과 주사용기의 고무마개 등 의료용 소재로 사용된다. 카리플렉스 사업부가 생산하는 라텍스는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의 1위 제품이다. 이같은 경쟁력을 고려해 대림산업이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우 대림산업 부회장은 10월31일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글로벌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한국에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 생산공장 건설 검토 중"이라며 "대림이 자체 개발한 메탈로센 촉매 및 폴리부텐 생산 기술과 크레이튼이 개발한 세계 유일의 음이온 촉매 기반의 합성고무 제조 기술, 라텍스 제조 기술이 더해져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 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의료용 소재는 물론 고기능 라텍스, 접착제 원료, 코팅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개발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 이라고 밝혔다.

◇건설사업, 국내 M&A만 진행…정통 건설맨 이사회 구성원 없어

대림산업은 과거 건설사업에서도 M&A를 통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1960년 전일기업(현 풍림산업)을 인수했다. 이어 전두환 정부 시기이던 1986년 산업합리화 조치로 삼호그룹이 해체되자 건설사 삼호를 가족으로 만들었다. 1988년에는 회생절차에 있던 고려개발을 품었다.

대림산업의 건설사업부는 역시 유화사업부처럼 해외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확대를 위해 해외 M&A를 한 적은 없다. 이번에 유화사업 부문이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사상 첫 해외 M&A를 진행하면서 사업의 무게 중심이 건설에서 유화로 넘어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화사업의 실적은 이미 대림그룹 실적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대림산업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에서 유화사업의 실적은 미미하지만, 공동기업인 여천NCC와 폴리미래에 대한 지분율 50%를 고려해 조정 실적을 집계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대림산업의 IR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업의 작년 연간 조정 매출은 8조원이다. 유화사업은 4조6000억원이다.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건설이 42%, 유화가 38%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림그룹, 조정 실적
△출처: 대림산업, 기준: 2018년, 단위: %

최근의 이사회 변화도 유화사업에 무게감이 실린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대림산업은 이달 16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배원복 경영지원본부장을 신임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배 본부장의 진입과 동시에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은 이사회 구성원 지위를 내려놨다.

박 본부장이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 대림산업의 이사회에 정통 건설사업부 임원은 한 명도 없게 됐다. 건설 전문경영인이 의사결정기구에서 빠지게 된 만큼 대림산업의 건설사업의 입지가 축소되는 것처럼 비춰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유화사업은 김상우 부회장이 이사회 구성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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