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구조조정]진에어, ‘제재의 역설’매출·수익성 둔화…경쟁 LCC보다 한·일 갈등 피해 덜 봐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05 08:29:24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4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에어는 “국토부의 제재로 성장세가 둔화했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상승하지 못했다”고 최근 IR에서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이후 국토부 제재로 손발이 묶인 진에어는 매출이 줄어들면서 성장세가 둔화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진에어에 내려진 ‘제재’가 꼭 리스크로만 작용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일본노선에서 불황이 이어지면서 경쟁 LCC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는 것과 관련해 특히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토부 제재, 신규 투자 ‘올 스톱’…매출 성장세 둔화
지난해 1분기 진에어는 매출 2798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7년 12월 상장(IPO)에 성공한 뒤, 공격적으로 시장을 파고든 결과였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진에어의 매출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갑질 사태’와 계절적 비수기 등으로 2분기 매출은 2265억원으로 감소했다.
성수기에 접어든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이 2755억원까지 회복세를 보였다. 겨울 성수기로 접어든 지난해 4분기에도 성장세가 조금 꺾이기는 했지만, 매출은 2288억원으로 2017년 4분기 2320억원 대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실제 수치로만 놓고 보면 ‘갑질 사태’가 불거지고, 주목도가 높았던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면 매출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진에어의 사업 계획에 비춰 보면, 지난해 진에어가 제재로 인해 입은 피해는 ‘성장 동력 상실’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진에어는 항공기 신규 도입, 노선 확대 등을 통해 매출을 늘리며 사세를 확장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이런 차원에서 항공기 추가도입, 신규 인력 채용, 노선 확장 등이 계획돼 있었다. 실제 상장에 성공하면서 진에어는 그 동안 그려온 청사진을 곧바로 현실화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진에어는 상장을 통해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공모구조는 신주발행 300만주와 구주매출 900만주로 구성됐다. 구주매출을 통해 한진칼이 2862억원을 확보했고 진에어에는 954억원 가량이 유입됐다. 이 당시 신주 발행으로 현금을 확보하면서 2016년말 287.93%에 달했던 진에어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5.17%로 하락하면서 투자 환경도 개선됐다.
지난해 1분기 말 진에어가 발표한 중장기 항공기 도입 계획은 2018년 말까지 기존 25대의 항공기를 총 30대까지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9년 3분기 현재 진에어가 보유한 항공기는 26대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진에어는 국토부의 제재에 손발이 묶이며 성장기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전화위복…’일본노선’ 대규모 부실 피했다
이런 가운데 올 1분기 진에어는 매출 2901억원을 기록, 오히려 지난해 1분기 대비 3.68%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재 이전 수준으로 매출 성장세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재 이전 신규 항공기 1대가 들어오면서 기존 26대 대비 1대 더 늘어난 항공기의 매출 효과가 올 1분기 실적에 반영 되면서 반짝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기 1대당 매출도 올 1분기 약 107억원으로 집계, 정상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4분기 85억원, 3분기 106억원 등 최근 추이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제재가 이어졌지만, '갑질 사태'로 들끓던 여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매출 회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올 2분기 매출은 2140억원, 올 3분기 매출은 223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52%와 18.73% 감소했다. 제재의 영향보다는 한·일 갈등으로 인한 일본노선 매출 급감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에어 '제재의 역설'이 시작된다. 전화위복이 이뤄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진에어의 일본노선 매출 비중은 2017년 1분기 이후 통상 20% 초반대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매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연간 24%를 기록했다. 올 2분기에는 26%까지 상승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진에어가 설립 초반부터 중장거리 LCC를 표방하며 취항했던 미주(하와이) 노선에서 수익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서다. 진에어는 공격적으로 대형항공사(FSC)의 영역인 중장거리 노선에 뛰어들었지만 생각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서비스 품질은 FSC에 못 미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탑승률은 늘 저조했다.
이후 진에어는 다른 LCC들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으로 보유 항공기를 재배치 했다. 이 과정에서 진에어가 공격적으로 신규 노선을 늘린 곳이 일본이었다. 그러나 한·일 갈등으로 일본 노선이 타격을 입으면서 진에어도 다른 LCC들과 마찬가지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에어의 피해는 경쟁 LCC보다 상대적으로 덜했다. 국토부 제재로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지 못하고, 신규 노선 취항도 제한되면서 일본노선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때 진에어가 항공기를 도입하고, 노선 확대 경쟁에 뛰어들었다면 현재 더 큰 손실을 봤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가 제재로 인해 제때 성장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재 과정에서 일본 노선 등에 대한 신규 투자가 중단됐던 만큼 최근 불거진 한일갈등의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손실을 덜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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