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핵심 DS부문에 '재무통' 박학규 사장 승진발령 김기남 부회장, 종합기술원장직 내려놔…올해 시스템 반도체 '사활'
김슬기 기자공개 2020-01-21 07:22:32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삼성전자는 2020년 정기인사를 통해 회사의 캐시카우인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 보다 힘을 줬다. 삼성전자 DS부문을 이끄는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장직을 내려놓고 DS부문장 자리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재무전문가인 박학규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부사장을 다시 삼성전자로 복귀시키면서 사업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20일 삼성전자는 2020년 정기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대표이사 김기남 부회장의 위촉업무를 변경했다. 김 부회장은 DS부문장과 종합기술원장을 겸직하고 있었으나 DS부문장 업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 박학규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부사장을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고동진 사장 공동대표 3인 체제를 3년째 유지하기로 했다. 김 부회장은 그간 이재용 부회장과 이상훈 이사회 의장 등의 사법이슈가 불어진 가운데 안정적으로 삼성전자를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던 가운데 올해에는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면서 다소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 외에 시스템 반도체 육성이라는 막중한 과제가 놓여있다는 것은 부담일 수 있지만 김 부회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의 유임은 이미 대다수가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박학규 사장의 컴백은 뜻밖이었다. 하지만 그룹 내의 재무통으로 실력만큼은 최고로 손꼽힌다. 자기 관리가 철저할 뿐 아니라 '독종'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일벌레로 유명했다는 평이다. 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의 재무상황을 잘 알고 있는 그를 전자의 핵심인 반도체사업의 살림을 맡긴 것은 그의 능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64년생인 박 사장은 청주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에서 일했다. 입사 후 삼성기업구조조정본부 재무팀(상무보),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상무보),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상무) 등을 거치는 등 그룹의 핵심조직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이후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전무·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2014년부터 박 사장은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부사장)으로 있으면서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 업무를 전담해왔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2016년 3월 삼성미래전략실이 해체됐고 그는 이와 관련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동반 사퇴했다.
하지만 사퇴 이듬해인 2017년 11월 삼성SDS의 경영지원실장(CFO)로 다시 복귀하면서 삼성그룹의 품으로 돌아왔다. 삼성SDS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대주주로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분이 커 삼성그룹 내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그가 삼성SDS의 CFO를 맡은 뒤 삼성SDS의 재무상황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8년 삼성SDS는 매출 10조원을 달성했고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1조1856억원까지 확대됐다. 잉여현금흐름(FCF)는 7620억원대까지 커졌다. 부채비율은 2017년(27.2%)에 비해서 소폭 증가한 30.3%였으나 단기차입금의존도는 0%대였다. 2019년에도 매출 및 이익은 견고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박 사장의 복귀로 삼성전자 DS부문 내 효율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박학규 사장은 삼성전자 해외관리그룹, 멕시코법인 관리, VD사업부 지원그룹장,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등을 거친 재무전문가로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반도체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연간 기준으로 65조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13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2018년에는 반도체 사업에서만 매출액 86조2900억원, 영업이익 44조58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반도체 업황이 다시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위해 극자외선(EUV) 공정 투자 확대와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확충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기남 부회장의 리더십 및 전문성과 박 사장의 재무 관리 능력을 더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 초격차'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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