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기다림의 미학', 베르살리스 살릴까 [Company Watch]작년 영업손실 850억…눈길 끄는 LCPL '부활' 사례
박기수 기자공개 2020-04-01 08:54:3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15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영업손실 850억원, 순손실 1838억원. 롯데케미칼이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이하 베르살리스)'가 경영 위기에 빠졌다. 롯데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의 종속·공동·관계 기업 중에서 지난해 베르살리스보다 손실 규모가 큰 법인은 없다.통상 실적이 부진하거나 재무 구조 등이 부실한 자회사는 정리 절차를 밟는 게 일반적이다. 베르살리스는 지난해 말고도 2018년에도 8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아무리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이 넘는 롯데케미칼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무게감이 있는 숫자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아직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석유화학협회 행사에서 만났던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역시 "베르살리스는 이제 성장을 준비하는 회사"라며 섣부른 '정리설(設)'을 경계했다.
워낙 롯데케미칼이라는 회사가 재무적으로 건실한 회사이기 때문에 자회사 운용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만 수익 창출이 곧 존재 이유인 '기업'이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회사를 모회사가 건실하다는 이유만으로 방치할 리는 없다. 현재 대규모 손실을 '성장통'으로 인식하고, 언젠가 베르살리스의 고무 사업이 큰돈을 벌어다 줄 유망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베르살리스는 이탈리아 국영 석유화학기업 '베르살리스'와 2013년 합작으로 설립된 회사다. 이후 두 회사가 투자를 단행해 2017년 연간 10만 톤 규모의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와 이중합성고무(EPDM)을 생산하는 공장을 준공했다. 주 타깃은 타이어 업체들이다. 친환경 타이어 시장의 확대를 겨냥하며 롯데케미칼은 연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아직은 예측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내' 끝에 결실 본 LCPL
다른 기업이었으면 조용히 사업 철수를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베르살리스 법인이지만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운용법 역사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롯데케미칼은 유망한 사업이라면 성과가 나기까지 꾸준히 기다리는 관습을 이어왔다. 이런 '기다림의 미학'은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 이하 LCPL)에서 잘 드러난다.
LCPL은 롯데케미칼이 2009년 파키스탄 현지의 '파키스탄PTA'의 지분 70.1%를 148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인수 후 초반만 하더라도 우호적인 PTA 시황에 성공적인 M&A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201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전 세계 PTA의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한순간에 적자를 보는 법인으로 전락했다. 2013년 영업손실 32억원을 기록하더니, 2014년에는 266억원이라는 낯선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과감한 재편을 택했다. 당시 LCPL의 자회사였던 '롯데파워젠(Lotte Powergen Limited)'을 LCPL로 합병하고, 법인장 교체를 통해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섣부른 매각 등 정리 작업 대신 인내심을 가진 결과 LCPL은 빠르게 회복했다. 2016년부터 다시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고, 2018년부터 시황도 회복되면서 다시 '효자 자회사'로 거듭났다. 2018년과 지난해 LCPL의 영업이익은 각각 625억원, 571억원이다. 지난해의 경우 LCPL보다 영업이익을 많이 낸 종속기업은 말레이시아 타이탄(651억원)과 LC USA(747억원)뿐이다.

◇흑자 전환에도 매각된 LC UK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운용법을 들여다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지난해 롯데케미칼 영국 법인(LOTTE Chemical UK Limited, 이하 LC UK)의 매각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LC UK의 지분 전량(100%)을 멕시코 석유화학 회사 '알펙(Alpek)'의 자회사 '디에이케이아메리카스(DAK Americas)'에 약 1000억원에 매각했다. 눈여겨볼 점은 LC UK가 2018년 순이익 421억원을 벌었던 나름 괜찮은 자회사였다는 점이다.
물론 LC UK는 롯데케미칼에게 상처를 많이 입힌 곳이긴 했다. 2010년 인수 이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순손실만 무려 264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2018년 극적인 반전을 이루며 수익성을 회복했으나 롯데케미칼의 선택은 '매각'이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매각 이유로 '중장기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했다. LC UK는 LCPL처럼 PTA사업을 영위하던 회사였으나 2013년 PTA 공장을 폐쇄하고 테레프탈라이트(PET)만을 생산해왔다. 지금 시점에서 LC UK를 평가해보니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제품과는 크게 시너지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사례로 미뤄봤을 때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운용법은 수익성보다 시너지 효과에 무게추가 실려 있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LCPL와 LC UK의 사례로 베르살리스의 미래를 예단해볼 수 있을까.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본격적인 수익이 나려면 '인증' 절차가 필요한데 해가 지날수록 인증률이 높아지고 있다"라면서 "베르살리스의 경우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도 맞아떨어지는 법인이기 때문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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