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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치킨게임, 한국판 아마존 등장 '기대뿐' 미국 장악 다른 양상, 최후 승자 '요원'…10년째 출혈 경쟁, 유통 공룡 가세

양정우 기자공개 2020-04-16 14:46:5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4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치킨게임에 마침표를 찍을 최후 승자가 나올 것인가. 온라인 유통시장은 어느 때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지만 이커머스 업체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며 너도나도 출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최후 승자의 등장은 요원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은 압도적 선두가 나오지 못한 가운데 경쟁자가 너무 늘어났다. 아마존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간 것과 다른 양상이다. 시장 장악으로 수익성을 높이지 못하니 각자 외부 수혈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유통 공룡까지 참전을 선언한 터라 치킨게임이 일단락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출혈 경쟁의 고삐를 늦추면 기존 점유율을 지키는 것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승자 독식' 치킨게임, 끝없는 승부…아마존, 시장 장악 후 탄탄대로

국내 이커머스의 시초인 소셜 커머스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 뒤로 10여 년이 흘렀으나 이커머스 시장의 승자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손해를 감수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최후의 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저마다 미국 아마존을 목표로 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시장 여건이 녹록치 않다.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유통시장을 점령한 뒤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업 이후 8년여 간 적자가 누적됐지만 시장 장악을 끝낸 후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74억달러, 39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한국판 아마존의 등장이 요원한 건 무엇보다 시장의 경쟁 강도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설립된 1990년 대 후반은 아직 이커머스의 콘셉트가 생소했고 온라인 유통 채널에 공격적 투자를 벌이는 기업도 드물었다. 아마존이 혁신적 사업 모델로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이유다. 시장 점유율이 30~40%에 이른 뒤엔 자체 현금흐름으로 재투자에 나서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개화 시점에 동시다발적으로 창업 릴레이가 벌어졌다. 그 뒤로 소셜 커머스 출신 쿠팡과 위메프, 티몬은 물론 11번가와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 업체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독보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없다보니 경쟁 강도가 매우 높다.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은 오랜 기간 적자가 누적된 탓에 외부 수혈을 통해 투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쿠팡이 2018년 유치한 투자 규모만 20억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기존 유통 공룡의 참전 선언으로 치킨게임은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온라인 채널 롯데온)과 신세계그룹(SSG닷컴)은 오프라인 사업이 흔들린 후 온라인 패권을 차지하고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새로운 경쟁자는 향후 강력한 라이벌로 탈바꿈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격적 투자를 지속할 재무 여력이 충분한 데다 기존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접목할 여지가 크다.

◇아마존, IT·물류 혁신 기술 '진입장벽'…국내 이커머스, 경쟁강도 심화 '일로'

아마존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혁신 사업에 치중할 여력을 확보했다.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된 만큼 정보통신기술(IT)과 물류 서비스 등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혁신 기술에 투자한 성과는 이제 다른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진입 장벽으로 자리잡았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AWS(Amazon Web Service)가 대표적이다. 그간 급증하는 고객을 모두 수용하고자 인터넷 서버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 왔다. 이 서버 여력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비즈니스가 바로 서버 렌탈 서비스(AWS클라우드 서비스)다. 아마존 사내 서버를 빌려준 뒤 사용료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지난해 4분기 26억달러)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독보적 수익 모델을 고안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경쟁 강도가 심하다보니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것도 녹록치 않다. '현금창출→재투자'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판매가격은 최대한 낮춰야 하는데 인건비와 광고비,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의 부담이 늘상 버거운 상태다. 그렇다고 판매가격을 조정하면 당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한 티몬이 지난 3월 첫 월간 흑자(1억6000만원)을 달성했다. 앞으로 월간 흑자 100억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티몬의 수익 실현이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전개될지 미지수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 게 녹록치 않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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