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1분기 너무 빨랐다’…대출 속도조절론 '한도대' 러쉬, 6.5조 잔액 증가…신규대출 목표 4%→5%로, 정책금융 방점
고설봉 기자공개 2020-05-08 09:57:37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6일 1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최근 경영전략을 일부 재조정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 1분기 대출잔액이 크게 늘어난 만큼 2분기부터 신규 대출 취급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가파른 대출잔액 증가로 자기자본(BIS)비율 등 자본적정성이 하락한 만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신한은행의 올 1분기 대출잔액은 231조4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대비 6조466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증가율은 2.87%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대출 증가율이 2.6%였던 점을 감안하면 예년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금액으로도 약 1조원 이상 대출잔액이 불어났다.
올 1분기 대출잔액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올 1분기 대출 증가율은 가계가 1.77%로 예년 수준을 밑돌았다. 반면 기업은 4.05%로 예년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특히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도대출 실사용액을 최대로 늘렸다. 신한은행의 대기업대출은 올 1분기에만 2조32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12.91% 가량 늘었다. 지난해 1분기 대출 증가율(2.96%)과 비교해도 약 4.4배나 더 많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하락 우려로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한도대출의 실사용액이 급증했다"며 "이와 함께 소호, 중소기업, 가계일반자금 등 정부 정책에 발맞춰 대출을 많이 늘렸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대출과 소호대출도 지난해 4분기 대비 각각 2.3%와 2.4% 증가했다. 이는 예년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책자금 대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대출잔액도 커졌다.
같은 기간 가계의 일반자금 대출도 5.64% 증가했다. 생활비대출 등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그동안 가계 대출의 핵심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2.57% 감소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강화와 주택경기 하락세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 가계 등 대출이 일시에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신한은행 및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대출잔액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하락 압력이 더해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본적정성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올 1분기 신한은행의 자기자본(BIS)비율은 15.5%를 기록했다. 2018년 4분기 이후 개선세를 보여왔지만 직전 분기 대비 0.54% 포인트 하락했다. 기본자본(Tier1)비율은 13.1%로 하락했고, 보통주자본(CET1)비율도 12.4%로 낮아졌다.
신한은행의 영향으로 신한금융의 자본적성성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BIS비율은 0.2% 포인트, Tier1비율은 0.3% 포인트, CET1비율은 0.3% 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아직 신한은행과 신한금융 모두 기준치를 크게 웃돌지만 기초체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진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하반기 대출 확대에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미 올해 계획했던 대출잔액 증가 목표의 72%를 1분기 달성한 만큼 최대한 속도를 늦추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경영목표로 신규대출 9조원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1분기 신규 대출액은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분기 대출이 빠르게 늘었는데, 계획했던 것 대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있다”며 “이런 속도로 대출을 늘리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그렇게 가야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기업과 가계 모두 자금 수요가 늘어났고, 정부의 정책금융 요구가 커지면서 대출을 무작정 제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올해 대출잔액 증가율을 기존 4%에서 5%로 상향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대출잔액 증가 목표는 기존 9조원에서 11조25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요청을 어떻게 수용할지가 고민되는 지점”이라며 “중소, 소상공인 대출은 계속하고, 다른 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전체적으로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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