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다른' 현대차 실적, 실질 수익성은 개선됐다 코로나19·대규모 엔진품질비용 탓 손익 악화, 고수익모델 확대 통한 '믹스개선' 지속
김경태 기자공개 2021-01-27 11:26:47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6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코로나19 확산과 대규모 엔진품질비용 반영이 겹치며 실적이 악화했다. 특히 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다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내밀히 들여다보면 수익성 강화 기조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 고수익 모델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현대차는 26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작년 4분기 연결 매출 29조2433억원, 영업이익 1조64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5.1%, 4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기와 비교해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은 1조3766억원으로 78.3% 증가했다.
작년 연간으로는 연결 매출 103조9976억원, 영업이익 2조7813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각각 1.7%, 22.9%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2조1178억원으로 33.5% 감소했다.
연간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면서 현대차는 잠정실적 외에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을 공시해야 했다. 현대차가 이 공시를 한 것은 2018년 연간 실적을 밝히던 2019년1월 이후 2년만이다.
실적 악화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작년 현대차의 국내외 자동차 판매량은 374만4737대로 전년보다 15.4% 줄었다. 이로 인해 자동차부문 매출은 8조557억원으로 2.3% 감소했다. 금액 규모는 1조9100억원 축소다.
내수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등에 힘입어 78만7854대로 6.2% 늘어 선방했다. 해외가 295만6883대로 19.7% 감소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 수요는 국내를 제외하고 주요국이 모두 위축됐다. 미국(-14.6%), 유럽(-24.3%), 중국(-6.6%), 인도(-17.4%) 등에서 수요가 줄면서 현대차도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외에 손익 악화의 결정적 요인은 대규모 엔진 품질비용이다. 현대차는 작년 10월 중순 3분기에 약 3조4000억원의 비용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몫은 각각 약 2조1000억원, 1조3000억원이다. 이 영향으로 작년 3분기 자동차 부문 영업손실은 911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현대차는 해당 비용을 매출원가와 판매및관리비(판관비)에 반영했다. 작년 연간 기준으로는 판관비 중 판매보증비가 4조4270억원으로 전년보다 69.6% 증가했다. 4분기 선전에도 불구하고 3분기의 빅배스(Big Bath) 탓에 연간 손익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과 엔진품질비용을 들어내면 오히려 근원적인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과 비교해 영업이익 감소 증감 요인을 보면 판매물량 축소로 인한 금액은 1조9340억원, 기타비용은 1조9900억원이다.
이 외에 믹스 개선으로 2조4800억원이 증가했다. 고수익 모델인 SUV 차량과 제네시스 판매 비중이 확대했기 때문이다. 작년 연간 기준 현대차 판매량 중 제네시스는 3.4%의 비중을 차지한다. 전년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SUV는 43.2%로 2.7%포인트 올라갔다. 펠리세이드, 투싼, 싼타페, 크레타 등이 효자 노릇을 했다.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CFO) 부사장은 컨콜에서 "3분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실질 이익은 전년 대비 두자릿수 개선되며 지속적 펀더멘털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재무부서는 작년 엔진품질비용을 예측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금액을 산정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반영한 비용은 2037년까지 고려된 것이다. 장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면서 향후 실적에 부담을 던 셈이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이후 산업 회복세를 고려해 올 글로벌 판매 목표를 416만대로 잡았다. 작년보다 11.1%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작년과 다른 양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 중국, 유럽, 인도 등 다른 주요국은 확대하는데 국내는 5.9% 감소로 예상했다. 개소세 인하 시점이 올 상반기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내수 판매 목표는 산업 수요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면서 믹스개선을 지속 추진해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구자용 IR담당임원(전무)은 컨콜에서 "GV80, 투싼, GV70 등 신차들을 통해 SUV 비중을 지난해 63%에서 66% 수준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제네시스 비중 역시 지난해 2.6%에서 6% 수준으로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밝혀온 수익성 향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작년 12월에도 이전 발표와 마찬가지로 2025년에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 8% 확보를 공언했다. 올 영업이익률 목표는 4~5% 수준으로 잡았다.
다만 친환경차 판매 확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아직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차 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중국에서 미스트라EV를 출시하고 3월말 경에는 E-GMP(전기차 전용 플랫폼)로 생산되는 첫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유럽에 출시하는 등 총 4개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서 부사장은 컨콜에서 "아이오닉5 출시로 인한 전기차 판매 확대는 단기적 수익성에 부담이 될 것이나 중장기 전동화 리더십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전기차 전용 부품 재료비 혁신과 수익창출 방안을 지속 검토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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