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명분·실리’ 다 잡았다…수요예측 ‘2조’ 주문 확보 [Deal Story]사상 첫 녹색채권 흥행, 친환경차 개발 투자재원…연초효과도 작용
이지혜 기자공개 2021-02-05 10:01:57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3일 11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살렸다. 사상 처음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조원이 넘는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수요예측 참여금액 규모는 올 들어 두 번째로 크다. 조달금리도 대폭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만기구조에서 개별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수요가 형성됐다.‘역시 현대차’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실적이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머잖아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여기에 연초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수요예측 흥행에 열기를 더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각종 중앙회, 자산운용사까지 수요예측에 앞다퉈 참여했다.
현대차가 공모채를 증액발행할 가능성도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녹색채권 최대 발행규모(단일 회차 기준)를 경신할 수도 있다.
◇수요예측 참여금액 2조1100억, 가산금리 ‘언더’
현대차가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2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모집금액은 3년물 1500억원, 5년물 1100억원, 7년물 400억원 등 3000억원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두 2조110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3년물에 7400억원, 5년물 9700억원, 7년물 4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올 들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SK이노베이션이 1월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조170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하며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현대차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가산금리도 모든 만기구조에서 개별민평금리를 밑돌았다. 모집금액 기준으로 3년물은 -6bp, 5년물 -16bp, 7년물 -22bp다. 현대차는 모든 만기구조의 공모희망금리밴드를 -20~+20bp로 설정했는데 7년물은 밴드 하단보다 낮게 수요가 형성됐다.
이는 AAA급 등급민평금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3년물과 5년물, 7년물 개별민평금리가 AA+급 등급민평금리보다 높았다. 그러나 현재 개별민평금리에 가산금리를 적용하면 5년물과 7년물 조달금리가 AAA급 등급민평금리보다 낮아진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AA+ 등금민평금리가 이미 낮은 상황인데 여기에서 금리를 더 낮췄다”며 “최근 AA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투자자들의 피로도가 높았는데도 현대차가 선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군도 다양했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과 각종 중앙회, 자산운용사 등이 골고루 참여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부진보다 성장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현대차는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2020년 영업이익 2조7813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2019년과 비교해 22.9% 줄었다.
그러나 2021년 실적 전망은 밝은 것으로 분석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완화하면서 올해 완성차 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2020년 현대차가 내수시장에 힘입어 경쟁 완성차회사에 비해 양호한 사업실적을 낸 만큼 중단기적으로 시장회복과 함께 실적 개선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녹색채권으로 전기차 시대 ‘가속페달’ 밟는다
현대차는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데 쓴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전기차 연구개발에 8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하기로 했는데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여기에 투입된다.
이는 현대차의 경영 목표에 부합한다.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2025년까지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투자금액은 8조9000억원이다. △전기차를 생산하고 주요 부품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4조5000억원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에 3조5000억원 △글로벌 첨단기술기업 인수와 합작 등 전략투자에 9000억원을 투입한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의 이번 녹색채권이 환경부 가이드라인과 ICMA(국제자본시장협회)의 원칙을 준수한다고 판단했다. 또 사회책임투자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측면에서도 탁월하다고 바라봤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의 녹색채권은 기후와 환경보호에 공헌하고자 하는 ESG정책에 부합한다”며 “특히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한국신용평가의 녹색채권 평가기준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았다. 프로젝트 평가와 선정절차, 자금관리, 사후보고와 공시, 발행기업의 ESG 관련 활동 등이 주요 평가요소다. 최종 결과는 GB1으로 최고등급이다.
녹색채권 조달자금 규모가 6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금리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이번 녹색채권을 최대치로 증액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는 단일 회차 기준 녹색채권 최대 발행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종전 최대 기록은 SK에너지와 현대체철로 녹색채권을 각각 5000억원씩 발행했다.
한편 현대차는 증액 여부를 결정한 뒤 이번 공모채를 9일 발행한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인수단으로 현대차증권과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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