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수요예측 대박에도 '증액없다'…'의외' 평가 [Deal Story]3000억 모집에 2조200억 수요 확보, '언더' 금리 확정…녹색채권 사후관리 만전
이지혜 기자공개 2021-02-26 11:16:56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5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가 공모 회사채를 증액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단일 회차기준 녹색채권 최대 발행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는데 의외라는 시선이 많다. 더욱이 기아는 이번 수요예측에서 2조원이 넘는 주문을 받았다. 모집금액 기준 금리수요도 개별민평금리를 한참 밑돌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기아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연구개발하겠다는 취지로 이번에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기아 사상 첫 발행이자 올 들어 비금융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세 번째 발행이기도 하다. 한국신용평가에서 인증평가를 받은 결과 모든 부문에서 합격점을 받으며 최고등급을 획득했다.
◇2조 오버부킹에도 모집금액 그대로 발행
기아가 이번 공모채를 최종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3년물 1000억원, 5년물 1500억원, 7년물 500억원 등이다. 모집금액만큼만 공모채를 발행키로 최종확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24일 정정공시 마감 직전까지 논의하다가 증액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AA급 공모채는 투자자들도 증액 발행을 기대하고 수요예측에 입찰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기아는 2015년 공모채 시장에 데뷔한 이래 지난해까지 매번 공모채를 증액 발행해왔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AA급 발행사들이 일반적으로 모집금액을 적게 설정하고 증액 발행해 오버부킹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고 말했다.
더욱이 기아는 이번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참여금액을 기록했다. 기아는 23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두 2조2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3년물에 7500억원, 5년물 8700억원, 7년물 4000억원 등이다. 올 들어 2조원이 넘는 주문을 받은 기업으로 SK이노베이션, 현대자동차 등이 있다.
금리수요도 개별민평금리에 한참 못 미친다. 모집금액 기준으로 3년물은 개별민평금리 대비 -11bp, 5년물은 -20bp, 7년물은 -30bp에 수요가 형성됐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개별민평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볼 것”이라며 “AA급 공모채를 향한 투자수요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기아는 정반대의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기아는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 AA0/안정적을 받았다. 최근 AA급 회사채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자 상대적으로 수요가 약해지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기아는 예외였다.
코로나19에 따른 부진을 곧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아는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매출 59조1681억원, 영업이익 2조665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2.8% 늘어났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1조2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7.6%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유럽과 신흥국 판매가 부진했고 국내 공장 파업, 비우호적 환율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컸다”며 “그런데도 SUV 중심으로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2013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녹색채권 자금관리·사후보고 ‘만전’
기아가 사상 처음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한다는 점에서 이번 채권은 의미가 깊다. 녹색채권은 친환경사업에만 조달자금을 쓸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현대차그룹 비금융 계열사 가운데 녹색채권 등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기아를 포함해 올 들어 모두 세 곳이다. 현대제철과 현대자동차 등이다.
기아는 녹색채권으로 조달하는 금액을 모두 전기차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쓰기로 했다. 이는 앞서 녹색채권을 발행한 현대자동차와 같다.
기아가 녹색채권의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다고 환경부와 최근 MOU를 맺었다. 이에 따라 기아는 녹색채권으로 조달한자금의 집행코드를 세분화해 프로젝트별 투입자금과 미사용자금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또 녹색채권 만기까지 연간 1회 이상 외부 공시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자금을 모두 배분할 때까지만 외부 공시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한층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기아는 이런 외부공시를 투자자안내문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원사업 관련 정보와 사용·미사용 금액 총계, 지원사업의 환경 개선 기여도 예상 수치 등의 정보가 담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MOU는 사후보고도 외부기관에서 검토받는 것을 권고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라며 “기아가 한국신용평가 등 외부기관에서 사후보고의 인증평가를 해마다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아는 이번 공모채를 3월 3일 발행할 예정이다. 대표주관업무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맡았고 인수단으로 현대차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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