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의장, 삼성전자 이사회 중심 경영 재편의 상징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②노동·기재부 장관 출신, 장충기 전 사장과 중·고·대 선후배 '눈길'
원충희 기자공개 2021-08-06 07:20:13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이자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선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한국의 자랑임과 동시에 반재벌 정서의 중심에서 상반된 시선을 감내하는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정상의 자리를 노리는 무수한 경쟁자들과 정치권·시민단체의 촘촘한 감시망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수 많은 난관속에 삼성전자란 거함을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4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로 인해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역시 변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난 곳은 이사회다. 구성원 수가 늘었고 사외이사 입지도 강화됐다.2018년에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CEO)의 분리된 데 이어 지난해는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아왔던 관례가 깨졌다. 사상 첫 사외이사로서 의장직에 선임된 박재완 의장(사진)의 등장은 파격인 동시에 총수 부재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였다.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로 구심점이 사라진 그룹은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됐다"라며 "자연스레 각사별 이사회 기능이 강화되고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대표이사가 맡던 의장직도 사외이사에게 넘어갔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사외이사 의장이 된 박 의장은 이사회 중심 경영 재편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삼성은 그간 '총수-미전실-계열사 전문경영인' 삼각체제로 운영됐지만 오너 구속과 컨트롤타워 해체로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 이사회를 새로운 경영 축으로 삼아 각자도생하는 방법이다.
박 의장은 2016년 삼성전자 이사회에 입성, 당시 6명의 사외이사 중 가장 고참이었다. 또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와 감사위원회의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친 만큼 이사회 내에서도 무게감이 남다른 인물이다. 그가 의장으로 선임된 이유다.
1955년 경남 마산 출생인 박 의장은 부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73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시절 종암동 하숙집에서 한 살 형이던 장충기 전 삼성 미전실 차장(사장)과 같이 어울렸다. 당시 무역학과 72학번인 장 전 차장과는 마산 태생에 마산중학교와 부산고, 서울대 선·후배란 공통점이 있었다.
이후 박 의장은 1979년 행정고시(23회) 합격을 계기로 관료생활을 시작해 감사원, 재정경제원, 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쳐 1996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부교수로 학계에 발을 디뎠다. 그가 정치일선에 나간 것은 2004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을 역임했을 때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산업자원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회개혁특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2007년 12월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은 뒤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에 이어 노동부 장관, 기재부 장관을 내리 거쳤다. 2013년 3월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으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가 삼성전자 이사회에 들어온 것은 이건희 회장이 병석이 누운 지 2년 쯤 지난 때였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2015년 9월)으로 이재용 부회장 승계가 8부 능선을 넘던 시기였다. 첫 사외이사 임기 중인 2017년 2월 국정농단 여파에 휘말려 이 부회장이 구속된데 이어 8월 그룹의 2인자였던 최지성 미전실장과 장충기 차장도 실형선고를 받았다.
이 여파는 박 의장에게도 미쳤다. 2019년 3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그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두고 28.59%의 반대표가 쏟아졌다. 그간 주총 안건 가운데 오너일가가 아닌 인물의 이사 선임안을 두고 30%에 육박하는 반대표가 쏟아진 것은 드문 일이다. 실제로 2011년부터 10년간 등기이사 안건을 보면 기본적으로 9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그럼에도 박 의장에 대한 삼성전자의 신뢰는 탄탄했다. 그를 재선임 추천했으며 이후 의장직에 선임한 것만 봐도 회사가 박 의장을 어떻게 보는지 가늠하기 충분하다. 이사회 의장은 주요 의사결정 안건의 상정여부를 결정하고 이사회를 소집해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이사들 간의 조정자 역할도 수행하는 중책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박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일부 수용한 삼성전자가 CSR위원회를 확대 재편한 곳이다. △사회적 책임 △주주가치 제고 △위원회 산하 연구회 및 협의회 업무 등을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해 설치됐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곳은 세간에는 '지주회사 전환'을 주도할 위원회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 등으로 지주사 계획이 무산되면서 역할이 애매해졌다. 이 와중에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는 추세를 감안,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변경해 ESG 의미를 더했다. 이사회 내에서 ESG 경영에 대한 박 의장의 역할과 발언권도 한층 강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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