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맺는 DS운용 비상장투자]개인 자산가의 비상장사 투자 '길' 열었다①디퍼런트 펀드 시리즈, 새로운 시장 개척…그들만의 리그에 개인투자자 입성
양정우 기자공개 2021-09-07 07:25:10
[편집자주]
DS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비상장투자가 타깃인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를 출시했다. '디퍼런트(Different)' 시리즈는 사모운용사의 새 길을 개척했고 기관 전유물인 비상장투자를 개인투자자에게 안내했다. 이제 비상장투자는 운용업계의 핵심 파트로 자리잡았다. 어느덧 청산을 맞은 디퍼런트 펀드가 헤지펀드 시장에 그은 한 획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을 전후해 벤처투자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정부 정책 자금이 모험 자본 성격의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를 중심으로 뭉칫돈이 쏟아졌다. 이 자금줄을 거머쥔 게 벤처캐피탈인 터라 비상장투자도 자연스레 호황기를 맞이했다.하지만 비상장사 투자가 '그들만의 리그'인 게 문제였다. 투자 관점에서 최대 수익 기회인 '비상장→상장' 구간을 위탁운용사(GP)인 벤처캐피탈과 출자자(LP)인 기관투자자가 독차지했다. 이 독식 구조를 깨뜨리면서 개인투자자에게 투자의 장을 제시한 게 바로 DS자산운용이다.
◇DS 디퍼런트 시리즈, 헤지펀드 '한 획'…개인투자자, 비상장투자 루트 확보
국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업계에서 비상장사가 타깃인 블라인드펀드는 2016년 8월 DS운용이 출시한 '디에스 Different. G(245억원)', '디에스 Different. R(202억원)', '디에스 Different. P(166억원)' 등이 최초였다. 이들 디퍼런트 시리즈는 총 결성액 613억원으로 스타트를 했다.
DS운용이 자문사에서 사모운용사로 전환할 때부터 비상장투자를 주축으로 삼았던 건 아니다. 하우스에서 고유계정 투자에 대한 니즈가 강했는데 상장사에 투자하자니 내부 통제 이슈가 우려됐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상장사 투자에 접근했다. 애당초 창업주인 장덕수 회장을 비롯한 설립 멤버가 스틱인베스트먼트 출신이어서 벤처투자엔 일가견이 있었다.
텃밭과 같았던 비상장사 투자는 단숨에 성과를 냈다. 고유계정 투자는 물론 상장주식에 비상장투자를 가미한 '秀(수)·智(지)·賢(현)·福(복)' 한자펀드 시리즈에서도 알파 창출이 두드러졌다. 수익률을 확인하자 먼저 핵심 고객층에서 비상장투자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DS운용이 동종업계에서 처음으로 비상장사만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구상했던 배경이다.
판매사(증권사)를 설득한 끝에 공식 론칭한 디퍼런트 G·R·P 펀드는 시중 자금을 단번에 끌어모았다. 첫 시도된 전략이지만 장덕수 이름 석자의 유명세가 제값을 했다. 당초 기획했던 600억원 대를 훌쩍 넘어선 자금이 몰렸으나 DS운용은 예정된 규모에서 펀드 조성을 일단락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던 터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물론 DS운용은 고객의 니즈에 충실히 응답했을 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가 비상장투자를 제도권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장본인이다. 그간 비상장주식은 오너 관계자 사이나 비공식적 루트로 알음알음 거래돼 왔으나 공인된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의 펀드로 투자를 벌이는 게 가능해졌다. 운용사에 수수료를 내는 만큼 정제된 딜로 분산 투자 효과까지 누리는 건 물론이다.
2015년~2016년 국내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는 연간 2조원 대에 안착했다. 2012년엔 1조원 대 초반에 머물렀다. 불과 3~4년만에 2배 규모로 껑충 뛰었다. 2016년을 기점으로 4년 뒤인 지난해(4조3045억원)엔 투자 볼륨이 다시 한번 2배로 확대됐다. 이 뭉칫돈은 자연스레 비상장사의 몸값을 높였고 전용 사모펀드가 나온 덕에 개인투자자까지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
비상장투자를 향한 개인투자자의 니즈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DS운용은 개척자의 트로피와 같은 시장 지배력을 토대로 폭발적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이 대폭 늘어난 건 물론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수익도 급증 일로를 걷고 있다. 그리고 첫 포문을 연 디퍼런트 시리즈는 지난달 말 마침내 청산까지 마치며 헤지펀드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메이저 운용사도 비상장투자 초점…자산가 강한 니즈, 트렌드 주도 무게
이제 사모운용사 입장에서 비상장투자는 익숙한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본래 현금이 창출되는 투자엔 앞다퉈 뛰어드는 게 헤지펀드의 본능이다. 다만 DS운용 이전까지 새 길을 틔워준 운용사가 없어 망설여왔을 뿐이다. 물론 비상장투자는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자위험감수도(risk tolerance)가 최고 수준인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 쿼드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 최상위권 하우스가 나선 건 물론 중소형 운용사 중에서는 아예 비상장투자 외길만 걷는 경우도 있다. 고객의 니즈뿐 아니라 비상장투자를 벌여야 할 유인도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공모주 우선 배정을 받는 코스닥벤처펀드에서는 비상장사 투자가 배정 요건의 하나로 인정 받는다.
운용업계 전반으로 비상장투자가 확대된 만큼 하우스별 접근법도 각양각색이다. 타임폴리오운용은 대체투자 파트에서 코스닥벤처펀드를 전담하고 있다. 펀드 유니버스가 주로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이다. 사명에 '폴리오'가 포함된 하우스답게 비상장투자도 포트폴리오 구축에 사력을 다한다. 최대한 다양한 비상장사를 담는 동시에 투자 구간(시리즈 A~D, 프리IPO)까지 감안해 종목 분포도를 넓히고 있다.
쿼드운용의 경우 바이오 섹터에 특화된 비상장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박사진으로 구성된 핵심 펀드매니저는 업계 '톱' 수준으로 꼽힌다. 바이오 투자로 명성을 쌓은 웬만한 벤처캐피탈보다 인력 구성이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쿼드 콜라보 시리즈의 경우 코스닥에 상장한 미국 바이오사 네오이뮨텍에 투자해 올해 상반기 수익률이 100%를 넘겼다.
사모펀드의 비상장투자 전략이 다채롭게 진화하는 건 결국 소비자인 개인투자자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후 비상장투자 전용 펀드는 신규 결성이 어려운 시점이다. 불똥이 튄 수탁사(은행)를 중심으로 펀드 수임을 지양하고 있다.
그럼에도 증권사 PB센터 등 고객과 접점을 이루는 창구에서는 비상장투자를 향한 러브콜이 여전하다. 초고액자산가(VVIP)는 물론 3억원 이상 투자가 가능한 개인투자자의 최선호 상품으로 꼽힌다. 시장의 상흔이 회복될 즈음엔 비상장사가 타깃인 펀드가 다시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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