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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과 대우건설의 이유 있는 선긋기 [thebell note]

이정완 기자공개 2021-12-02 07:34:3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흥그룹이 이달 초 대우건설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다. 7월 초 KDB인베스트먼트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5개월 만이다. 성공적인 마무리를 앞두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중흥그룹은 지난 5월 KDB인베스트먼트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우건설 직원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노조는 중흥그룹이 매수자로 확정된 뒤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할 만큼 반발이 거셌다.

대우건설 구성원은 중흥그룹에 인수된 후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발생할 주택 영업 능력 저하에 대한 걱정이 컸다. 대형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한 서울·수도권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우건설은 주택 사업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보다 많은 건설사다. 주택 사업 영업이익이 토목·플랜트 사업 영업적자를 만회하는데 주택 사업이 위축되면 치명적이다.

중흥그룹은 호남을 중심으로 성장한 건설사이기 때문에 대우건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대표 건설사인 중흥토건이 17위인 반면 대우건설은 5위로 격차가 크다.

중흥그룹은 새 주인에 대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 독립경영을 택했다. 실사 과정에서 대우건설 내부 구성원과 만나 ‘중흥S-클래스’와 브랜드 통합 없이 ‘푸르지오’와 ‘써밋’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독립경영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의지이다. 대우건설이 번 이익은 오로지 대우건설만을 위해 쓰고 이를 통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222%인 부채비율도 100% 초반까지 낮춰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흥그룹은 1998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사례를 언급하며 독립경영을 통한 성장 모델을 따르겠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반응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도시정비사업에서 3조7000억원 넘게 수주하며 창사 후 처음으로 3조원 넘는 수주를 기록했다. 업계 1위를 다투는 수준으로 중흥그룹이 인수자로 정해지면 곧바로 재개발·재건축 수주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다.

중흥그룹은 전국구로 주택 사업을 확대함과 동시에 취약 부분인 해외사업 다각화를 위해 대우건설 인수를 결정했다. 중흥그룹이 2009년 이후 제대로 된 주인을 찾지 못했던 대우건설의 성장을 위한 조력자가 될지 주목된다. 대우건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때 비로소 중흥그룹이 원했던 대형 건설그룹으로 도약도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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