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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M&A 잔혹사]'임시 주인' 한계 명확했던 산은 체제②조직 장악력 한계·각종 논란 불거져…경쟁력 약화·몸값 하락 악순환

김경태 기자공개 2021-12-30 08:05:17

[편집자주]

대우건설 M&A 역사는 ‘파란만장’ 그 자체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수 차례 매각 절차를 진행했고, 그 때마다 비극과 희극이 연달아 벌어졌다. 대한민국 기업사를 관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벨은 지난 대우건설 M&A의 발자취를 살피고 최근 새 주인이 된 중흥그룹 체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8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결별한 대우건설은 KDB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산은은 국책은행 특성상 '임시 주인'이었기에 한계가 명확했다. 주요 보직에 임원을 보내며 대우건설의 경영을 챙겼지만 조직 장악력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다.

대우건설은 산은 체제에서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여기에 대우건설 몸값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정책자금 회수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손실을 감수한채 매각을 추진했다.

◇'산은 체제' 대우건설, 현상 유지 최우선

산은은 2010년 12월말 '케이디비밸류제육호'를 통해 대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듬해 1월 초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 1억2102만7407주를 인수해 대우건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대우건설의 경쟁력은 이미 크게 악화돼 있었다. 건설사들의 순위표인 시공능력평가에서 2008년 1위를 차지한 뒤 매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산은 체제가 본격화된 2011년 시평에서 6위로 떨어졌다.

산은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달리 언젠가는 대우건설을 다시 팔아야 하는 임시 주인 입장이었다. 국책은행으로서 전략적투자자(SI)처럼 과감하게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기는 부담이 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실패를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글로벌 금융위기 후 건설·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던 탓에 조심스러웠던 측면도 있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산은의 대우건설 운영 기조를 '현상 유지'로 평가했다. 실제 산은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최고경영자(CEO)는 유임시켰다. 대우건설 내부의 강한 '순혈주의'를 인정하고 체제 변화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시키려는 조치였다.

2011년 1월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서종욱 사장이 연임됐다. 그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2007년말 사장에 취임한 정통 대우건설맨이다.

다만 핵심 보직 중 하나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산은 출신이 맡도록 했다. 2011년 1월 주총에서 조현익 산은 기업금융본부 부행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CFO로 임명됐다. 그 후 CFO는 줄곧 산은 출신이 맡았다. 조 전 부행장에 이어 임경택 전 부행장이 2014년 1월부터 대우건설 수석부사장과 CFO를 맡았다. 그 다음에는 송문선 전 부행장이 뒤를 따랐다. 다만 산은 출신 경영진이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장악력을 보이지는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대우건설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산은 체제의 현상 유지를 바란 측면이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규모가 상당했지만 대우건설을 소화할 능력이 되지 못했다. 다시 매각이 추진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보다 역량이 떨어지는 곳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여기에 국책은행 산은 휘하에서 있으면서 수주 마케팅 측면에서 이점이 있었다. 또 산은의 경영 개입을 적절히 차단한다면 대우건설 내부 임직원의 힘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낙하산 논란' 등 외풍 시달려

불안했던 동거는 결국 신임 사장 선임 과정에서 큰 파열음을 냈다. 산은이 국책은행이다 보니 사장 인사 적정성을 두고 각종 잡음이 불거졌고, 이는 곧 내부 혼란으로 이어졌다.

2013년 정통 대우건설맨인 박영식 전 사장이 CEO로 선임될 당시에도 내부에서 암투가 벌어진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사장 인선 후 봉합된 듯 보였던 갈등의 골은 박 전 사장 임기 만료를 앞둔 2016년에 결국 또 다시 표면화됐다.

당시 내부공모로 후임 CEO를 선임하려던 계획이 외부 인사를 포함한 재공모로 바뀌었다. 산은 측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 2명은 현대산업개발 출신 박창민 후보를 올리려 했지만 다른 사외이사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당시 '낙하산 논란'과 내부 반발 등이 이어지며 대우건설은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다.

결국 박창민 전 사장이 CEO에 올랐지만 약 1년만에 물러났다. 이어 CFO를 맡던 산은 출신 송문선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2018년 6월 포스코건설, 삼성물산 출신인 김형 사장이 새로운 대우건설 수장으로 선임됐다. 이 때도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사장 선임 시기 때마다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산은과 대우건설 모두 치명상을 안고 갈등을 봉합하기에 급급한 상황이 반복됐다. 당연히 대우건설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그 결과 산은 체제에서 대우건설 시평 순위는 3위~6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했다.


◇배당 한푼도 못받아, 자금 회수 지연

당연하게도 정책자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산은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데 약 3조2000억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최대주주로 있는 동안 제대로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물론 산은은 대우건설에 수천억원의 차입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2009년 회계연도를 마지막으로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자금 회수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정책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대우건설 매각이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사장 선임을 비롯한 각종 논란에 시달리면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대우건설 경쟁력 약화로 몸값은 갈수록 낮아졌다.

산은 체제에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잡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산은은 어쩔 수 없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우건설을 매각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 다른 논란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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