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수탁 사업 '들썩'…NH증권 쫓아 대형사 참전 첫 론칭 헤지펀드 주목…벤처펀드·신기사도 니즈 급증
양정우 기자공개 2022-06-14 08:04:39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3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 수탁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쇼티지(공급 부족) 상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것으로 진단되자 대형 증권사가 잇따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있다.수탁사를 찾는 게 어려운 건 헤지펀드(옛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업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벤처투자조합(벤처펀드)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신기술조합)도 수탁 니즈가 확대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수탁업과 시너지가 가능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까지 갖고 있어 너도나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수탁 대란, 신규 진입자 유리한 여건…헤지펀드 40조, 전성기 볼륨 회복
13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수탁업에 뛰어든 첫 번째 증권사로서 하반기 공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삼성증권도 수탁 인프라를 구축할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있고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역시 실무진의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 증권사마다 수탁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하는 건 무엇보다 공급 부족 상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진 지 어느덧 3년이 지났지만 수탁은행이 신규 수임을 꺼리는 수탁 대란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은행은 금융권에서 리스크 관리가 가장 엄격한 업종이기에 헤지펀드 운용사를 상대로 좀처럼 빗장을 열지 않고 있다. 그간 시장을 장악해온 터줏대감마다 소극적 영업에 나서는 건 신규 진입자 입장에서 일단 수지타산이 맞는 여건이다.
이 가운데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과거 전성기 시절 볼륨을 회복한 지 오래다. 지난 4월 말 기준 40조3648억원 규모(PBS 계약고 기준)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의 위축과 무관하게 매달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탁 업무를 소화할 기관은 보수적 스탠스를 고수하는 가운데 신규 수탁이 절실한 자산운용사는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사업 기회를 가장 먼저 포착한 건 NH증권이다. 토종 헤지펀드 시장의 반등 이전부터 사모펀드의 부활을 감안해 신사업을 추진해 왔다. 여기에 증권사는 자산운용사가 고객인 PBS 사업을 벌이고 있어 영업력이 배가되는 시너지까지 누릴 수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수탁은행에 대한 고민없이 단번에 PBS와 단순 수탁을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탁 대란 속에 수탁수수료가 치솟은 것도 매력적 사업 여건이다. 공급 부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수수료가 7~15배 가량 치솟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중은행이 주춤한 사이 공격적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증권사가 거둘 수 있는 과실로 여겨진다. 다만 고공행진 중인 수수료율은 후발 주자의 진입 후 경쟁 구조가 형성되면 완화 추세로 돌아설 여지가 있다.
◇수탁 기능, 펀드마다 의무화 추세…수급 불균형, 중장기 흐름 무게
수탁 비즈니스의 성장 여력은 헤지펀드 시장에 국한돼 있지 않다. 근래 들어 투자업계의 벤처펀드 역시 수탁기관을 찾는 게 녹록지 않다. 급격히 늘고 있는 신기술조합도 수탁 니즈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모두 쇼티지 여건이 심화되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벤처펀드는 창업투자회사, 유한책임회사(LLC) 등 벤처투자사가 주로 활용하는 비히클이다. 한국벤처투자의 벤처투자모태조합(모태펀드)이 출자한 벤처펀드의 경우 법규상 수탁 의무가 부여된다. 하지만 수탁 시장이 서비스 공급 부족에 시달리자 이들 펀드 역시 수탁은행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신기술조합이 새로운 수탁 수요층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다. 아직 법규상 수탁 의무가 부여되지 않았으나 신규 등록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구두 지도가 이어지고 있다. 허술한 수탁 관리로 펀드 사태가 터진 터라 다른 비히클에도 수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추세 탓에 신기술조합의 주요 출자자(LP) 중에서는 아예 수탁을 전제로 투자에 나서는 기관도 적지 않다.
신규 창투사와 LLC의 총 숫자는 지난 2019년 말 179개, 2020년 말 198개, 지난해 말 238개 등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도 253개를 기록해 역시 증가세가 이어졌다. 신기술금융사업자의 경우 신기술조합의 강점 덕에 금융 당국에 라이선스 인가를 신청하는 법인이 줄을 잇고 있을 정도다.
WM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임을 지양하는 수탁은행의 스탠스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수탁 시장 자체가 수급 불균형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직접 수탁에 뛰어드는 증권사는 단순 업무만 소화했던 은행과 달리 새로운 콘셉트와 사업 모델을 고객에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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