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합병 앞둔 셀트리온, 시장성 조달 재가동CP 등급 받아, 주매청 자금 조달책 일환…2015년 이후 채권시장 발길 '뚝'
원충희 기자공개 2023-09-12 07:33:21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8일 16시0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트리온이 단기신용등급을 받으며 시장성 조달 카드를 만지고 있다. 2013년과 2015년 각각 해외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를 발행한 이후 채권시장을 찾지 않고 금융권 차입을 선호하던 재무전략에 변화가 생겼다.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앞두고 나올 주식매수청구권(주매청)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조달 마련책의 일환이다. 현재 60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갖고 있지만 청구권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질 것을 대비한 수단이다.
◇은행권 차입 일변 셀트리온, 단기채 시장 눈길
셀트리온이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단기신용등급을 A1으로 신규 평가받았다. 기업어음(CP)을 발행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등급이다. A1은 단기물 등급 중에서 최고 등급이다. 단기채권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고려한 행보다.
셀트리온은 그간 시장성 조달을 선호하는 기업은 아니었다. 게임, 바이오 등 신제품(신약·신작) 흥행성과 장래성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업권이 그렇듯 셀트리온도 주가가 좋을 때 에쿼티 기반의 조달을 하는 업체다.
이 또한 2008년 오알켐과 합병할 때와 2018년 상장할 때 유상증자를 진행한 정도 뿐이다. 회사채의 경우 2013년 2월 3264억원 규모 해외 CB를, 2015년 6월 1120억원 규모의 해외 EB를 발행한 바 있다. 이들 모두 순수 신용도에 근거한 게 아니라 주가와 연계된 메자닌이다. 이들 채권은 2016년 중 상환과 전환이 완료됐다.
그 이후에는 시장성 조달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셀트리온이 많은 외부조달 방식 중 은행권 차입을 가장 선호한다. 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4800억원을 빌려주고 있다. 이들 중 가장 큰 대주는 산업은행이다.
바이오 의약품은 성공 확률이 낮은 특성상 시중은행으로부터의 장기 연구개발 자금 차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셀트리온은 2012년 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로부터 임상실험을 위한 장기 R&D 자금과 원재료 매입을 위한 운영자금을 무담보 대출받아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던 게 지금까지 거래를 지속해온 계기가 됐다.
◇주매청 규모 예측불가, 장단기 조달수단 확보
셀트리온이 CP를 새로운 조달수단으로 마련해둔 것은 연내 시행될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때문이다. 셀트리온 그룹의 합병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는 1단계, 이후 통합법인을 셀트리온제약과 합치는 2단계로 진행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소액주주 비율이 높은 편이다. 6월 말 기준 소액주주 합산지분(발행주식총수 기준)은 셀트리온이 63.90%(9353만9952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55.02%(9048만8570주)다.

이들은 합병에 주요 변수가 됐다. 합병에 반대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회사가 이를 정해진 가격에 사야 한다. 셀트리온 주식은 주당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만7251원이다. 행사될 경우 자사주로 편입되는 만큼 두 회사가 자체 현금을 써야 한다. 상반기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을 보면 셀트리온이 5922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509억원이다.
자금 여력은 충분한 듯 보이지만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이 안 되는 만큼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해질 수 있다. 셀트리온은 합병 증권신고서를 통해 "주식매수대금은 자체 보유자금을 사용하고 부족분은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본 증권신고서 제출일 전일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번 단기신용등급을 받은 것도 금융권 차입 외 추가 조달수단을 마련키 위한 행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합병의 주식매수청구권 대응 및 향후 미래성장 발판 마련의 일환으로 장·단기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신용평가는 여러 옵션중 하나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청약증거금 2조 몰린 쎄크, 공모청약 흥행 '28일 상장'
- [영상/Red&Blue]겹경사 대한항공, 아쉬운 주가
- [i-point]모아라이프플러스, 충북대학교와 공동연구 협약 체결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KT클라우드 ‘AI Foundry' 파트너로 참여
- [i-point]고영, 용인시와 지연역계 진로교육 업무협약
- [i-point]DS단석, 1분기 매출·영업이익 동반 성장
- [피스피스스튜디오 IPO]안정적 지배구조, 공모 부담요소 줄였다
- 한국은행, 관세 전쟁에 손발 묶였다…5월에 쏠리는 눈
- [보험사 CSM 점검]현대해상, 가정 변경 충격 속 뚜렷한 신계약 '질적 성과'
- [8대 카드사 지각변동]신한카드, 굳건한 비카드 강자…롯데·BC 성장세 주목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코리안리의 지배구조 시험대
- [지배구조 분석/코리안리]원종규의 오너십, 자사주+백기사 '이중방벽'
- [지배구조 분석/두산]오너 개인보다 가문…'친족경영'으로 지배력 보강
- [지배구조 분석/엔씨소프트]김택진, 지분 희석 보완책 '백기사'
- [지배구조 분석/네이버]지분에 기대지 않는 창업자 이해진
- [2025 대한민국 사외이사 인식 조사]10명 중 4명은 겸직…사외이사 인력풀 확대 필요
- [2025 대한민국 사외이사 인식 조사]사외이사 주 연령은 50~60대, 남성이 76% 이상
- [CAPEX 톺아보기]삼성전자, 반도체 줄고 디스플레이 2배 급증
- [캐시플로 모니터]삼성전자, 하만 회사채 만기 도래 '늘어난 환차손'
- [R&D회계 톺아보기]"결국은 기술" 연구개발비 30조 돌파한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