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은 해운업]HMM, 최신·친환경 선박으로 '정면돌파'양적성장 멈추고 내실성장 집중…중장기 탄소감축 등 규제 대응
고설봉 기자공개 2025-01-21 07:55:02
[편집자주]
해운업 호황기는 이어질까. 글로벌 분쟁 장기화와 공급망 재편 등 시황호조로 그동안 해운업은 전성기를 구가해왔다. 유가와 환율 등 변수는 크지만 이를 뛰어넘을 만큼 운임이 상승했다. 해운사들은 지난해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이익체력이 탄탄해지자 펀더멘털도 강화됐다. 그러나 2025년 해운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커졌다. 긴 호황기를 끝낼 것이란 위기감이 퍼진다. 더벨은 변곡점에 선 해운업계를 진단하고 각 해운사의 경쟁력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13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업황이 하락기로 접어든 가운데 국적선사 맏형 HMM의 고민도 짙어지는 모습이다. 과거 불황기에 회사가 존립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았던 전력 때문이다. 이에 HMM은 선제적인 투자와 세밀한 전략을 펼치며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HMM이 꺼내는 핵심 전략은 최신 기술이 적용된 친환경선으로 선대를 구성하는 것이다. 국제적인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친환경 선대를 구축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공급하는 선복을 크게 늘리는 양적성장보다 화주와 투자자 등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질적성장을 택하는 보습이다.
◇경쟁력 가장 높은 HMM의 젊은 선대
HMM은 올해 해운시황 저하에 대비해 최대한 효율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체질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내실을 쌓으며 해운업황 상승기를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전까지 추진했던 확장전략을 일부 선회한다는 의미다.
현재 글로벌 해운시장은 긴 호황기를 끝내고 불황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른 운임저하는 개별 선사가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이다. 이에 HMM은 운임저하를 상쇄하기 위해 소석률 등을 높여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특히 선박 경쟁력 앞세워 화주영업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방침이다.
HMM은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친환경 대형선박을 가장 잘 갖춘 해운사로 평가받는다. 2017년부터 추진한 해운재건 계획에 따라 친환경 대형선박으로 선대를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펼쳤다. 당시 KDB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 등의 지원으로 한번에 대규모 발주에 나섰다.
실제 HMM은 글로벌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사에 2만400TEU급과 1만6000TEU급 선박을 대거 발주했다. 해당 선박들은 2020년부터 집중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HMM의주력 선박으로 자리잡았다.
선박의 생애는 보통 20~25년 정도로 추산된다. HMM의 경우 향후 10년 이상 선박 노후화에 대한 리스크 없이 선대를 운영할 수 있다. 특히 HMM의 주력 선박인 2만4000TEU급, 1만6000TEU급 대부분이 친환경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한 선박으로 구성된 만큼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생크션(Sanction) 리스크 없이 운항이 가능하다. 향후 탄소배출 등 글로벌 선박 규제가 한층 강화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HMM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HMM의 스크러버 설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HMM은 컨테이너선 83척, 벌크선 42척 등 총 125척을 운항하고 있다. 이 가운데 90척에 스크러버가 설치돼 있다. 스크러버는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을 바닷물로 씻어내는 장치다. IMO 환경 규제의 대응조치 중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된다. 지난해 기준 세계 컨테이너선 중 스크러버가 설치된 선박 비중은 선복량 기준 24%다. HMM은 81%로 최고 수준이다.
◇친환경 선대 강화…장기지속가능 토대 만든다
HMM은 최근의 위기 상황을 미래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특히 시기적으로 불황기와 선박 규제 강화 등이 동시에 펼쳐지는 만큼 글로벌 해운업계 전체가 생크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운임저하에 따른 매출 감소가 예정된 가운데 노후 선박 교체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여력을 줄어드는데 투자 수요는 증가하는 복합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IMO는 지난해 해운사들에 대한 탄소배출 감축 의무를 설정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 20% 감축, 2050년까지 탄소배출 100%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내외 해운사들은 친환경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기적으로 올해부터 해운사들의 친환경선 투자가 이뤄져야 1차적으로 2030년 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
HMM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현재 주요 항로에 투입된 선박이 주로 2020년 전후로 인도된 점을 감아하면 주력선대의 선령은 평균 8.53년보다 더 낮다. 이에 따라 북미와 유럽 등 주요 항로에서의 친환경선 경쟁률은 더 높아진다.
더불어 HMM은 올해 LNG와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컨테이너선을 투입한다. 올 1분기 7700TEU급 LNG 추진 컨테이너선 2척 투입이 예정돼 있다. 또 4월부터 2026년까지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이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HMM은 지난해 9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했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선 친환경선 연료로 LNG와 메탄올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메탄올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 LNG와 달리 초저온 연료탱크가 필요하지 않다. 공급망을 일부 개조해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어 활용도 측면에서 효율성도 높다.
HMM은 또 국내 최초로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OCCS)을 선박에 설치해 실증 중이다. 선박 운항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 후 액화 저장해 배출을 방지하는 온실가스 대응기술이다. 향후 IMO 등 국제기구로부터 탄소 감축 기술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HMM 관계자는 "지속적인 친환경선 확보로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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