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영업경쟁의 그림자]'늦장' 당국에 의견 대립도 지속…묘수 찾을까③가이드라인 미비…왜곡 방지 자정 노력 '한목소리'
윤진현 기자공개 2025-01-22 07:46:41
[편집자주]
회사채 시장의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행사와 증권사 사이 일종의 카르텔이 고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영업 관행을 금지하고 있지만 암암리에 진행되는 탓에 규제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회사채 시장의 과당 경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유무형의 비용은 고스란히 실수요자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더벨은 경쟁이 초래한 회사채 시장의 기형적 발행구조와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15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공모채 수요예측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캡티브 영업을 비롯한 시장 관행을 점검하는 방향성에 해당하는데, 2년여간 개선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발행기업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의 태도가 더욱 대담해졌다는 평이 나온다.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규제 강화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수요예측 제도 하에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단 의견도 대립한다. 그럼에도 '가격 왜곡을 바로 잡자'는 동일 목표를 위해 의견 합일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금융당국, 커버리지 업계 논의 지속 불구 가이드라인 '아직'
금융당국은 꾸준히 회사채 시장의 영업 관행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금융투자협회는 각 증권사의 DCM 본부 일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추가로 지난해 연초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와 프라이싱 결과를 들여다봤다.
누구보다 이 가이드라인을 원했던 건 IB 업계다. 캡티브 영업을 비롯한 회사채 시장 관행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만 부각되자 가이드라인에 맞춰 개선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적극적으로 금융투자협회의 요구에 맞춰 질의를 보내고 논의를 함께한 이유다.
시장 관계자는 "캡티브 영업을 비롯해 일련의 관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금융당국이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낼 때 IB 업계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 서신을 보내며 대응했던 이유"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추가로 개선안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수요예측 개정안을 내놓은 건 2013년이 마지막이다. 당초 업계에 알려진 금융당국의 초기 방향성은 주관사 및 인수사 측 계열사가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다수의 금융회사가 채권 매입을 진행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측면에서 이 방향성이 맞는 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됐다. 결국 관련 논란이 제기된 지 2년여간 시간이 흘렀지만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 사이 발행사의 요구는 더 늘어났고, 영업 경쟁도 여전히 치열하다. 유통 금리를 밑도는 조달 금리를 결정짓는 이슈어들로 시장이 채워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가격 왜곡 근절 방향성은 동의, 해법 의견 대립
향후 개선 방향성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우선 채권 가격의 왜곡을 막겠다는 취지에 맞춰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유통금리 수준과 비교해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결정되는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논리다.
IB업계 관계자는 "가격 왜곡을 문제 삼는다면 금리 수준을 점검하는 방향성이 맞다고 본다"며 "여전채의 경우 유통금리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되는데, 회사채의 경우 여전히 유통금리를 밑도는 금리 수준을 확정하는 상황이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선 규제만이 해답이라는 태도도 옳지 않다고 짚는다. 관행으로 끌어온 기관 물량도 시장의 유동성 공급 장치라는 점이 그 근거다. 즉, 리테일 물량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도 투자 필요성에 의해 시장 참여자로 편입된 만큼 규제가 만능이란 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결국에는 시장 참여자들의 자정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당국의 가이드라인 만큼이나 중요한 게 참여자들의 개선 의지라는 의미다. 발행사와 주관사, 그리고 투자자단이 모두 의견 합일을 이뤄야만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르며 주관사도 발행사도 제도의 허점을 활용하는 분위기로 굳혀진게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라며 "도입 취지에 맞춰 채권의 공정가격을 산출하려면 시장 참여자 모두의 의견 합일을 이루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딜
-
- MBK·영풍 “고려아연, 가처분 결정 취지 왜곡 안돼”
- IMM PE, 신한금융 장기보유 '무게'…우리금융과 다른 길 간다
- [중금리 시대 LP 운용 전략]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유동성 잔치' 종식 예고
- [Korean Paper]2년만에 귀환 대한항공, 사전 수요조사 "통했다"
- [IPO 모니터]상장 재도전 LS이링크, 높아진 테슬라 상장 허들 '변수'
- 실적 부진 LG엔솔, 회사채 발행 시장 눈높이 맞춘다
- [Market Watch]반도체 IPO 열풍?…대기주자 엘케이켐 '주목'
- [회사채 영업경쟁의 그림자]'늦장' 당국에 의견 대립도 지속…묘수 찾을까
- 채권시장 분위기 살피는 SK온, 회사채 발행 '저울질'
- 신한금융 신종자본증권 시동, 4000억 조달 박차
윤진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Market Watch]반도체 IPO 열풍?…대기주자 엘케이켐 '주목'
- [회사채 영업경쟁의 그림자]'늦장' 당국에 의견 대립도 지속…묘수 찾을까
- [Policy Radar]22년만에 원화 외평채 발행 재개 '기대반 우려반'
- LS일렉 이어 LS전선도 공모채 노크…연초 발행 채비
- [Korean Paper]석유공사, 한국물 발행 시동…주관사 선정 돌입
- [Korean Paper]커버드본드 우려 해소 하나은행, 연초 첫딜 '흥행'
- [회사채 영업경쟁의 그림자]저금리에만 '올인'…실수요자에 피해
- [Korean Paper]해외 IR 공들인 현대캐피탈, 투자자 호응 이끌었다
- [회사채 영업경쟁의 그림자]경쟁구도 '역이용' 발행사에 멍들어가는 시장
- [Deal Story]'올해 첫 자본성증권' KB금융, 추가청약 통해 '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