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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영업경쟁의 그림자]경쟁구도 '역이용' 발행사에 멍들어가는 시장①금리 짬짬이·기관 참여 요구…저금리 입찰 '당연시'

윤진현 기자공개 2025-01-20 07:59:05

[편집자주]

회사채 시장의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행사와 증권사 사이 일종의 카르텔이 고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영업 관행을 금지하고 있지만 암암리에 진행되는 탓에 규제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회사채 시장의 과당 경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유무형의 비용은 고스란히 실수요자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더벨은 경쟁이 초래한 회사채 시장의 기형적 발행구조와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14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주관 경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이 경쟁 구도를 역으로 이용하는 발행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저비용 조달을 위해 주관 콘테스트 중 발행 금리 제시를 요구하거나 기관의 참여 여부를 묻는 등의 현상이 관측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엄연히 금하고 있는 행위다. 그럼에도 '을'의 위치에 선 주관사단은 외면하지 못한 채 발행사와 일종의 카르텔을 만들었다. 금융당국의 적발이 쉽지 않은 구조로 '그들만의' 발행 프로세스를 구축한 셈이다.

◇불붙은 영업 경쟁…발행사 요구도 '구체화'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무려 약 25조원에 달하는 회사채가 만기를 맞는다. 전년 1분기(약 19조원)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그럼에도 오히려 발행량은 지난해 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발행사의 업종, 재무상황 등에 따라 회사채 투심도 극명히 갈리는 영향이 크다. 차환 대신 상환을 택하는 기업들도 다수 관측될 것이라 내다봤다. 회사채 주관 경쟁 난이도는 점차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 주관 경쟁 구도를 역이용하는 주관사들이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례로 최근 공모채 수요예측을 치른 한 기업은 주관 콘테스트에서 발행금리를 추산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사실상 저금리 입찰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에 해당한다. 해당 기업의 요청을 외면하지 못한 일부 IB 하우스는 시장 상황에 기반해 금리를 적어냈다.

금융당국이 엄격히 금하는 행위다.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은 '대표주관 계약이 체결되기 전 발행사의 공모 희망금리를 협의하거나 계약 체결을 위한 제안서에 금리를 제시하지 아니할 것'이라 규정한다. 또한, 특정 투자자와의 이면 합의 등으로 사전에 약정된 금리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게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그럼에도 이 과정을 적발하는 게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RFP(입찰제안서) 상에 대놓고 금리를 적어내라고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이 암암리에 이뤄진다. 발행사와 주관사가 일종의 카르텔로 엮인 만큼 증거 자료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영업 관행 고착화…필수가 된 '저금리 입찰'

금융당국이 꾸준히 불완전 판매 검사를 실시했지만 적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러한 관행을 쉽게 적발하기 어렵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지난해에도 금융당국은 각 주관 하우스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정황 증거를 발견하진 못했다.

과거에는 발행 규모가 큰 정기 이슈어들이 이같은 영업 관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엔 이슈어들이 보다 다양해졌고, 이들의 요구도 구체화 되고 있다고 IB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발행액이 제한적인데도 주관 경쟁이 고착화된 영향이 크다고 바라봤다.

IB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와 주관사 사이 일종의 카르텔을 역이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며 "과거에는 대규모 조달을 이어가는 일부 정기 이슈어만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였다면, 그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데서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저금리 입찰은 어느새 시장의 키워드로 자리 잡은 상태다. 올해도 유통금리를 밑도는 공모채 조달 금리를 기록하면서 발행 기업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공모채 조달을 마치겠다는 일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달 6일 공모채 시장이 본격 개장한 이후 한 주간 밴드 하단의 조달 금리를 확정 지은 이슈어가 대부분이었다. 포스코, 대상, 삼성증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최소 -2bp, 최대 -21bp의 가산금리 스프레드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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