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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은 지금]오너일가 지배력 키운 '자사주', 딜레마에 빠졌다②30년간 꾸준한 매입, 자사주 보통주 36%…원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보다 지분율 높아

최윤신 기자공개 2023-07-18 07:08:11

[편집자주]

신영증권은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원국희 명예회장으로부터 원종석 회장으로 이어져온 보수적 경영기조가 만들어낸 주목할 성과다. 그러나 빠르게 바뀌는 증권업황은 이런 기조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여기에 신영증권이 맞닥뜨린 거버넌스 이슈를 감안하면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변화의 기로에 놓인 신영증권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증권의 진짜 최대주주는 신영증권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영증권이 보유한 보통주 자사주의 지분율은 원국희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27.8%보다 8.4%포인트 많은 36.2%다.

신영증권이 이렇게 많은 자기주식을 갖게 된 건 자사주 취득이 허용된 이후 지난 30여년간 시장에서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기 때문이다. 꾸준한 자사주 매입은 부족했던 원국희 명예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이런 방식의 지배력 강화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칼 끝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방향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매입한 자사주를 단 한번도 소각하지 않은 신영증권의 기조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대주주 지분율 27%, 의결권 비중은 43.5%

신영증권의 자사주 지분율은 1999년 3월 말 기준 7% 수준에 불과했는데, 지속적인 장내매입으로 2003년 20%를 넘겼고, 2015년엔 30%를 넘어섰다. 신영증권은 주식의 가격안정을 자사주 매입의 이유로 대왔다. 지난해 말까지 지분매입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신영증권의 자사주 매입이 원국희 명예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바라본다. 원국희 명예회장은 1971년 신영증권을 인수했지만 지분율이 충분하지 않았다. 1999년 3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그와 특수관계인이 가진 보통주 지분율은 14.49%에 불과했다. 남은 지분은 대부분 소액주주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원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은 배당과 급여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신영증권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높였지만 이것만으론 속도에 한계가 분명했다.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자사주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최대주주의 우호지분 역할을 하진 못한다. 다만 의결권 행사 지분을 줄이는 것 만으로도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원국희 명예회장 등이 가진 신영증권이 발행한 보통주는 938만6237주다. 원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가진 보통주는 260만8844주로 보통주 지분율은 27.79%다. 하지만 보통주 중 339만7876주가 자기주식으로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단 점을 감안하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수는 598만8401주다. 특수관계인이 가진 의결권 지분율은 43.5%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 승계 못마친 채 자사주 소각은 '불안 요소'

문제는 더 이상 매수한 자사주를 쌓아놓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인적분할을 통해 자사주의 의결권을 되살리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등에 대해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비단 인적분할이 아니더라도 회사가 쌓아놓은 자사주가 언제라도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데 시장의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상장사의 자사주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사주의 보유 한도를 제한하는 방식의 규제가 유력하다고 바라본다. 지난달 열린 자사주 제도 개선관련 세미나에선 자사주 강제소각 또는 일정 한도(10%) 내 보유 허용 안 등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런 규제가 현실화 하면 신영증권은 대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물론 원 명예회장 일가는 이미 충분한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더라도 경영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만약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은 40%가 넘는다. 다만 아직 원종석 회장에게 모든 지분이 승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은 불안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최대주주 입장에서 가장 우려할 지점은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주가 급등 가능성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주당 가치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주가는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가가 오르면 향후 원 명예회장이 가진 지분을 원종석 회장에게 넘길 때 내야하는 세금 규모가 커진다. 원 회장이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하기도 어려워진다.

상속·증여세로 인해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지배력이 마냥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게 되면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등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불안요소를 갖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자사주 매각을 선택하기도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확실한 우호세력에 자사주를 넘겨야 하는데, 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지분을 상호보유하고 있는 코리안리 최대주주 측과의 혈맹도 최근 약화하는 모습이다. 신영증권은 2007년부터 코리안리 및 최대주주 측과 상호 지분을 교차보유하고 있는데, 코리안리와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은 2021년 말 5%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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