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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은 지금]‘52년 흑자’ 이끈 보수적 경영, 이면엔 '희미해진' 존재감①‘자산관리 명가’ 표방 불구 영업순수익 점유율 1% 못미쳐…10년째 1조대 자기자본

최윤신 기자공개 2023-07-18 07:07:42

[편집자주]

신영증권은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원국희 명예회장부터 원종석 회장으로 이어져온 보수적 경영기조가 만들어 낸 주목할 성과다. 그러나 빠르게 바뀌는 증권업황은 이런 기조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여기에 신영증권이 맞닥뜨린 거버넌스 이슈를 감안하면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변화의 기로에 놓인 신영증권의 상황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2일 0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증권이 2022 회계연도를 흑자로 마감하며 52년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을 이어갔다. 1971년 원국희 명예회장이 인수한 이후로 회계연도 기준 단 한해도 빼놓지 않고 이익을 실현했다.

원종석 회장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른 증권사완 다르게 보수적 기조로 뚝심있는 길을 걸은 게 지금의 대기록을 만든 가장 큰 비결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증권업의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국내 증권업에서 신영증권의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어서다.

◇ 핵심사업 자산관리 점유율 하락

3월 결산법인인 신영증권은 지난달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황성엽 대표이사의 연임을 확정지었다. 황 대표는 지난 2020년부터 최대주주 일가인 원종석 회장과 각자대표를 맡아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황 대표의 연임엔 큰 이견이 없었다. 1987년 입사해 35년간 신영증권의 경영철학을 이어 온 ‘신영맨’이다. 지난 임기에선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52년 흑자라는 대기록을 이어낸 성과도 반영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감안할 때 현재의 보수적인 경영기조가 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신영증권이 52년 흑자라는 대기록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뚝심있게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영증권은 일찌감치 국내 증권사들의 흐름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경쟁이 치열해지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부문의 비중을 낮추고 자산관리부문을 키운 게 대표적이다.

대신 가치투자 기조를 반영한 상품 기획과 헷지능력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실적 변동성을 완화했고, 시장의 변동성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증권사라는 이미지를 각인 시킬 수 있었다. 경영 기조는 늘 보수적이었다. 항상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했으며 ‘공격적’인 사업에는 좀처럼 나서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된 차액결제거래(CFD) 등의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것도 이런 경영기조와 관련이 있다.

다만 반세기 이상의 흑자 행진을 기록한 신영증권을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에는 불안감이 묻어있다. 신영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먼저 지속적인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전체 증권업이 벌어들이는 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 기준 1.5%였던 신영증권의 영업순수익 점유율은 2022년 1~3분기(2022년 4월~12월) 기준으로 0.8%까지 떨어졌다. 자기자본 1조~4조원의 중대형사 피어그룹 평균 대비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신영증권의 차별화된 시장지위를 만들어 낸 자산관리부문의 점유율도 떨어지는 추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7 회계연도 기준 3.2%에 달했던 신영증권의 자산관리부문 점유율은 지속 하락해 2022년 4~9월 기준으론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은 패밀리 헤리티지 사업과 퇴직연금 사업 등을 통해 자산관리 분야에서 다시 존재감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지만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초고액자산가 대상 비즈니스를 고도화한 상황이라 중소형사인 신영증권이 상대적 우위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퇴직연금사업에서도 대형사들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IB부문이 유일하게 점유율을 키우며 신영증권의 사업지위에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함께 신영부동산신탁 등 자회사로부터의 배당 수익 등이 사업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 유증 없던 증권사와 비교해도 뒤쳐진 자기자본 확충

IB 부문의 경쟁력도 키우고 있지만 뒤쳐진 ‘대형화’가 딜레마다. IB부문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대형화가 필수적인데, 신영증권의 ‘상대적’ 몸집은 쪼그라들고 있다. 신영증권의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지난 2014년 12월 처음 1조원을 넘어섰는데, 약 10년이 흐른 지난 3월 말 기준 1조3823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교보증권이 6000억원대에서 1조6000억원대로 규모를 키운 것과 대조적이다. 2014년 말 6000억원에 못미쳤던 하이투자증권도 1조3888억원까지 자기자본을 늘렸다. 물론 대주주의 유상증자가 이뤄진 증권사들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2014년 6월 이후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않은 유안타증권과 비교해도 자기자본 증가세가 적은 편이다. 유안타증권의 자기자본은 2014년 말 9344억원으로 신영증권보다 적었는데, 2023년 3월 말 기준으론 1조5078억원으로 더 많아졌다. 유안타증권은 이 기간동안 한차례의 유상증자도 하지 않았다.

52년간 연속 흑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고배당과 자사주 인수 등으로 인해 자기자본을 늘릴 기회를 잃어버려왔던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영증권 주식은 ‘고배당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의 이면에는 최대주주의 약한 지배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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