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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 대표선임의 '원칙' [thebell desk]

최윤신 벤처중기1부 차장공개 2024-09-09 08:05:51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8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태펀드 운용기관 한국벤처투자 대표에 중기부 한 관료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익명의 입을 통해 “대통령실의 인사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실렸다. 한국벤처투자가 대표이사 공개모집 공모를 낸 지 불과 3일만이다. 지원서 접수도 마감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국벤처투자는 즉각 반박했다.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특정 인물에 대한 인사검증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원서 접수가 완료되지 않았고 절차상 최종 면접 이후 인사검증이 이뤄진다”고 했다.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시비는 일단락됐다. 다만 벤처업계에선 ‘단순 오보’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기저엔 한국벤처투자 대표 선임 절차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그간 한국벤처투자 대표직의 ‘장기공석’이 불신의 가장 큰 이유다. 유웅환 전 대표의 사임이 이뤄진 건 지난해 11월이다. 이후 대표이사를 비워둔 채 9개월간 신상한 부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한국벤처투자 임원추천위원회 내부규정 제3조에는 임원의 임기만료 예정일로부터 2개월 이전에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명시하고 그 밖의 사유로 임원을 새로 선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규상 적어도 연말에는 즉각 임추위가 구성됐어야 했다.

그러나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임추위 결성 안건은 지난 8월 9일 진행된 2024년 11차 이사회에서야 다뤄졌다. 이 사이에 사외이사와 상근감사 선임을 위한 임추위가 결성됐지만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내규상 정해진대로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다. 다만 중기부 차관 교체 인사가 이뤄진 직후 산하 기관장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추정들이 나왔고 이 시나리오대로 상황은 흘러가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대표 선임에 ‘원칙’보다는 ‘정부의 사정’이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중기부 산하기관인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접수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친다. 이를 통해 5배수의 후보자를 추리고 중기부 장관의 승인을 받는다. 이후 정부의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한다.

한국벤처투자의 주주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 곳 뿐이다. 사실상 선임 권한이 정부에 집중되는 구조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선임되는 건 불가피하다. 정부의 벤처 육성정책과 발맞춰야 하는 역할이므로 이를 나쁘다고만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어차피 정부가 추천하는 자리’라고 해서 절차적 원칙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크다. 대표선임의 원칙을 정한 건 최소한의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선임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서다. 대표 선임을 둘러싼 벤처업계의 불신이 기우이길 바란다.

한국벤처투자는 현재 외부용역을 맡겨 정관과 내규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사회와 임원추천회 운영 등 모든 규정들의 타당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철저히 지켜질 수 있는 원칙을 다시 세워 9개월의 수장 공백 사태가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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