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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장, 정보 비대칭의 함정]티켓 시장 5000억 시대? '현실은 아무도 몰라'①공연법 강제에도 KOPIS 정보 누락 만연, 과태료 부과 전무…통계 신뢰도 '흔들'

이지혜 기자공개 2024-09-12 07:40:54

[편집자주]

뮤지컬 시장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부가 공연법을 개정하고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까지 만들었지만 정보 비대칭은 여전하다. 소량의 정보는 폐쇄적 네트워크 안에서만 돌고 그마저도 신뢰성과 객관성에 의문점이 많다. 대중음악과 비교해 뮤지컬 시장의 정보 접근성은 왜 유독 떨어질까. 투명성은 언제 개선되는 걸까. 정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비대칭이 만드는 문제는 뭘까. 더벨이 뮤지컬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 현상과 원인, 그로 인한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한국 뮤지컬 시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을 떨쳐내고 사상 처음으로 티켓 판매액이 4500억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에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말일까. 이 수치는 뮤지컬 제작사 등이 예매처 등을 통해 판매한 티켓 정보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전송돼 산출됐다.

문제는 뮤지컬 제작사와 티켓 판매처 등이 KOPIS에 공연정보를 제대로 보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공연정보를 고의적으로 누락하거나 조작하면 과태료를 물게 되어 있지만 이런 규제는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지금껏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없다.

결과적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KOPIS 데이터를 활용해 발표한 뮤지컬 시장에 대한 정보는 실제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뮤지컬 제작사의 티켓 판매 수익은 과소 계상되고 시장도 과소 평가돼 산업 현황을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뮤지컬 공연정보, KOPIS 집계와 괴리

10일 뮤지컬업계에 따르면 KOPIS에서 산출한 뮤지컬 티켓 판매량이 실제 판매량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EMK뮤지컬컴퍼니를 비롯한 에스앤코, 쇼노트, 신시컴퍼니, 오디컴퍼니(OD컴퍼니) 관계자는 일제히 KOPIS에 집계된 작품별 티켓 판매량이 실제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KOPIS 데이터에서 시장 동향만 파악한다”며 “실제 티켓 판매량이나 수익과 KOPIS 데이터의 차이가 너무 커서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드라큘라>다. OD컴퍼니가 제작해 2023년 12월 6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KOPIS 집계상 약 9만3000여장의 티켓을 판매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 객석 점유율은 65% 정도다.

그러나 OD컴퍼니 측이 발표한 수치는 다르다. OD컴퍼니는 이번 시즌 <드라큘라>가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했으며 14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비단 <드라큘라>만이 아니다. 에스앤코의 <디어 에반 핸슨>과 <스쿨 오브 락>, 신시컴퍼니의 <렌트>, 쇼노트의 <헤드윅> 등도 KOPIS에 집계된 티켓 판매량 등 수치가 실제보다 적다고 밝힌 공연에 해당한다. 사실상 지난해와 올 상반기까지 주요 작품 전반이 그렇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영화나 대중음악 콘서트와 비교해 뮤지컬 시장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입장권 데이터가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대중음악 콘서트도 KOPIS에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되는 편이지만 뮤지컬 시장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공연일수록, 티켓 판매처가 다양할수록 KOPIS에 반영되지 않는 공연정보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KOPIS, 집계 시스템 허점 '몰랐다'…통계 신뢰도 '흔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KOPIS를 운영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도 집계되는 뮤지컬 공연 데이터와 실제 수치 간 괴리가 크게 벌어진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KOPIS 데이터와 관련해 문의가 온 적이 없었다"며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KOPIS 데이터를 활용해 그간 발표한 뮤지컬 시장 관련 정보의 신뢰성에도 금이 갈 수 있다. 해당 기관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지난해 4591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2189억원으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실제 뮤지컬 시장은 KOPIS에 집계된 것보다 규모가 훨씬 컸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뮤지컬 제작사의 티켓 판매 수익 등이 실제보다 과소 계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국내 공연시장에 대해 분기별, 연도별로 분석해서 보고서를 냈지만 국내 뮤지컬 시장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공연 산업 현황에 대해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에서 뮤지컬 등 공연 시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곳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산하의 KOPIS 뿐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KOPIS가 데이터를 수집한 예매처는 국내 192곳, 전체 예매처의 약 90%에 이른다.

KOPIS는 공연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연산업의 발전 기반을 다지고자 만든 전산망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한다. 공연법 제4조 제45조에 따라 분산된 공연 입장권의 예매, 취소 정보를 집계해 정확한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KOPIS 데이터를 활용하는 곳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일반 공연 관람객이 KOPIS 전체 사용자의 78%를 차지하지만 언론과 공연기획 제작사도 주요 사용자로 이름 올리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공연예술 분야 학문에도 쓰이고 있다.

뮤지컬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KOPIS의 데이터가 일반 대중은 물론 학문, 언론, 산업, 정책 수립 등 각종 분야에서 활용된다는 말이다.

◇공연법 강제에도 정보 관리 소홀, 제작사·예매처 책임은

정부도 이런 사태를 막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예술경영센터가 KOPIS에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강제했다. 하지만 뮤지컬 제작사 등이 공연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9년 공연법을 개정해 △공연장 운영자 △공연 입장권을 판매하는 자 △공연을 기획 또는 제작하는 자는 KOPIS를 통해 공연 명칭·시간 및 기간, 공연 예매 및 결제금액 등 공연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KOPIS로 하여금 공중이 공연의 관람자 수 등을 빠르고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정보 제공자가 공연정보를 고의적으로 빠뜨리거나 조작해 KOPIS에 전송하면 공연법 제43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제도 명시했다.

다시 말해 EMK뮤지컬컴퍼니를 비롯한 에스앤코, 쇼노트, 신시컴퍼니, 오디컴퍼니 등 뮤지컬 제작사와 인터파크티켓, 예스24, 티켓링크 예매처 등을 대상으로 공연정보를 KOPIS에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는 뜻이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도록 되어 있지만, KOPIS가 수집하는 공연정보와 실제 데이터 사이의 간극이 크게 벌어진 지금까지 이 법이 적용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뮤지컬 제작사의 한 대표는 “KOPIS 데이터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불이익이 있는 게 아니다”며 “사실상 관리할 책임이 없는 데다 개별 작품에 대한 공연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보니 KOPIS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성조차 못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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