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톺아보기/thebell interview]"에이블리, 취향 커머스 '절대강자'…10조 거래액 목표"⑥강석훈 대표 "유튜브 같은 글로벌 메가 생태계 구축"…남성·일본 시장 확장 가속
이영아 기자공개 2024-12-10 08:42:51
[편집자주]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대열에 올라섰다. 올해 처음이자 유일한 유니콘 등극이다. 벤처투자 혹한이 지속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기업을 향한 투심이 악화한 상황에서 거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더벨은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사업 경쟁력과 향후 비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5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튜브가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에이블리가 글로벌 메가 커머스 생태계를 만들겠다. 누구나 셀러(판매자)가 돼 세상에 없던 상품이 튀어나오고, 이용자들은 취향에 맞는 제품을 소비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앞으로도 에이블리는 패션과 뷰티, 라이프를 비롯해 취향이 담긴 커머스 영역에서 독보적인 강자로 쭉 자리매김할 것이다. 곧 10조원 거래액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강석훈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대표(사진)는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초동 에이블리 본사에서 진행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018년 론칭된 에이블리는 900만명 이용자와 7만명 이상 판매자를 확보하며 국내 압도적인 1위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에이블리는 물류, 배송, 마케팅에 대한 고민 없이 누구나 쉽게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들어내면서 업계 1위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강 대표는 '에이블리 성공방정식'을 적용해 남성 패션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빠르게 내겠다는 포부다.
◇누구나 쉽게 패션몰 창업…'판매자 친화' 인프라 확장
1984년생 강 대표는 '연쇄 창업가' 출신이다.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왓챠' 창업멤버 중 한 명이다. 강 대표는 오랜기간 연구했던 AI 추천 기술을 이커머스 사업에 적용하고자 했고, 그것이 바로 에이블리의 출발이다.
2018년 에이블리는 업계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 플랫폼 대비 최대 10년가량 늦은 출발이지만 과감하게 도전했다.
강 대표는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잘될 것 같은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다"면서 "이미 시장에 5곳 이상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여전히 성장의 기회가 많은 시장이라 판단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인접 시장(뷰티, 라이프)까지 고려하면 잠재력이 더욱 무궁무진하다고 봤다"라고 했다.
강 대표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본질은 살 게 많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상품을 취향껏 보여준다면 이용자 만족도와 충성도가 자연스레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다. 사고 싶은 의류가 많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판매자를 많이 모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누구나 쉽게 마켓을 오픈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만들면서 빠르게 판매자를 끌어모았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판매자가 오픈마켓 형태로 입점하는 '셀러스'와 쇼핑몰 운영 경험이 없는 창업자를 타깃으로 한 '파트너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먼저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치면서 판매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에이블리는 지난 2023년부터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업계 최저 수수료율(6.96%)을 유지하고 있다. 또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인프라(파트너스)를 제공해 창업 진입장벽을 낮췄다. 판매하고 싶은 상품을 코디해 사진만 찍어 올리면 사입·물류·배송·고객관리(CS)·마케팅 등 나머지 운영은 에이블리가 맡아준다.
강 대표는 "초창기부터 새로운 상품과 판매자가 많이 나오는 생태계를 지향했다"고 했다. 이어 "에이블리 입점 판매자 수는 8만명에 육박하며, 업계 최대 수준"이라며 "동종 업계 플랫폼이 평균 1만명 이하 판매자를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10배 이상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에이블리는 판매자 친화 정책을 바탕으로 고도화를 거듭할 예정이다. 창업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을 넘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품 페이지 제작과 적정 가격 책정 업무 등에 AI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주는 식이다.
간편결제 사업과 물류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일례로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에이블리페이)을 구축해 판매자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고, 풀필먼트 사업 확장을 통해 번거로운 의류 샘플링 작업을 단축해 주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판매자들은 의류 샘플링 작업만을 위해 서울의 동대문을 매번 방문하는 수고로움이 여전한 상태다. 에이블리가 갖춘 25억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다면 작업을 도울 수 있다.
◇남성·글로벌 시장 확장…쿠팡·쉬인과 '양강구도' 예고
에이블리는 현재 패션을 넘어 뷰티, 라이프, 푸드까지 카테고리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강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구상한 '취향 커머스'를 완성시키는 과정이다.
강 대표는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공산품을 취급하는 생필품 커머스와 패션, 뷰티, 인테리어 등 취향(스타일) 커머스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에이블리는 취향이 담긴, 스타일 커머스 영역에서 독보적인 1위 입지를 굳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다음 과제는 남성 패션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판매자와 상품군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에이블리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신사'를 제외하고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여성 시장보다 기회가 더 크다고 봤다.
올해 3월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을 출시했다. 25억건 DB를 갖춘 에이블리와 연동성을 바탕으로 빠른 시장 확장에 성공했다. 에이블리 입점 셀러가 남성 시장 진출을 원할 경우 4910을 통해 손쉽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론칭 6개월만에 115만 MAU를 돌파했다.
강 대표는 "4910의 성장 속도는 에이블리 이상"이라며 "3년 이내 2조원 이상 거래액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에이블리가 출시 7년만인 올해 상반기 1조원 거래액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빠른 속도다. 에이블리는 연내 2조 거래액 돌파가 예상된다.
동시에 글로벌 진출 또한 힘을 주고 있다. 지난 2020년 론칭한 일본 패션 플랫폼 '아무드'가 중심이 된다. 판매자의 해외 진출 장벽을 낮추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결제, 통관, 물류, 현지 마케팅을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도맡아 진행하며 국내 판매자의 일본 진출을 돕는다.
강 대표는 "당장 일본 시장에 집중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및 북미 시장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 문화 선호도가 높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대만 시장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분석했다. 아시아 인구 비중이 높은 미국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이같은 구상에 힘이 실렸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3조원 몸값을 인정받으며 단숨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에 등극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 라자다(Lazada), 다라즈(Daraz), 트렌디올(Trendyol) 등 전세계 각국의 1~2위를 다투는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소식이 될 수 있도록 최적의 조건에서 협의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회사의 목표는 단순히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판매자와 고객, 주주, 구성원을 비롯한 이해관계인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매자와 고객, 주주, 구성원 모두 만족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메가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강 대표는 "국내 생필품 커머스는 쿠팡이 일인자라면, 취향 커머스는 에이블리가 1등"이라며 "국가대표 취향 커머스 사업자로서 글로벌 시장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글로벌 취향 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은 '쉬인'이다. 쉬인은 중국 광저우 판매자 생태계를 주축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에이블리는 한국 동대문 생태계를 주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포부다.
강 대표는 "전세계 소호 시장에서 자체 판매자 생태계를 구축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이 유일하다"면서 "K-스타일이 해외로 뻗어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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