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업계 첫 책준 미이행 소송, 모범규준 적용 '촉각' 내년 초 시행 앞두고 재판부 변경, 손해배상 범위 쟁점…'원창동 물류센터' 대상
이재빈 기자공개 2024-12-16 07:46:58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이하 책준) 모범규준이 확정되면서 관련 소송의 판도에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신탁사와 대주단이 문구 해석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출원리금 전액은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금융당국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대주단 측은 모범규준을 소급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13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 등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책준 미이행 손해배상 소송의 1심 판결 시점이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됐다.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법원이 관련 사건에 대한 조사 등의 절차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소송의 원인이 된 프로젝트는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 394-25번지 일원에서 추진된 냉동물류센터 개발사업이다. 2021년 9월 대출약정을 체결하고 2023년 4월 준공이 예정돼 있었지만 시공을 맡은 에스원건설의 자금난으로 인해 책준 기한이 도과됐다. 에스원건설은 지난 4월 회생절차가 개시된 상태다.
결국 대주단은 지난 2월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57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책준 미이행을 이유로 대주단이 신탁사에 제기한 첫 소송이다. 대주단은 KB증권과 하나캐피탈, 한국캐피탈 등으로 구성됐다.
재판부 변경은 신한자산신탁 입장에서는 호재다. 기존 재판부가 유지됐을 경우 이르면 내년 초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있는 책준신탁 모범규준의 해석이 판결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재판부 변경으로 추가시간이 확보되면서 모범규준의 해석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모범규준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책준 의무가 이행되지 않아도 신탁사가 대출원리금 전액을 배상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모범규준을 통해 손해배상 범위를 책준 미이행으로 인한 실제 손해액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대출원리금 상환금 약정과 대출금융기관의 기회비용 배상 등을 금지해 어떤 형태로든 원리금 전액 배상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의 핵심은 신탁계약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계약서 상에 기재돼 있는 '대출원리금 등'이라는 표현을 바탕으로 책준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를 두고 다투는 중이다.
대주단은 책준신탁 관련 소송에서 신탁계약서에 기재된 문구를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준 의무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대출원리금 등 손해를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는 만큼 원리금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 신용도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원창동 물류센터 개발사업 대주단 중에는 외국계 연기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자금이 계약서 문구를 보고 투자했는데 이제와서 해석을 통해 대출원리금을 손해배상 범위에서 제외하면 한국에 대한 신용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외국계 자금은 주관사가 대출채권을 셀다운하는 과정에서 합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탁업계는 책준 도과로 인해 발생한 대출원리금 관련 피해 즉, 추가 발생한 이자비용 등이 배상 대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신탁사는 채무보증이 불가능한 기관인 만큼 대출원리금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문구에 대한 확대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문구 해석을 두고 양측이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발표한 모범규준은 재판부가 계약서를 해석할 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모범규준이 제도의 도입 취지와 형평성, 업계의 의견 등을 종합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의견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발표한 모범규준이 참고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모범규준은 신탁사의 대출원리금 배상의무가 없다고 기술하고 있는 만큼 신탁업계가 책준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판결 시점이 늦어지면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확대됐다. 원창동 물류센터는 현재 신한자산신탁이 계정대를 투입해 공사를 마무리한 상태다. 준공 후에는 공매를 통해 투자금 회수가 추진되는 중이다. 매각 성사로 대주단의 투자원리금이 회수되면 소송을 지속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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