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6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업계는 금융소비자 보호 규범이 강화되면서 금융소비자보호 전담 조직을 꾸렸다. 관련 조직을 꾸리는 것만큼 중요한 건 '인사'다. 다른 금융업권과 비교해 인력 풀(pool)이 넓지 않은 와중에도 이해 상충 이슈를 피해 금융소비자보호책임자(CCO)를 독립적으로 선임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노력했다.

저축은행업계가 대형사와 중소형사로 양극화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곳은 5곳뿐이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에 차이가 크다. 다만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밑도는 저축은행 중에서도 CCO를 선임한 곳이 있다. CCO를 독립적으로 선임하진 못해도 준법감시나 내부통제 업무를 겸직하도록 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힘쓰는 모습이다.

◇대형 5사, CCO 독립 선임…내부 출신 대부분

금융위원회의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은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CCO의 독립성과 권한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크고 영업권 내 민원 건수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CCO를 독립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 업무 전반에 대한 CCO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CCO는 상품개발, 영업, 사후관리 등 업무 전반에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한다. 영업 등 현업 임원의 겸직을 막아 이해 상충 문제를 방지해야 하는 이유다. 또 소비자 보호 내규를 위반하거나 중대한 소비자 피해 우려가 발생할 경우 이를 대표이사에게 보고한다.

구체적으로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고 3년 평균 민원 건수 비중이 권역 내 4%를 넘기는 저축은행이 이에 해당한다.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인 대형 저축은행 5곳(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이 CCO를 독립적으로 선임한다.


저축은행 가운데 CCO를 가장 먼저 선임한 곳은 OK저축은행이다. 지난 2017년 7월 OK저축은행은 당시 나병태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을 상무급으로 영입, CCO로 선임했다. 현재 CCO는 이준호 이사로 OK홀딩스대부의 소비자금융본부 국내총괄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저축은행권에선 외부 출신 CCO는 선임하지 않는 모습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인사 풀(pool)이 넓지 않아 금융감독원이나 감사원 등 외부 출신 인사는 전문성이 필요한 상근감사로 선임한다. 대신 CCO나 준법감시인은 내부 출신 임원이 맡는 식이다.

이해 상충 문제로 영업을 담당했던 임원보단 심사나 경영지원 업무를 맡았던 임원이 CCO에 선임된다. SBI저축은행의 CCO는 송혜진 이사로 직전까지 리테일심사팀장을 지냈다. 한국투자저축은행 CCO 이강국 상무는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일했다.

웰컴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은 준법감시인 출신이 CCO를 맡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서성주 상무는 작년 말까지 준법감시인으로 일했다. 올 들어 CCO로 자리를 옮겼고 기존 준법감시인 자리에는 손영진 이사가 선임됐다. 애큐온저축은행 CCO는 강신자 이사다. 강 이사는 부산HK저축은행에서 준법감시인으로 일했던 인물로 합병 후 부산, 부산해운대, 부산서면지점에서 지점장을 역임했고, 모기지 부울경센터 리더로 일했다.

◇중소형사, CCO 독립 선임 대신에 '겸직' 선회

자산 규모가 5조원 미만인 저축은행 중에서도 CCO를 선임한 곳이 있다. △페퍼 △신한 △JT친애 △모아 △JT 등 5개 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CCO를 독립적으로 선임하진 않고 준법감시인이나 내부통제 총괄임원 등을 겸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먼저 페퍼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 작년 1분기만 해도 페퍼저축은행은 자산 규모가 6조347억원으로 자산 규모 5위를 유지했다. 그러므로 CCO를 독립적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에 해당했다.

그러나 비우호적인 업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올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빠른 속도로 자산을 줄여나갔다. 올 1분기 자산 규모는 3조6800억원으로 1년 새 40% 줄었다. 이에 따라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밑돌았지만, CCO 독립 선임 기조는 유지된다. CCO인 조경대 상무는 다른 업무를 겸직하지 않고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만 수행한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중에선 신한저축은행이 CCO를 두고 있다. CCO인 김소연 상무는 준법감시인도 겸직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명재준 전 상무가 CCO를, 김 상무가 준법감시인을 맡았다. 그러나 올 들어 명 전 상무가 사임하며 김 상무가 두 자리를 겸직하게 됐다.

자산 규모 16위에 해당하는 모아저축은행은 안재범 본부장이 CCO와 준법감시인을 겸한다. J트러스트 계열 저축은행인 JT와 JT친애저축은행은 CCO가 세 개 이상의 업무를 겸직한다. 조대제 JT친애저축은행 이사는 CCO뿐만 아니라 준법감시인, 자금세탁방지보고책임자,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보고책임자 등을 겸직하며 내부통제 업무 전반을 맡았다. 마찬가지로 김선구 JT저축은행 준법감시인은 CCO와 내부통제 총괄까지 겸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