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호텔신라의 상환부담 해결사 '교환사채''자사주 활용 EB' 이자비용 절감, 김준환 CFO 역할 강화
홍다원 기자공개 2025-01-07 08:16:38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07:4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신라는 올해 처음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조달 전략을 펼쳤다. 면세점 업황 부진으로 수익이 악화한 상황 속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1500억원 규모 단기차입금을 상환했다. 특히 표면·만기이자율 모두 0%로 발행해 이자부담 없이 유동성을 확보한 점이 돋보인다.이러한 호텔신라의 재무 전략을 담당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김준환 부사장(사진)이다. 김 부사장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EB 발행을 통한 재무건전성 강화 등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면세점 수장격인 면세(TR)부문장에 올랐다. 호텔신라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은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적절한 자금 조달 방법을 고려할 방침이다.
◇이자부담 덜고 할증까지 '일석이조' EB 발행
호텔신라는 올해 7월 자사주 5.44%(213만5000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1328억원 규모 EB를 발행했다.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데다 호텔신라가 메자닌 금융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것은 처음이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호텔신라가 EB 발행 카드를 꺼내든 것은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 영업이 어려워지자 빚 부담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외부 조달을 활용해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부터 꾸준히 3000억원 이상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왔다. 올해 2월에도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를 비롯해 금융사를 대상으로 단기차입금을 확보해 적극적인 자금 조달 활동을 이어갔다.
2023년 7월에는 KB국민은행으로부터 연 4.65% 금리로 15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일으켰다. 보증금 등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자금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2023년 말 연결 기준 호텔신라 차입금 의존도는 53.2%에 달했다.
통상 적정수준으로 평가받는 차입금 의존도가 30%임을 감안하면 이를 웃도는 수치다. 차입금이 늘어나 채무 상환 부담은 물론 감당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증가했다. 실제 연결 기준 호텔신라의 차입금 및 사채의 이자비용은 2021년 217억원, 2022년 276억원, 2023년 385억원으로 늘어났다.
◇김준환 CFO '상무→부사장' 승진, 차입 부담 완화 '총력'
따라서 호텔신라는 올해 하반기 1500억원 규모 단기차입의 만기가 돌아옴에 따라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 전략을 마련해야 했다. EB 발행이 당시 가장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필요한 자금 조달이 가능한데다 그간 쌓아온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만기 이자율은 연 0%로 결정됐다. 투자자는 이자수익 없이 교환대상 주식가격의 시세 차익으로만 수익을 얻는 구조다. 발행사인 호텔신라 입장에선 이자부담에서 자유롭고 추후 투자자들이 사채를 자사주로 교환해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당시 자사주를 시장에 매각하는 것보다 높은 가격에 EB를 발행했다. EB 교환가격은 자사주 1주당 15% 할증을 붙인 주당 6만2200원이다. 호텔신라 7월 30일 종가 기준 주가가 5만원임을 감안하면 자사주를 영리하게 활용한 셈이다.
동시에 자본총계가 늘어나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봤다. 2023년 말 394.1%였던 호텔신라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426%까지 올랐다가 3분기 말 385.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 규모도 1500억원에서 206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러한 조달 전략을 주도한 건 김 부사장(사진)이다. 1970년생인 김 부사장은 명지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후 2000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2014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겼다.
호텔신라에서 2015년 TR부문지원팀 재무그룹장, 2018년 TR부문지원팀장 등 재무 경험을 쌓았다. TR부문지원팀은 호텔신라 면세점의 관리, 재무, 인사를 총괄하는 핵심부서다. 2019년 정기인사에서는 상무로 승진해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았다.
이어 그는 올해 정기인사에서 부사장 배지를 달았다. EB 발행으로 재무부담을 낮춘 점을 성과로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이러한 재무건전성 강화 전략을 꾸준히 활용해나갈 방침이다.
호텔신라 부채비율은 여전히 높고 면세점을 둘러싼 업황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꾸준히 차입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가 이번 인사의 후속 조치로 면세점 수장 자리인 TR부문장에 선임된 만큼 다양한 조달 전략을 통해 위기 극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김준환 부사장은 면세사업을 담당하는 TR부문장으로 선임됐다"며 "불확실한 면세업황 속에서도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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