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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는 지금]설립 10년차 플랫폼, 정체된 매출 성장률 '숙제'③쿠팡 중심으로 재편된 이커머스 시장…재평가 위해선 확장성 입증 필요

안준호 기자공개 2025-03-06 07:58:01

[편집자주]

2015년 설립된 이커머스 기업 컬리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조정 EBITDA 흑자 달성이 유력하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산되었던 기업공개(IPO) 재도전은 물론 과거 대비 둔화된 성장 지표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설립 10년차를 맞이한 컬리의 현 상황과 당면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익성 개선의 단초를 마련한 컬리에게 남은 과제는 성장 동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2019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매출 성장세는 최근 들어 둔화된 상태다. 향후 기업공개(IPO)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확장성을 재차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컬리는 2024년 실적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 연간 매출액은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되지만, 3분기까지 추이를 고려하면 성장률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 도전이 좌초된 이후 수익성 개선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튼 결과다.

◇코로나19 시기 일군 빠른 성장, 설립 10년차 ‘둔화’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인 마켓컬리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린 뒤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유치와 함께 몸집을 키웠다. 트레이드 마크인 새벽배송 권역을 충청권과 대구 등으로 넓힌 것도 이 시기다.

초창기 성장세를 이끈 동력은 새벽배송 시스템이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온라인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환경이 갖춰진 국내 시장의 특성이 이를 가능케 했다. 특히 그간 이커머스 시장에서 배제되었던 신선식품을 전문적으로 다룬 점이 빠른 시장 안착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기간 등장한 대다수 플랫폼 기업들처럼 컬리의 목표도 동일했다. 강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대규모의 고객을 유치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다른 서비스를 덧붙여 수익 구간에 도달하는 전략이다. 수익성보다 총거래액(GMV)이나 매출 등 성장 지표를 중시했던 이유다.

이 전략이 가능하려면 경쟁사를 뛰어넘는 서비스 경쟁력, 이를 위한 대규모의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경쟁 기업을 압도하는 고객 수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컬리의 경우 초기부터 국내외 투자유치를 통해 이런 조건을 충족시켜왔다.

설립 10년차에 도달한 현재 상황은 달라졌다. IPO 도전이 무기한 연기된 뒤 컬리는 빠른 성장 대신 사업 안정화를 주된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과거 중시했던 성장 지표는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1조6289억원을 거뒀다.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고 가정하면 연간 기준 설립 이후 최대 매출액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매출 규모와 별개로 시장 참여자들의 의구심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 실적 추이를 고려하면 성장 폭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식품 성장세보다 낮은 성장…사업 확장으로 ‘반전’ 목표

2015년 29억원이던 컬리 매출액은 2018년 1571억원으로 1571억원을 돌파한 뒤 매년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2조773억원으로 전년(2조372억원) 대비 5% 안팎의 성장세에 그쳤다.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632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 늘었다.

컬리 관계자는 “2024년은 컬리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 전반이 어려웠던 시기로, 업계 전반의 역성장 기조를 고려하면 낮은 성장률로만 해석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SSG닷컴과 롯데온, 지마켓 등 국내 여러 이커머스 기업의 순매출액은 전년 대비 감소 추세를 기록했다.

단 이커머스 산업의 지형 변화를 고려하면 이런 해명이 충분한 설명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컬리 주력 부문인 식품 시장의 온라인 채널 성장세는 여전히 두 자릿수 이상을 유지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을 통한 식품 거래액은 47조36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 40조7812억원 대비 약 16% 증가했다.

늘어난 시장 수요를 가져간 것은 선두 업체인 쿠팡과 기존 대형 유통 업체로 해석된다. 특히 쿠팡은 2024년 41조2901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2021년 상장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23%의 성장을 이어온 셈이다.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 등 상품 커머스 매출은 36조40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컬리는 플랫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방면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1시간 내 배송 서비스’인 퀵커머스 진출, 컬리멤버스 가입자 확대를 통한 충성 고객 유치, 싱가포르와 홍콩,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뷰티컬리 등 비식품 카테고리 확장 시도는 명품 시장 진출로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핵심 부문인 신선식품 분야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라며 “수익성 확보와 함께 점유율 확대를 통해 더 큰 성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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