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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제약바이오 창업주의 힘

정새임 기자공개 2025-03-17 08:50:43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08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느 대기업이 그렇듯 성공한 창업주는 대개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표된다. 업계 흐름을 읽는 눈과 명확한 방향성, 선제적 대응, 목표를 향한 강도 높은 추진력. 이미 성공을 거둔 전력으로 남다른 힘을 발휘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선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을 일군 고 임성기 명예회장이 있다. 동대문 약국을 매출 1조원대 제약사로 성장시키고 신약 초대형 글로벌 기술수출 기록을 쓴 인물이다.

그가 일하는 방식은 전문경영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낮에는 국내, 저녁엔 글로벌 업무를 챙기느라 하루 회의만 수차례 열었다. 종일 회의를 한 적도 많다고 한다. 하도 일을 많이 시켜 요실금을 호소하는 임원들도 더러 있었다.

창업주가 다져놓은 시스템은 지난해 빛을 발했다. 임 명예회장 타계 후 오너가가 둘로 나뉘어 1년 내내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한미약품은 1조5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임 명예회장은 평소 취미가 없어 집무실 사무용품이 곧 그의 유품이었다. 그만큼 인생 전부를 한미약품 성장에 바쳤다. 지난해 분쟁으로 얼룩진 한미약품을 보며 그의 부재를 안타까워한 사람들이 많았다.

'바이오시밀러 개척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어떤가. 사기꾼이라는 비웃음 속에서 기어이 바이오시밀러를 성공시킨 살아있는 신화다. 농담으로 "일하다 비행기에서 죽어도 좋다"고 할 정도로 그의 열정은 나이를 거스른다.

서 회장이 복귀한 2023년부터 불과 2년간 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고 미국 신약 '짐펜트라'를 선보였다. 올해 글로벌 임상을 신청할 신약 물질만 4개다. 3조원 플랜의 위탁개발생산(CDMO) 신사업도 공표했다.

복귀 첫 해에만 셀트리온은 6곳의 바이오텍과 신약 연구 협업을 맺었다.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셀트리온의 신약 연구 속도가 너무 빨라 파트너사들이 놀랄 정도라고 한다. 올해 4개 임상을 시작으로 2026년, 2027년에도 새로운 물질 본임상이 줄줄이 계획돼 있다. 이미 13개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 로드맵을 세워놨다.

서 회장의 임기가 올해 2년 더 연장된다. 신약 개발사로의 체질개선, 통합 셀트리온의 성장에 있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박스권에 갇힌 주가로 답답한 주주들은 전문경영인을 데려오라 성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 회장 체제만큼 역동적인 셀트리온이 없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창업주의 힘이 2년 더 발동할 셀트리온을 기대해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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