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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아보하' 시장이 그립다?

이진우 전무공개 2025-04-11 08:29:43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11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주 보통의 하루. 줄여서 '아보하'라고 하는데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5'에 처음 등장한 용어다. '행복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한 걸음 비켜서서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그저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를 말한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한 피로이자 반발, 한국 사회의 행복 담론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고 한다.

최근 김 교수의 북콘서트에서 특유의 트렌디하고 생동감 있는 설명을 직접 들으며 '무해력'과 '아보하' 두 단어가 뇌리에 박혔다. 무해력은 나에게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며 굳이 반대하거나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 특성을 일컫는다. 그냥 대나무 씹는 모습만 봐도 힐링이 되는 푸바오가 대표적이다. 단지 귀엽고 예뻐서가 아니라 이미 '긁힌 마음'에 더 이상 해가 되지 않는 대상을 찾아 헤맨다.

전쟁 같은 하루, 드라마틱한 일상, 불안한 미래가 겹친 현대인들에겐 현실도피와 정신승리가 뒤섞인 새로운 행복의 기준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불행은 커녕 특별한 행복도 필요치 않다는 소박하고 드라이한 일상을 꿈꾸다니 그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 전략적으로 살아도 모자랄 이 치열한 세상에서 작고 귀엽고 순수한 '무해한' 존재가 사랑을 받는다니 이게 정말로 세상에 무해한 영향을 끼칠까. 피하고 숨는다고 좋아질까, 행복할까. 의문이 꼬리를 물며 '2025 트렌드'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는 현실의 나를 보곤 쓴웃음이 나온다.

사실 오늘(10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금융시장을 들여다보고 누군가는 장중에, 누군가는 새벽에 '드라마틱한 전쟁'을 치렀을 국내외 주식, 채권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그들의 일상에 아보하나 무해력이란 용어는 안드로메다에나 존재하는 외계어 같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스쳤다.

트럼프가 눌렀다 말았다 하는 '관세 핵폭탄 단추' 속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하루 10% 가까운 급등락을 반복하고 한 나라의 신용도와 같은 국채 금리가 날아다니는 핵폭탄의 방향에 따라 하루하루 널뛰기 하는 현실. 미국이라는 나라를, 핵폭탄을 맞는 나라를 믿지 못하는 신뢰가 무너지고 하루하루 피범벅이 되는 전쟁같은 시장의 연속이다. 국가간 조약도, 협약도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되는, 누군가의 입과 뉴스에 희비가 엇갈리는 일상이다.

기본적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기준으로 다양한 변수와 뉴스가 뒤섞여 움직여야 하는게 시장인데 언제부터인가 언제 어디서 어떤 위협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현실. 가뜩이나 사방에서 서로 옥죄고 공격하는 험한 세상에서 자산가나 개미투자자 모두 내 재산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지만 스스로의 무기력에 좌절을 맛본다.

그렇다고 하루하루 놀란 가슴으로 시장에서조차 '아보하'를 외친다면 그게 정상적인 시스템일까. 스트레스 받고 긁히고 손해보는게 힘겨워 '무해력'만 쳐다보면 나를 지킬 수 있을까. 이 조차도 새로운 질서와 균형을 찾아가는 '트렌드 2025 시장편'이면 좋으련만, 모두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모르고 사는 현실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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