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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의 '마이크로매니징' [thebell note]

윤진현 기자공개 2025-04-11 07:00:27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07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이크로매니징은 조직의 리더가 일의 방향을 잡는 것을 넘어 세부 절차까지 하나하나 간섭하는 방식을 말한다. 독립성을 보장받은 전문가들이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영역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끼어드는 셈이다.

거래소가 기술성 평가 실사 과정에 심사역을 참관하도록 하는 내부 지침과 유사하다. 최근 거래소는 독립된 기술성 평가 기관이 진행하는 실사 과정에 내부 심사역이 필참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근본적인 개선책인지를 두곤 의문이 제기된다.

기술성 평가는 특례상장을 도전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외부 전문기관이 평가를 진행해 매긴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특례상장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성 평가 결과가 전문 기관에 따라 복불복이란 지적이 이어진 점이다.

무려 25곳에 이르는 외부 평가기관이 표준화된 평가 결과를 내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거래소가 기술평가모델을 고안해 제시하기도 했지만 평가 품질의 개선 여부를 두곤 의문부호가 붙는다. 결국 거래소가 다시금 시스템 점검 의지를 드러냈다.

거래소는 평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실사를 단순히 참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술성 평가의 전문성과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실태를 점검하는 목적이 크다고 밝혔다. 감독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스템을 바꾸지 않은 채 단지 ‘지켜만 보는 것’으로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까. 기술성 평가를 받는 기업들의 업종과 주력 기술이 다양한 만큼 정성적 평가가 핵심이다. 심사위원마다 판단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사 현장에 한국거래소 인력이 한 명 더 있다고 해서 평가의 질이 완전히 개선되긴 어렵다. 기술성 평가 기준을 보완하고 위원단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마이크로매니징은 통제는 가능할지라도 변화를 만들지는 못한다. 한국거래소가 진정으로 기술특례 상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싶다면 현장의 감시자보다는 시스템 설계자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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