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2025 주총 행동주의 리포트]표대결 아닌 설득에 초점…트러스톤 '대화형 주주행동'②지분보다 설계, 대결보다 조율…상시 개입으로 기업 스스로 변화 유도

고은서 기자공개 2025-04-16 14:19:48

[편집자주]

2025년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 펀드들이 다시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행동주의는 더 이상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지분이 작아도 전면에 나서는 펀드가 있고 말없이 장기 보유로 압박하는 펀드도 있다. 공개 압박과 비공식 대화, ESG와 지배구조 개선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더벨은 국내 대표적 행동주의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국형 액티비즘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15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분율을 앞세우지 않는다. 공개 제안은 최소화하고, 기업과의 조율로 구조 변화를 끌어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행동주의 전략은 조용하지만 꾸준하다. '표의 전투'보다 '대화의 설득'에 무게를 둔 인게이지먼트 방식이다.

2025년 주총 시즌, 트러스톤은 정기 주총 안건으로는 별도의 주주제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BYC, 태광산업, LF 등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과는 작년부터 이어진 협의를 중심으로 주주관여를 지속했다. 정기 주총에서는 비공식 조율에 집중했지만, 태광산업을 상대로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공식 요청하며 공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이번 개입은 필요 시 공개 대결도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트러스톤은 전형적인 행동주의 펀드들과는 결이 다르다. 공개 압박이나 의결권 대결보다 기업과의 관계 설정을 통해 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에 가깝다. 내부에서는 이를 '협의형 행동주의'로 설명한다. 타깃 기업을 정해 단기간 집중 개입하기보다는 장기 투자기업을 중심으로 개선 지점을 발견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협의와 설득으로 풀어나가는 전략이다.


지배구조 분석은 전략의 출발점이다. 트러스톤은 ESG 관련 조직을 두고 이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중 이사회 구성, 내부거래 구조, 위원회 존재 여부 등을 기준으로 대응책을 수립한다. 사외이사 다양성, 이사회의 독립성 등 비재무 정보는 개입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개입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주총 이전에 사내·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거나 안건 조정을 제안해 기업이 이를 자체 안건으로 상정하게 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주주환원, 위원회 개편 등 구조적 개선안을 전달하고 해당 기업이 이를 자발적으로 추진하게 유도하는 흐름이다. 후자는 배당성향 조정, IR 정보 개선 등의 형태로 반영된다.

공식적인 주주제안서나 언론 플레이는 최소화한다. 기업과의 관계를 깰 가능성이 있는 방식은 되도록 피한다. 트러스톤은 "기업을 바꾸려면 회사와 관계를 끊기보다 설득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이사회 개입 과정에서도 외부 비판보다 비공식 접촉을 우선한다.

자문사나 기관투자자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대신 기업과의 직접 협의와 사후 모니터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구조를 선택했다. 이 때문에 트러스톤은 행동주의 펀드이면서도, 공개적으로 행동주의를 표방하지 않는 전략을 고수한다.

트러스톤이 이 같은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의결권 경쟁보다, ‘기업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설계’가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트러스톤이 관여한 기업 상당수는 공개 압박이 없이도 자발적으로 일부 지배구조를 수정하거나 주주환원 정책을 조정했다.

주총 시즌과 관계없이 상시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ESG 보고서 발표, 실적 공시, IR 미팅 등 다양한 지점에서 기업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어서다. 그 과정에서 추가 조율이나 약속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중장기 구조 개선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제 트러스톤은 주요 상장사의 지배구조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됐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바뀌도록 유도 하는 구조 설계는 표결 없이도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러스톤이 올해 새로운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개 압박과 조율을 넘나드는 유연한 전략은 올해 역시 조용한 움직임 속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