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추위 '산업은행vs사외이사' 의견 갈려 막판까지 최종후보 선정 진통, 이사회 무기한 연기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0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가 20일 최종 후보를 선정하지 못한 이유는 산업은행과 사외이사 간 의견이 서로 엇갈렸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견 조율 실패로 대우건설 후임 사장 인선 절차는 결국 안개 속으로 빠졌다.
대우건설 사추위는 20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본사 18층 회의실에서 최종 사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사장 후보에 오른 인사는 박 고문과 조응수 전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 2명이다.
대우건설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산업은행 측 사추위원들은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을 최종 후보자로 올리자는 기존 의견을 고수했다. 반면 사외이사 측 사추위 인사 2명은 반대 의사를 표했다. 나머지 사외이사 1명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사추위는 전영삼 산업은행 부행장과 오진교 사모펀드 실장, 사외이사인 박간 해관재단 이사, 권순직 전 동아일보 주필, 지홍기 전 영남대 교수로 구성돼 있다.
박 고문의 후보 선정에 반대 의사를 표한 이는 박간 해관재단 이사와 지홍기 전 영남대 교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 체류 중인 지 전 교수는 전화 연결을 통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 전 교수는 최종 후보자 선정을 위한 사추위 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해외로 출국하는 등 행보를 보이며 사외이사에서 사퇴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박 이사와 지 전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후보자 면접 및 선정 과정에서도 '돌발행동'을 보였다. 이날 이들 사추위원은 논의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회의장을 먼저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대기 중이던 산업은행 직원 등이 이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박 이사는 이후 더벨과 전화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 뿐"이란 설명을 내놨다.
사외이사 측 사추위원들이 강한 반발 의사를 표한 것은 박 고문을 후보로 올릴 경우 잡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대우건설 사추위는 외부 인사인 박 고문을 최종 후보 2인에 포함시키면서 '낙하산 인사', '정치권 외압설'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만약 박 고문을 최종 후보로 올리게 되면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측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우건설 후임 사장 인선 절차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우려를 느낀 '윗선'에서 사태를 조용히 마무리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가 어제(19일) 저녁부터 들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사추위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후일로 논의를 미루게 됐다는 얘기다.
후보자 선정 논란이 지속되면서 조 전 부사장이 최종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평가도 있다. 정통 '대우맨'인 조 전 부사장은 플랜트 사업부를 전담했던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 옛 임원으로 대우건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신임도가 상당히 높다. 대우건설 직원노조협회는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박창민과 조응수 중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의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조 전 부사장을 선택한 직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부에서는 사추위가 후보자 선정 절차를 처음부터 재차 진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 등 모든 절차를 종결하고 내달 3~4일경 주주총회를 소집할 계획이었다. 사추위가 이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사회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후임 사장 선임 절차는 언제 종결될 지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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