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20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준비중인 후속작은 없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을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펍지의 관계자에게 후속작에 대해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다. 플랫폼 다변화에 전략은 인지했지만 당연히 준비 중인 후속작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기자의 예상을 깨는 설명이었다.
게임 업계는 단일 게임 흥행 리스크에 대한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모바일 게임 시장 개화 초반에는 하나의 게임 흥행으로 증시 입성에 성공한 기업들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일 게임 기업은 후속작 실패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며 '원 히트 원더' 로 전락했다.
기업 가치 평가 시 단일 게임 의존도가 높을 경우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후속작을 개발하고 있고 또 준비 상황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펍지 관계자의 답변에 기자가 당황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원 히트 원더 트라우마를 겪은 투자업계는 펍지가 배그 외에 다른 게임이 없다는 점을 블루홀의 불안 요소로 꼽고 있다. 블루홀 5조 밸류에이션의 대부분의 비중을 펍지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다변화를 위해 블루홀이 신작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회사 펍지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러한 우려가 펍지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지만 회사는 비전대로 배그의 글로벌화와 플랫폼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25일에는 펍지 주최로 독일 베를린에서 배그 세계 최강전도 열린다. 한국 게임의 무덤이라 불리는 유럽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대회의 의미가 더 남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펍지를 응원하는 것도 잠시일 뿐 회사를 둘러싼 잡음은 걱정스럽다. 빠른 성장 후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배그 모바일에 욱일기를 형상화 한 아이템이 등장해 유저들의 공분을 샀다. 또 블루홀이 삼성증권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에 펍지가 개입하며 금감원까지 살펴보고 있다. 중국의 넷이즈와 저작권 소송도 진행중이다.
매출 규모가 커졌지만 펍지는 막 걸음마를 뗀 초기 단계의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배그로 펍지가 이름을 알린 것은 1년이 좀 지났다. 이 게임의 정식 출시는 반년이 넘었을 뿐이다. 회사 성장 속도에 비해 내부 역량이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 서비스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과 질적 성장을 위해 조직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조직의 내실을 기하다 보면 성장 속도가 예전만 못할 수도 있고 여기저기서 비판이 흘러나올 것이다. 이런 비판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성장통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성장통을 이겨내고 더 클 수 있다는 걸 펍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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