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선언' 당부 나온 이재용 재판 정준영 부장판사 "심리중에도 기업총수로 해야할일 해달라" 당부…재판 영향 두고 촉각
이정완 기자공개 2019-10-28 08:23:03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5일 16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느냐"25일 열린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선 이례적인 당부의 메시지가 나왔다.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의 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 말미에 이 부회장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던졌다.
정 부장판사의 발언을 두고 삼성 안팎에선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이 한창이다. 기업 총수의 사회적 책임을 주문한 만큼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재판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는 이 부회장에 대해 불리한 판결을 예고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정 부장판사는 이날 공판 말미에 1993년 이건희 전 회장이 발표한 프랑크푸르트선언, 즉 신경영 선언을 언급했다. 그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삼성 신경영 선언'을 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고 주문했다.
삼성은 1993년 신경영 이후 기술 혁신, 생산 공정 혁신 등을 통해 세계 1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전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갑자기 총수 자리를 물려 받았으나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지난 5년여간 반쪽짜리 총수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컨트롤 타워도 없는 와중에 각종 사법 절차에 연루돼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하지 못했다. 총수로서 메시지나 경영 철학에 대해 대내외에 공표할 시간적 여유나,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정 부장판사는 삼성 내부의 준법 감시 제도나 미국 대기업의 실효적 감시제도, 이스라엘 기업의 혁신 경험 등까지 언급하며 삼성이 혁신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삼성이 각종 압수수색과 사법 조치에 노출돼 혁신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 부장판사의 말이 혁신 당부는 삼성 내부에서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 부장판사의 언급에 대한 인터넷 댓글 반응은 삼성에 우호적이다. 인터넷 댓글에선 "삼성만큼 준법체계가 잘 잡혀 있는 기업이 드문데 윗선에서 압력을 가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판사가 경영에 대해 훈계를 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그만큼 압수수색을 받고도 버틸 수 있는 곳은 삼성 뿐 일 것"이라며 "더이상 삼성을 괴롭힐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부장판사는 당부의 말과 함께 "어떠한 재판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주길 바란다"며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부의 말이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삼성 내부에선 정 부장판사의 당부에 대해 우려반 기대반 하는 분위기다. 정 부장판사가 당부의 말이 재판 결과와 상관없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이 부회장에게 가혹한 잣대를 댈 것이라 우려도 제기된다. 반대로 이 부회장과 삼성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한 만큼 실형만큼은 피할 수 있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다. 재판 과정을 둘러썬 여론의 분위기도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워 모든 경우의 수를 두고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유무죄를 다투기 보단 양형 기준을 두고 재판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 않겠다"며 "양형에 대해 변소할 생각이고 사안 전체와 양형에 관련된 인물 3명 정도의 증인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유죄는 인정하되 집행유예로 실형만은 피하자는 취지의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70억원의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 유예 4년을 확정 받은 것에 비춰 판결 형평성을 주장할 것을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이날 1심 공판을 시작으로 다음달 2차 공판, 12월 5일 선고 공판이 이뤄지게 되며 최종 판결은 1월초로 예상된다. 이날 재판은 10시 10분께 시작됐으며 이 부회장은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죄송하다"고만 말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다시 재판장에 선 것은 627일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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