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을 움직이는 사람들]김경호, 성과 만능 배격…과정가치에서 길을 찾다⑩올해는 PB 강화, 디지털 공략 목표…"고객 향한 진심이 1등으로 이끌 것"
이지혜 기자공개 2020-03-05 14:05:24
[편집자주]
'고객의 만능 해결사'. NH투자증권에게 가장 적합한 수식어다. 국내 최고 투자은행(IB) 하우스이자 트레이딩(Trading)과 자산관리(WM) 부문 역시 톱티어 역량을 자랑한다. 특히 2018년 IB업계 대부로 불리는 정영채 사장 취임 후엔 2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도 달성했다. 뛰어난 결과엔 치열한 과정이 있다. 지금의 NH투자증권을 만든 핵심 인물들을 소개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 직원은 진심을 갖고 조언한다'는 고객의 인식이 생기면 우월적 시장지위는 저절로 따라온다."김경호 NH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사진)는 고객을 자주 만나 진정성 어린 조언을 건네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영업비결이라고 본다. 성과만능주의가 고객 응대 기회를 막고 고객의 불신을 키운다고 판단해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섰다.
정영채 사장의 핵심과업인 '과정가치'와 맞닿는 지점이다. 과정가치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을 성과에 앞서 인정해주는 평가시스템을 말한다. 고객의 신뢰를 얻어, 고객이 스스로 NH투자증권을 찾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제도다.
김 대표의 사명은 과정가치를 조직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중서지역본부 본부장을 맡던 그가 전격 발탁돼 WM사업부대표를 맡은 이유이기도 하다. 임기 첫해에는 직원과 과정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쌓는 게 목표였다. 올해 과제는 고객군을 넓히고 그들을 '나만의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다.
◇“고객의 신뢰야말로 우월적 지위의 비결"
고객의 가게가 홍수로 물에 잠기자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찾아가 구정물을 퍼냈다. 고객 회사에서 축구대회 행사를 할 때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도왔다. 아무런 소득없이 1년 6개월을 인사만 하러 다닌 적도 있었다. 진심은 통했다. 어느덧 그가 맡은 지역의 특정은행 지점 전체가 그의 고객이었다.
'성공신화의 주역'인 김 대표지만 위기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조직장을 맡은 지점의 실적이 조금씩 떨어졌다. 무거운 스트레스로 직장까지 잠깐 쉬어야 했다. 그제야 문제가 눈에 보였다. 직원들이 성과에만 목 매면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고객의 불신이 커진 탓이었다. 불신은 부진으로 이어져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실적에 대한 압박을 덜어내야 직원들이 고객을 더 자주, 즐겁게 만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객을 위한 조언에 신뢰성도 높아질 것으로 바라봤다. 김 대표는 “당장 위험한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내면 성장세가 빠른 것처럼 보여도 결국 회사에 손실을 입히고 고객을 잃는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영업직원의 성과보다 고객 응대 활동의 적극성과 진정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2018년 중서지역본부 본부장을 맡을 때에는 직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스스로 세우라'는 목표를 주고 모든 직원들과 면담도 했다. 일을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개인적·직업적 연간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성공을 보상하는 '스스로 행복해지기'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고객 이탈률은 떨어졌고 직원들의 만족감은 높아졌다.
김 대표의 조직운영 방침은 정영채 사장의 '과정가치'와 맞닿는다. 김 대표가 중서지역본부 본부장에서 단숨에 본사 WM사업부 대표에 발탁된 배경이기도 하다. 과정가치는 실적보다 고객과 활동에 높은 점수를 매기는 평가 시스템이다. 기존 평가제도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하기에 직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과정가치야 말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고객을 수익창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대는 끝났다”며 "고객에게 신뢰와 만족을 주지 못하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만나고 기록하라”…과정가치 정착 특명
2019년은 WM사업부에게 의미가 적지 않다. 김 대표가 수장을 맡아 핵심성과지표(KPI)를 폐지하고 영업점 PB의 평가기준을 과정가치로 바꾼 첫해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지난해 과정가치 제도에 대한 직원들과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주문한 것은 단순하다.
'고객을 자주 만나라', '기록하라' 단 두 가지뿐이다. 과정가치의 핵심 평가기준이자 김 대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요구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그 어떤 고객이라도 세 번 이상 만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고객의 외양, 자녀의 학과 관련 행사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진심을 보여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김 대표의 주문은 통했다. 지난해 초 직원들의 고객과 접촉은 평균 5회였지만 연말 8회로 증가했다.
역량있는 PB의 계발을 강화하는 '마스터PB 과정'도 도입했다. 이른바 사내 MBA로서 직원 한 명당 수백만원을 투자해 2달가량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과정가치의 경영철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PB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업무제도도 대폭 개선했다. 정 사장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지표상 성과도 우수했다. 지난해 시장은 일평균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들며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WM사업부는 전체 고객자산이 2018년 240조원에서 지난해 256조원으로, 1억 이상 고객 수도 같은 기간 8만6134명에서 지난해 말 9만2476명으로 증가했다. 금융상품 판매잔고도 같은 기간 97조원에서 115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한 번 모신 고객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PB, 디지털 고객 공략
김 대표에게 지난해가 과정가치 문화 정착의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고객군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과제다. 김 대표는 WM 시장의 고객이 바뀌고 있다고 바라본다. 고액자산가와 10억 이상 투자자 수, 기업의 금융자산이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한편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이들도 WM시장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고객을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누어 공략하고 있다. △PB △디지털 서비스 △ 디지털플랫폼을 바탕으로 약간의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영역이 그것이다. 고액자산가 및 금융자산, 풍부한 부동산자산 등을 보유한 기업 고객에게는 질 좋은 PB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편리함을 추구하며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이를 위해 디지털 플랫폼도 강화할 계획이다. WM사업부는 지난해 디지털영업본부도 신설했다.
이렇게 확보한 고객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과정가치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기존의 평가체계에 더해 영업직원이 자신만의 고객을 만드는 과정을 평가한다. 김 대표는 "당장 1억~2억원 더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미래와 고객에게 투자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속도가 느리더라도 반드시 퀀텀점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경호 NH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
<학력>
△전주 해성고등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경희대학 일반대학원 경제정책 석사
<주요경력>
△2018년 12월~현재 WM사업부 사업부 대표
△2017년 12월~2018년 12월 중서지역본부 본부장
△2016년 12월~2017년 12월 광화문 총괄금융센터 총괄이사
△2014년 6월~2016년 12월 일산WMC 센터장
△2013년 12월~2014년 5월 왕십리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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