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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V 리포트]LS엠앤엠, 잘 만나고 잘 헤어진 정석 보여줬다⑥양사 이해관계 달라지면서 구자은 회장 결단

조은아 기자공개 2023-04-05 07:52:02

[편집자주]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의 만남 소식도, 이별 소식도 부쩍 늘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영환경도 빠르게 변하면서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은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지 오래다. 끝이 정해져있다는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단 손부터 잡고보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기업의 만남과 이별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1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만나는 법만큼이나 헤어지는 법도 중요하다. 기업간 만남 역시 마찬가지다. LS엠앤엠(옛LS니꼬동제련)은 잘 헤어진 표본이다. 사업 확대 과정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회사를 키워냈고 회사의 미래를 놓고 조금씩 온도차가 생기자 과감하게 결별을 선택했다. 헤어지는 과정 역시 순조로웠다.

합작법인이라는 굴레를 벗어난 LS엠앤엠은 올해 기업공개(IPO)에도 나선다. LS그룹의 주력이자 핵심 계열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작 기간 내내 이사회 완벽 균형 유지...5명씩 10명 이사진

LS엠앤엠의 탄생은 IMF 외환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LG그룹은 당시 구조조정 차원에서 국내 최대 전기동 회사 LG금속의 해외 매각을 추진했는데 이때 JKJS((Japan Korea Joint Smelting) 컨소시엄이 손을 내밀었다.

JKJS 컨소시엄은 일본 니꼬그룹의 JX금속과 미쓰이금속광업, 마루베니가 각각 80%, 10%, 10%의 비율로 출자했다. LG그룹과 JKJS 컨소시엄은 자본금 50 대 50 비율로 동제련 회사를 설립한 뒤 해당 법인에 LG금속의 동제련 사업을 양도했다.

이후 2005년부터는 LS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돼 LS니꼬동제련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LS 측 50.1%, JKJS 측 49.9%라는 지분율이 완성된 것도 2005년이다. 이 지분율은 지난해 양사가 결별하기까지 18년 동안 유지됐다.

지분율 격차가 거의 없었던 만큼 출범 이후부터 결별 때까지 양사 이사회는 완벽한 균형을 유지했다. 이사진이 전체 10명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한쪽이 5명씩 선임하는 구조다. 대표이사는 양쪽에서 1명씩 선임하는 2명의 공동대표 혹은 2명씩 선임하는 4명의 공동대표 체제를 계속 이어왔다.

양측은 23년을 '한 지붕 두 식구'로 지내면서 별다른 마찰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 갈등을 벌인 적도 없고 의사결정 역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는 회사의 성장 과정과 속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우선 증설과 인수합병(M&A) 등 투자가 제때 활발히 이뤄졌다. 2008~2009년 폐전자제품 가공업체 토리콤과 희소금속 추출업체 리싸이텍코리아를 잇달아 인수했다. 자원재활용 전문 자회사 글로벌리소시즈머터리얼즈(GRM)도 세웠고 2009년 미국의 전자스크랩 처리업체 ERI 지분 10%도 사들였다.

여러 차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도 꾸준히 확대했다. 온산제련소는 연간 68만톤 규모의 전기동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2위에 해당한다.


해외 진출도 활발했다. LS니꼬동제련은 동제련에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광산 개발에 나섰다. 2004년 페루 마르코나 동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페루 리오블랑코, 멕시코 볼레오, 볼리비아 코로코로, 파나마 코브레 파나마 등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회사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LS엠앤엠은 지난해 매출 10조8786억원, 영업이익 5143억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썼다. 매출은 출범 이듬해인 2000년 1조3233억원에서 1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07억원에서 7배 이상 늘었다.

◇이사회 힘 실어둔 LS그룹 오너일가

이사회 구성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LS그룹 오너일가가 이사회에 계속 참여하면서 경영을 직접 챙겼다는 점이다. 합작법인임에도 의사결정에 속도가 났던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사진이 5 대 5로 구성돼 자칫 의사결정이 더뎌질 수 있었지만 오너일가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이사회에 힘을 실어줬다. 한때 LS 측 이사진 5명 가운데 4명이 오너일가였다.

LS그룹은 일본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오너일가가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LS엠앤엠의 일본 파트너를 잊지 않고 꾸준히 챙겼다. JKJS 측에서도 LS그룹 오너일가의 판단에 신뢰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불협화음 없이 활발한 투자가 이어질 수 있던 배경에 양측의 친분과 교감 역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LS엠앤엠 이사회를 거친 오너일가만 구자명 전 LS엠앤엠 회장, 구자열 ㈜LS 의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구자홍 전 LS그룹 회장,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등이다. 이들은 첨에는 대표이사를 직접 맡았으나 이후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이사 자리는 넘친 채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견 감지되자 미련없이 결단

합작법인을 둘러싸고 양쪽의 생각이 달라진 건 2~3년 전으로 전해진다. JX금속은 2021년부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동제련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했다.

반면 LS그룹의 속내는 달랐다. 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은 LS엠앤엠을 더 키우고 새로운 사업에도 진출하고 싶었지만 합작관계가 발목을 잡았다. 현상을 유지하는 데엔 문제가 없었지만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합작법인으로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일본과의 합작관계에 대해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합작관계 청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LS는 지난해 9월 약 9300억원을 들여 일본 JKJS 컨소시엄이 가지고 있던 지분 49.9%를 매입했다.

직후 이름을 LS엠앤엠으로 바꾸고 소재기업으로 변신에 나섰다. 새로운 사명 엠앤엠(MnM)은 금속(Metal)을 뜻하는 M과 소재(Materials)를 의미하는 M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기존 금속 사업에 소재 사업을 추가해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LS그룹은 구자은 회장 취임 이후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등 3대 신산업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의 핵심소재를 모두 생산하는 LS엠앤엠이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 상장도 본격 추진한다. 당초 지난해부터 준비하려했으나 국내 증시에 찬바람이 불면서 잠시 타이밍을 쟀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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