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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채권 '문제는 인센티브다' [thebell note]

이정완 기자공개 2023-06-02 07:06:19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0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녹색채권이 본격 발행되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일까. 그리 멀지 않은 2021년부터다.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의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연례서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투자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뒤 국내에서도 ESG채권 발행을 준비했다.

그 결과 2020년 1조원에도 못 미쳤던 녹색채권 발행액은 2021년 12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채권 발행액의 10%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무렵 녹색채권 발행은 자금 조달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당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채권에 ESG 라벨을 붙여 친환경 사업을 알리려 했다"고 평했다.

많은 대기업이 숙제처럼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나니 지난해에는 재발행에 나서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졌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발행 여건이 악화된 것은 차치하고 기업 입장에서 녹색채권 발행으로 인한 실익이 크지 않다고 여겼다. 일반 회사채와 녹색채권 간 조달 금리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만난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ESG채권 평가 조직 수장은 확실한 지원책의 중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했다. 1990년대 초반 미국 대통령 선거에 쓰여 유명해진 슬로건처럼 '문제는 인센티브'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녹색 투자 확대 기조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는데 우리나라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발행 조건상 실질적인 메리트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환경부 역시 이 같은 기업의 목소리에 호응하고자 활성화 움직임에 나섰다. 올해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에게 한 곳당 3억원 한도 내에서 총 77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덕에 지금까지 발행됐거나 발행이 예정된 녹색채권 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발행액 6조원의 70% 수준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이제 관건은 인센티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달려있다. 조달전략 때문에 이번 지원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지원 동향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친환경에 대한 투자는 민간에게만 미뤄둘 수 없는 영역이다. 관(官)에서 지원금이나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 녹색채권 생태계도 더 빠르게 조성될 것"이라는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의 목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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