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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를 움직이는 사람들]'30년 대계' 준비하는 강구영 사장①공군 중장 출신의 베테랑 파일럿…리더십 교체에 흔들리지 않는 KAI 만들기 주력

강용규 기자공개 2023-09-18 07:29:26

[편집자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신냉전의 본격화로 전투기 수출의 기회가 늘어나는 한편 우주가 새로운 사업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UAM 등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 역시 사업기회다. 향후 몇 년은 KAI가 크게 도약하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더벨은 격변기를 맞은 KAI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을 조명하면서 KAI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3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역대 8명의 대표이사 중 내부 출신은 1명뿐이었고 나머지 7명은 모두 외부인사였다. 그마저도 5명은 행정고시 출신의 고위공직자, 남은 2명 중 1명은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육군참모총장 출신이다. 외부인사 중 업무 연관성이 있는 대표이사는 단 1명뿐이다.

현재 대표이사를 지내는 강구영 사장이 바로 업무 연관성이 있는 대표이사다. 공군 예비역 중장 출신이면서 직접 전투기를 몰아 본 경험도 풍부하다. 강 사장은 업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KAI의 2050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30년 대계'는 어떤 내용일까. 2050년 KAI는 어떤 모습이 될까.

◇KAI에 세일즈 포인트 더한 항공방위 전문가

2022년 8월16일, KAI는 이사회를 열고 강구영 전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그 해 9월6일 강 전 본부장은 공식적으로 KAI의 8대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해 안현호 전 사장의 뒤를 이었다.

엄연히 외부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캠프에 합류했던 정권 친화적 인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당시 KAI 내부에서는 강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KAI는 강 사장 이전에 거쳐갔던 7명의 대표 중 6명이 항공방산 분야의 비전문가였다. 5대 대표이사였던 하성용 전 사장은 유일한 내부 출신이었으나 횡령과 분식회계, 채용비리 등 11개 혐의로 재판에 휘말렸다. 대부분의 혐의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으나 재판 중 위증죄에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이해관계자들에 실망을 안겼다.

관료들의 퇴직 코스가 되면서 장기 전략을 갖추지 못한 회사. 심지어 내부 출신 대표라고 해서 무조건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까지 드러났다. KAI는 낙하산 여부와 상관없이 전문성을 보유한 리더십에 목마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 사장이 전문성을 입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취임 3일만인 2022년 9월8일 KAI 본사가 위치한 경남 사천의 비행장에서 고등훈련기 T-50을 몰아보고 만족감을 표하는 여유를 보였다.

방산장비 판매에 있어 제원을 따지고 가격을 논하는 것은 실무자들의 일이다. 의사결정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강 사장은 "KAI의 전투기는 안전하고 좋다. 내가 직접 몰아봤다"라고 말할 수 있다. 전문성을 통해 KAI에 특별한 세일즈 포인트를 더한 것이다.

강 사장은 1959년생으로 공군사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1982년 졸업과 동시에 임관해 현역 조종사 시절 3000시간의 비행 경력을 쌓는 등 2016년 전역까지 30년 넘게 영공 수호에 이바지했다. 전역 후에는 영남대학교 석좌교수를 지내다 KAI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그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영국 왕립시험비행학교를 졸업한 동북아시아 유일의 파일럿이다. 전투기만 잘 아는 것이 아니라 글라이드, 여객기, 헬기, 우주선 등 다양한 비행체의 시험비행을 수행했다.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항공분야 전문가다.

강구영 KAI 대표이사 사장이 2022년 9월8일 T-50의 비행을 마친 모습. (자료=KAI)

◇KAI 2050년 비전 수립, 강구영 사장 역할은 '판 깔기'

강 사장은 오랜 비전문가 대표 체제를 거치며 전략적 방향성을 상실한 KAI에 확실한 목적지도 제시했다. KAI는 2023년 1월11일 '2050년 매출 40조원, 글로벌 7위 항공우주기업 도약'이라는 내용의 '글로벌 KAI 2050' 비전을 발표했다.

글로벌 KAI 2050 비전은 단순한 실적 목표가 아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 지점을 △차세대 무기체계 △차세대 수송기 △차세대 고기동 헬기 △AAV(미래비행체) △독자적 위성 플랫폼 및 서비스 △우주용 탐사 및 모빌리티 솔루션 등 6개 대형사업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R&D 투자를 5개년 단위로 증액하는 장기 전략이다.

미래 사업들의 로드맵도 상세한 편이다. 예를 들어 차세대 무기체계 중 6세대 전투기의 개발은 2026년 안에 전투기 KF-21의 블록1 개발을 통해 4.5세대 전투기 플랫폼을 먼저 확보한 뒤 2028년까지 블록2를 개발하고 2029년부터 블록3 성능개량을 진행한 뒤 203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서는 식이다.

눈길이 가는 지점은 대형사업들의 개발 혹은 사업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대부분 2030년 전후라는 것이다. 강 사장은 신사업의 성과에 따른 단물을 맛보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의 임기는 2025년 9월5일까지다.

다만 강 사장은 2023년 3월 기자간담회에서 "제 역할은 판을 까는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본인이 성과를 누릴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강 사장은 항공 '방위'의 전문가이지 항공 '산업'의 전문가는 아니다. 당장의 사업적 성과를 내는 것보다 KAI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찾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KAI는 지분율 26.41%의 한국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다. 그동안 KF-21 이후의 프로젝트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 등 장기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은 비전문가 출신 대표이사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권의 의중에 따라 리더십이 바뀌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선이다.

강 사장이 언급한 '판 깔기'는 자신의 임기 동안 KAI의 대형 미래사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하고 일정 수준의 진척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리더십이 교체되더라도 신성장동력 발굴의 방향성만은 수정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궤도에 올리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임기 첫 1년 동안 강 사장은 순조롭게 판을 깔아 온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KF-21의 잠정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고 양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천문연구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우주탐사 협력도 강화했다. 최근 KAI는 경남 진주에 회전익 비행센터도 착공했다. 향후 이곳을 UAM 등 미래사업까지 아우르는 복합비행센터로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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