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07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일임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올해 WM업계 주목할 뉴스다. 정책 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RA)의 퇴직연금 적립금 일임 운용을 제한적이나마 허용키로 하면서 증권업계가 향후 전면적인 일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코스콤 제22차 RA 테스트베드 정기심사에는 증권사 8곳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증권업계 '퇴직연금 일임' 숙원 물꼬 틀까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말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5대 선도 분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서비스 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을 발표했다. 해당 디지털화 전략 내용 중 금융투자업계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퇴직연금 시장 내 일임형 RA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 상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현행 제도상 퇴직연금 적립금의 일임 운용은 불가능하다. 신탁과 보험 형식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 과거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해 운용해 왔는데, 2021년 고용노동부가 보험계약 혹은 금전신탁 방식을 통해서만 운용할 수 있다고 현행법을 해석하면서 상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을 위시한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일임 운용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정책 당국 측에 꾸준하게 건의해 왔다. 하지만 고용부 측은 일임 운용이 불가능한 은행과 보험 등 타 업권 사정 등을 고려해 당장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 대답으로 일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가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에 한해 퇴직연금 적립금 일임을 허락한다는 취지의 정책을 발표하자 증권업계는 들썩였다. 기재부와 고용부 등 관련 정부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 금융업계 안팎에서 전해지기도 했지만, 증권업계는 정책이 가져올 향후 파장에 주목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알고리즘에 한해 로보어드바이저 퇴직연금 일임을 한시적으로 허락해 준다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정책이 향후 전면적인 일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며 "운용성과 자체가 우수하다면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8곳 참전…내년 상반기 말 가이드라인 예상

지난해 말 현재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약 336조원. 적립금 규모는 매년 빠르게 불어나 금투업계 일각에서는 2031년께 1000조원 규모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보험과 신탁 등 형식으로 운용되는 적립금 중 일부만이라도 일임할 수 있다면 증권업계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호재일 수밖에 없다.

DB을 비롯해 DC, IRP 등 각 퇴직연금 제도가 운용 자체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임 운용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업자와 운용사가 가입자에 맞춤 펀드를 제공하는 지금 상황에서 더 적극적인 운용에 나서 결과적으로 수익률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업계는 내년 상반기 말께 기재부가 퇴직연금 일임 혁신금융서비스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해야만 혁신서비스 대상에 오를 수 있는 만큼, 당장의 과제는 테스트베드를 통과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코스콤은 22차 RA 테스트베드 정기심사 접수에 나섰다.

22차 심사에 접수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8곳이다. 이 중 일부는 과거 RA 알고리즘을 개발한 적이 있지만, 퇴직연금 운용 알고리즘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상 상품 규정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한다.

각각의 증권사는 복수의 알고리즘을 개발해 심사에 참여했다. KB증권의 경우 복수의 부서가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해 총 4개의 알고리즘을 신청했다. 여기에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자문일임 외 집합투자 분야에 참여한 사업자들까지 더해지면서 상당수 알고리즘이 심사 명단에 올라 운용을 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