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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밸류업 점검]'고 ROE' 불구 저평가…'사업 다각화' 핵심 과제로주력사업 성장성 기대치 미달…전기차 타이어·고부가 에폭시 등 확장 예고

정명섭 기자공개 2025-02-14 08:04:27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1일 15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은 근래 업계의 장기 불황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화학사다. 핵심 사업인 합성고무 부문의 시황이 개선하면서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재무건전성 등 주요 재무지표도 업계에서 가장 준수하다.

그럼에도 금호석유화학은 시장으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근간에는 현 사업 포트폴리오의 낮은 성장성이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전기차용 타이어 합성고무, 고부가 에폭시 수지 등의 신성장동력 투자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ROE 업계 톱인데 PBR은 1배 미만…기존 주력사업 낮은 성장성 탓

금호석유화학이 지난 10일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목표는 △2025~2030년 매출성장률 연 6%씩 성장 △2026년까지 ROE 7%, 2030년까지 ROE 10% 지향 △현금배당 및 자기주식 소각 통해 주주환원율 40% 지향이다.

매출성장률과 ROE 목표치는 이번에 처음 제시됐다. 이를 핵심 지표로 선정한 배경에는 저평가에 대한 회사의 고민이 담겨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경쟁 화학사 대비 양호한 재무성과를 유지해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금호석유화학의 평균 ROE는 21.24%다. 같은 기간 피어그룹(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대한유화)의 평균 ROE(4%)를 훌쩍 넘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피어그룹의 ROE는 -5.4%였던 반면 금호석유화학의 ROE는 6.5%를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업계 전반의 성장 둔화에도 홀로 돋보인 건 근래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합성고무 제품은 타이어와 신발, 장갑 등에 쓰이는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 부타디엔 고무(BR), NB라텍스 등을 말한다. 금호석유화학 전체 매출의 56.8%(2024년 3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천연고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대체제이자 보완재인 합성고무의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전방 산업인 타이어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타이어용 합성고무 제품인 BR과 SBR의 판매량이 늘어 금호석유화학은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부진했던 라텍스 장갑의 경우 유통기한 경과에 따른 교체 시기가 도래하면서 NB라텍스 판매가 늘어난 점도 주효했다.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시장점유율은 약 25%로 글로벌 1위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28억원, 영업이익률은 3.81%다.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은 23.59% 줄고 영업이익률은 1.83%포인트 감소했으나 주요 화학기업들이 지난해 적자 전환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매우 양호하다. 2019년 말 연결기준 73%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3분기 말 37%로 낮아졌다. 반면 피어그룹의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81%에서 96%로 늘어나는 추세다. 금호석유화학의 작년 말 부채비율은 38%다. 순차입금비율은 6.3%에 불과하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재무체력에도 금호석유화학의 기업가치는 낮은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의 PBR은 2020년 말 1.15배에서 2021년 말 0.81배, 2023년 말 0.53배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피어그룹의 평균 PBR은 1.49배, 0.97배, 0.72배였다. 작년 3분기 말 금호석유화학의 PBR은 0.61배로 피어그룹의 평균(0.49배)을 넘어섰지만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전기차용 합성고무·고부가 에폭시 등 성장동력으로 낙점...적극적 M&A도 시사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장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회사가 꺼내 든 신성장동력은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바이오·지속가능 소재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등 세 가지다.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의 핵심은 전기차 타이어향 합성고무 제품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SSBR)의 생산량 확대다. SBR 대비 점탄성과 물성 수준이 우수해 전기차 타이어나 고성능 레이싱 차량 타이어에 주로 사용된다.

전기차의 경우 다량의 배터리가 탑재돼 내연기관차 대비 무게가 최소 1.5배가량 무거워 내마모성과 내구성이 높은 타이어를 사용한다. 금호석유화학은 국내 타이어 3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에 모두 SSBR을 공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전남 여수고무공장에서 SSBR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연산 12만3000톤이다. 2022년 한 차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2배가량 키웠다. 국내 화학사 중 가장 높은 규모다. 금호석유화학은 SSBR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올 4분기 중 3만5000톤 규모의 생산라인(병행생산 설비)을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합성수지 부문에선 전기차 주행소음 개선과 경량화에 필요한 소재로 쓰이는 고부가제품 에틸렌프로필렌디엔모노머(EPDM)와 아크릴로나이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제품의 판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지속가능 소재는 폐플라스틱,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제품을 의미한다. 다만 관련 시장이 아직 개화하지 않아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에는 어려워보인다.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의 목표는 NB라텍스 기술 경쟁력 강화, 고부가 에폭시 제품 확대 등에 맞춰져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풍력 발전기 블레이드와 도료 등에 쓰이는 에폭시 수지 설비 증설을 완료했다. 풍력 발전기 블레이드용 에폭시 수지는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으로 범용 제품보다 판가는 10~15% 정도 높고 이익률은 5~1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신성장동력과 관련한 사업과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이 향후 5년간 매출을 연평균 6%씩 올리겠다는 계획이 현실화하면 2030년 매출은 10조원을 넘어선다. 이 중 10% 이상을 신사업으로 거두는 게 회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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