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생크션, 제약바이오 위기와 기회]관세 이상의 파급력 '생물보안법', '수혜·우려' 공존②CDMO·유전체 분석 기업 타깃, '글로벌 스탠다드' 보안 필요
이기욱 기자공개 2025-02-17 08:22:56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는 협소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 미국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불모지와도 같은 환경에서 조금씩 위상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트럼프발 생크션을 맞닥뜨렸다. 자국 보호주의로 대변되는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의약품 분야에도 예외없이 적용됐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한다. 더벨은 미국발 의약품 생크션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제약바이오에 미칠 영향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3일 10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 산업군을 겨냥하는 미국의 관세정책과 다르게 반 우시법으로 불리는 '생물보안법'은 제약·바이오산업을 직접 타깃한다. 주요 중국 바이오 기업들을 겨냥한 제재 법안이기 때문이다. 작년 한 차례 입법이 무산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재추진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삼은 중국의 바이오 산업은 크게 CDMO(위탁개발생산)와 유전자 분석 분야다. 이 중 CDMO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주력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일부 간접적 수혜가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활동 축소에 따른 글로벌 산업 지형 변화 등 변수 탓에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데이터 보호 등 내부통제 역량 강화가 보다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압도적 찬성률로 하원 통과, 최종 무산됐지만 재추진 전망
미국의 생물보안법은 작년 1월 미국 의회에서 처음 제안된 법안으로 자국 바이오산업 안보를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법안에서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바이오 기업들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연관 기업들에 대한 대출 및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5개 기업은 모두 중국 기업이다. 미국·중국간 기술 패권 경쟁이 바이오 분야로 확산되는 흐름 속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도 여겨진다. 세계 2위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명단에 포함돼 이른바 '반 우시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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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발의된 법안은 3월 상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9월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표결을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 306표, 반대 81표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은 만큼 연내 무난히 입법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랜드 폴 상원의원 등 일부 주요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토안보위원회 소속의 폴 상원의원은 특정 기업을 금지함으로써 다른 특정 기업을 발전시키는 법안이라는 이유로 생물보안법이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되는 것을 반대했다.
생물보안법 입법을 주도했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예산지속결의안' 등의 경로를 활용해 마지막까지 시도했으나 예산지속결의안에도 제외되며 최종 무산됐다. 이러한 상황 속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했고 시장에서는 올해 생물보안법 입법이 재추진될 가능성 높게 점쳐지고 있다.
◇중국 우시·BGI그룹 계열사 5개 제재, 중소형 CDMO기업 수혜 기대
작년 발의된 미국 생물보안법에서 '우려 대상'으로 언급된 5개 기업은 중국의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다. 크게 우시그룹과 BGI그룹의 계열사 두 종류로 나뉜다. CDMO와 유전체 분석 분야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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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시그룹에서는 우시바이오와 우시앱텍이 우려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우시앱텍은 신약개발 및 제조, 임상시험 지원, 생물학적 의약품 연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주렵 사업은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으로 신약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우시바이오로직스 역시 생물학적 의약품의 개발 및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CDMO 기업이다. 우시앱택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모두 미국과 유럽의 다수의 제약 및 바이오텍 기업과 협력하며 글로벌에서 높은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23년 매출 기준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에서 12% 이상의 점유율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BGI그룹에서는 BGI와 자회사 MGI, 손자회사 컴플리트 제노믹스 등이 우려 대상 기업에 지정됐다. BGI는 포괄적 유전체 연구와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며 MGI는 유전체 분석 장비를 개발·제조한다. MGI의 자회사인 컴플리트 제노믹스는 개인 유전체 연구에 중점을 둔 유전체 시퀀싱 서비스 및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국 생물보안법의 타깃이 된 CDMO와 유전체 분석 두 분야 중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는 CDMO 산업이다. 국내 일부 기업들이 유전체 분석, 정밀의학 플랫폼 개발, 암 진단 및 예후 예측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 내 입지는 크지 않은 편이다.
반면 CDMO 분야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시그룹에 대한 제재가 국내 CDMO 기업들에 반사이익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특성에 일부 차이가 있어 간접 수혜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스위스 론자와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소품종 대량 생산 방식을 활용하는 반면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빅파마들보다는 전 세계 소규모 바이오텍들이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주요 고객으로 이용했다. 때문에 cGMP(선진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급 역량을 보유한 중소형 CDMO 기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바이오 산업 지형 변화에 따른 혼란도 우려된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활동이 축소되면 인도나 일본, 유럽 등 글로벌 경쟁 기업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 역시 이들의 대응 전략을 분석하고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하는 상황이다.
또한 '우려 대상' 기업과 연관되지 않기 위한 보안 체계 강화도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CDMO와 유전체 진단 기업들은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데이터 보호 및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생물보안법은 5개 기업 외에도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들에 대해 유형 별로 계약 금지 시점 등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해당 조건들로는 △적대적 정부의 관할권, 지시·통제를 받거나 적대세력의 정부를 대신하여 운영되는 경우 △적대 국가 군대와 공동연구에 참여하거나 지원을 받음으로써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경우 △적대적 정부에 유전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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