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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생크션, 제약바이오 위기와 기회]'WHO 탈퇴' 공중보건 산업 위축…'진단·백신' 영향권③인도적 지원 축소, 에이즈·말라리아 진단부터 치료제, 백신까지 타격

이기욱 기자공개 2025-02-19 07:46:52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는 협소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 미국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불모지와도 같은 환경에서 조금씩 위상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트럼프발 생크션을 맞닥뜨렸다. 자국 보호주의로 대변되는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의약품 분야에도 예외없이 적용됐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한다. 더벨은 미국발 의약품 생크션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제약바이오에 미칠 영향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4일 08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보호주의' 정책 기조 아래 글로벌 패권국으로서 책임지고 있던 역할들을 하나 둘 내려놓고 있다. 제3 세계 국가 및 빈민국을 대상으로 하는 인도적 의료지원들도 중단할 방침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비롯해 대외원조기관 폐쇄 등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며 공중보건 산업의 붕괴가 현실화되는 중이다. 말라리아나 에이즈 등 공중보건 진단, 치료제 판매 기업 및 백신 기업들의 경영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취임 직후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 1년 후 공식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임기 만료를 앞두고 WHO 탈퇴를 통보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시 WHO가 중국에 편향적인 입장을 취하며 적절하지 못한 대응 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해 11월 열린 미국 대선에서 패배하며 정권이 교체됐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WHO 탈퇴를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달 21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WHO 탈퇴를 다시 공식화했다. 중국 중심으로 치우쳐진 WHO의 의사결정 방식과 비효율적인 회원국의 분담금 비율 등이 탈퇴의 주된 이유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친 트럼프 성향의 회원국들의 추가 탈퇴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최근 WHO 탈퇴를 공언했다. 이러한 행보를 지지하는 국가들의 추가 탈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1년 후 정식 탈퇴가 이뤄진다. 미국은 현지시간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집행이사국 대표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미국의 부재를 느꼈다"며 "미국이 재고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탈은 WHO 재정에 큰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23년 한국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WHO 분담금은 나라별 국내총생산 GDP를 기초로 정해진다. 미국의 분담금은 WHO 전체 예산의 18%에 달하며 의무분담비율 역시 24.2%로 회원국 중 단연 1순위다.

2위인 중국은 12.0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탈퇴로 중국이 분담금 1순위로 올라서게 되면 WHO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바이오기업을 보유한 미국의 이탈은 단순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치료제 및 백신 공급망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USAID 폐쇄 및 PEPFAR 중단, 자국내 반대 움직임도

트럼프 행정부는 WHO뿐만 아니라 기타 공중보건 관련 정책도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 자국만을 우선하는 정책 기조 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 3세계 국가 및 빈민국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비용 지출은 '낭비'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해외원조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으며 미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에 대한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관리자급 당국자 약 60명에게 유급 휴직을 명령했으며 1만3000명의 직원을 300여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EPFAR) 등 원조사업도 중단됐다. PEPFAR는 HIV 및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예방과 감염자 치료 등을 지원하는 미국의 국제협력 사업으로 2003년부터 시작해 22년간 지속됐지만 최근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일선 당국자들이 활용하던 PEPFAR 데이터 시스템을 막았고 저개발국 병원과 일선 단체 등에 대한 PEPFAR의 자금 송금도 차단했다.

공중보건 부문의 위축은 저개발국가에 치료제나 백신, 진단키트 등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유바이오로직스는 유니세프를 통해 아프리카에 콜레라 백신을 공급하고 있으며 신풍제약은 미국 대통령 산하 보건기구 PMI와 말라리아 치료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밖에 엑세스바이오도 말라리아 진단 키트를 WHO와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를 통해 아프리카에 공급하고 있으며 CG녹십자는 WHO의 계절 독감 백신 최대 공급사다.

업계에서는 공중보건 산업의 향방 역시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WHO 공식 탈퇴까지의 기간이 많이 남았다"며 "공중보건 축소 흐름은 정해진 수순이겠지만 실질적인 조치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WHO 탈퇴는 내년 1월에 이뤄지기 때문에 그 사이 분담금 개혁 등의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7년 선출 예정인 차기 사무총장 추천 등을 협상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공중보건 축소에 대한 미국 내 반대 움직임도 거세게 일고 있다. USAID 폐쇄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연방공무원연맹과 미국외교관협회는 USAID 해체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170개 소기업과 주요 공급업체, 해외 난민 지원 단체 등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USAID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프로그램 및 자금 차단으로 인해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으로 56만여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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