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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인라이트벤처스의 '지구 한바퀴 반'

이기정 기자공개 2024-07-12 08:30:27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1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6만km. 적도를 기준으로 지구의 한바퀴 반에 해당하는 거리다. 김포공항과 제주공항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500km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60번 왕복해야 채울 수 있다.

최근 대구·경북 출장에서 만난 손민호 인라이트벤처스 부사장이 1년 동안 실제 이동한 거리다. 인라이트벤처스는 2017년 지역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손 부사장은 구성원 중에서도 가장 지역 투자에 열심인 심사역으로 꼽힌다.

인라이트벤처스 설립 당시만 해도 지역 VC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지자체와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일부 기업에 의존해 펀드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수익보다는 사회공헌 목적이 커 출자 규모가 크지 않았다. 투자 기업을 찾기에도 수도권과 비교해 난도가 무척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인라이트벤처스가 내세운 무기는 '성실함'이었다. 수도권과 지역을 수백차례 오가며 출자자(LP)를 설득했고 유망 기업 발굴에 힘썼다. 그 결과 이제는 운용자산(AUM) 3400억원의 하우스로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지역 투자를 가장 잘하는 하우스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실제 대구·경북에서 일정 수준 성장한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인라이트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 업계에서도 지역 투자는 인라이트벤처스와 함께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영향력이 생겼다.

다만 지역 투자는 여전히 VC들에게 인기가 많지는 않다. 출장에서 만난 한 심사역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심사역들의 엉덩이가 생각보다 무겁다고 지적했다. 직접 지역에 내려와 스타트업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는 "수도권에 이미 유망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에 지역 스타트업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수도권 쏠림 현상은 이미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투자사, 기업 모두가 지역 스타트업이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쉽사리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VC 심사역이 앞장서보는 것은 어떨까. 손 부사장과 같은 심사역들이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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